암흑물질은 없다

암흑물질은 없다

조송현 승인 2017.12.10 00:00 | 최종 수정 2017.12.11 00:00 의견 0


암흑물질의 존재에 관한 최상의 증거로 평가되는 총알 은하단(Bullet Cluster). 두 은하단의 충돌 후의 모습이 총알처럼 뚫고 나온 모양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빨간색은 찬드라 X선 관측소가  기록한 고온의 가스이며 파란색은 보이지 않는 '암흑 물질'로 추정된다. 충돌 후 고온의 가스 등 일반 물질들은 가운데 엉켜붙은 반면 전자기파와 상호작용하지 않는 암흑물질(오른쪽)은 방해받지 않고 진행하고 있다. 출처: Hubblesite

암흑물질(Dark Matter)은 어디까지나 가설이며, 실제로 존재할 필요가 없다는 대담한 주장이 나왔다.

스위스 제네바대학 천문학과 안드레 마에더(Andre Maeder) 교수는 Astrophysical Journal(11월 22일자)에 발표한 ‘규모 불변성(scale-invariant)’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논문을 통해 이 같은 주장을 했다고 우주·천문학 전문 사이트인 스페이스닷컴이 보도했다.

암흑물질은 우주 총 질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보이지 않는 물질이다. 빛(전자기파)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아 보이지는 않지만 중력법칙에 따라 존재가 요구되는 물질인 것이다.

암흑물질의 존재에 대한 암시는 1930년대 스위스 천문학자 프리츠 츠비키에 의해 처음 제기되었으나 잊혀지는 듯 했다. 그러다가 1978년 여성 천문학자 베라 루빈(Vera Rubin)이 은하계 가장자리의 별들이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돈다는 것을 발견하고 은하계 내부에 관찰가능한 것보다 6배 더 많은 질량, 즉 암흑물질이 존재해야 한다고 추정했다.

이후 천문학계는 암흑물질의 존재를 기정사실화했으나 암흑물질 입자 또는 그 증거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이런 차에 최근 안드레 마에더 교수가 베라 루빈이 발견한 것과 같은 기존 중력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천체 현상은 암흑물질을 가정하지 않고도 설명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1965년 미국 로웰 천문관측소에서의 베라 루빈. 출처: 카네기과학연구소

마에더 교수 이론의 핵심은 “빈 공간은 규모 불변성(empty space is scale-invariant)”이라는 가설로 요약된다. 마에더 교수는 ‘규모 불변성’에 대해 “빈 공간을 늘리거나 수축시키더라도 그 속성은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에더 교수는 “이 ‘규모 불변성’을 방정식에 도입하면 중력과 반대의 성질을 갖는 새로운 작은 힘이 도출된다. 이 힘은 밀도가 매우 낮은 상태에서만 나타난다”고 말했다.

마에더 교수에 따르면 이 힘은 지구상에서는 중력의 100만~10억 분의 1에 불과해 쉽게 측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힘은 은하계 규모에서는 암흑물질이 없어도 회전 은하단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그런데 문제는 마에더 교수의 ‘규모 불변성’ 가설이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배치된다는 점이다. 물질과 에너지가 시공간의 구조를 결정한다는 내용의 일반상대성이론은 최근 100여 년간 관측에 의해 사실로 확인되었다.

이 문제에 대해 마에더 교수는 일반상대성이론을 수정하거나 반박하지 않고 새로운 수학적 도구인 ‘코텐서 분석(cotensor analysis)’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통해 ‘규모 불변성’ 가설을 적용한다.

마에더 교수는 “나의 새 모델은 관측에 의해서도 뒷받침 된다”면서 “이를 지지하는 관측 사실이 적어도 10개쯤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정도면 만족할 만하지만 완벽하게 확증하기 위해 할 일이 더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안드레 마에더 교수. 출처: 제네바대학 '별의진화' 연구 그룹 사이트.

논문에 인용된 관측 사실 중에는 은하의 회전 속도가 있다. ‘규모 불변성’ 가설에 근거한 새 모델은 암흑물질을 가정하지 않아도 관측되는 은하계의 속도가 도출된다는 것이다. 또한 마에더 교수의 새 모델은 은하단 내에서 놀랍도록 속도가 빠른 은하들에 대해서도 잘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마에더 교수는 새 모델은 특히 아직까지 과학자들이 설명하지 못한 ‘우주의 가속 팽창’을 설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가속 팽창’은 암흑 에너지(dark energy)라는 신비한 효과 때문이라고 간주되고 있다. 새 모델에 따르면 사실상 암흑 에너지도 필요없는 셈이다.

하지만 천문학계는 마에더의 이론의 타당성을 확신하지 못한다. 미국 프린스턴대학 천체물리학과 데이비드 스퍼겔(David Spergel) 교수는 “일반상대성이론을 대체할 모델은 지금까지의 모든 우주론적 관측 사실들과 부합해야 한다”면서 “마에더 교수의 모델은 중요한 관측 사실들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스퍼겔 교수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마에더 교수의 모델이 우주배경복사(CMB)를 설명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빅뱅 이후 38만 년쯤에 생긴 복사가 우주 팽창과 함께 점차 식어 마이크로파 형태로 관측되는 우주배경복사는 미세한 비등방성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전자기파와 상호작용하지 않는 암흑물질 존재의 중요한 증거로 간주된다.

런던임페리얼칼리지의 천체입자물리학자인 패트 스콧(Pat Scott)은 마에더의 모델은 중력렌즈 효과를 설명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은하단에서 관측되는 중력렌즈 효과는 암흑물질의 존재 없이 설명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마에더 교수는 자신의 이론을 지지해줄 더 많은 관측 데이터를 조만간 제공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연구를 계속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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