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윤의 비트코인 방랑기(3)
정세윤의 비트코인 방랑기(3)
정 세윤
승인
2018.04.28 00:00 | 최종 수정 2018.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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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의 가치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탈중심화와 네트워크 효과이다. 출처 : 코인센터럴닷컴
2017년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하자 대한민국 법무부에서 거래소 폐지론을 들고 나왔다. 법무부의 논리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소스코드가 모두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6000만 원으로 같은 것을 만들 수 있으며 수백조 원에 이르는 가상화폐들의 시가총액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사기이며 ‘바다이야기’와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6000만 원으로 비트코인과 유사한 것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맞다. 더 싸게도 가능하다. 필자가 본 서비스는 1비트코인(현시가 약 1000만 원)으로 새로운 블록체인을 만들어 준다. 채굴 방식, 블록 생성 시간 등을 맞춤형으로 주문할 수 있으며 주문자는 새 코인에 대한 마케팅을 하고 코인 로고만 만들면 된다. 그러나 이 새 코인이 비트코인과 ‘같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난센스다. 그 이유는 네트워크 효과와 탈중심화에 있다.
네트워크 효과란 사용자들이 많을 때 어떤 물건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핸드폰을 보자. 나 혼자만 핸드폰을 보유하고 있다면 이 핸드폰은 어떤 가치도 없다. 통화할 사람이 없으니까 말이다. 열 명쯤 되는 사람들이 핸드폰을 쓴다면 무전기와 유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수십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핸드폰을 쓰게 되면 생활 필수품이 된다.
네트워크 효과는 ‘돈’에 특히 더 크게 적용된다. 어떤 돈에 신뢰를 가진다는 것은 신을 믿는다라든가 정치 지도자를 믿는 것과는 약간 다르다. 돈을 믿는 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믿는 것을 믿는 것'이다. 로마 제국의 데나리우스 은화나 솔리두스 금화는 로마제국의 적들에 의해서도 널리 사용되었다. 로마 제국의 적들은 심지어 전쟁 중에도 로마의 돈을 사용했다. 로마의 돈이 가장 널리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전 세계의 거래소에서 가장 활발히 거래되는 가상 화폐다. 수많은 개발자가 비트코인 소스코드를 개선하고 비트코인 지갑의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비트코인은 또한 많은 기업과 상인들이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법무부가 6000만 원을 들여 비트코인 유사품을 만든다고 할지라도 이 코인이 비트코인과 ‘같은 것’이 될 가능성은 없다.
비트코인의 가치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탈중심화이다. 40대인 필자가 초등학교 시절 짜장면 1그릇의 가격은 500원이었다. 지금은 5000원쯤 한다. 원화의 가치는 그간 10배가 희석되었던 것이다. 원화 같은 법정화폐는 정부라는 발행자가 있다. 정권을 잡은 정치인은 경제 활성화나 기업지원 등의 명목으로 법정화폐의 발행량을 늘리려는 경향이 있으며 실제로 그렇게 해왔다.
비트코인은 다르다. 비트코인의 발행량은 2100만개로 고정되어 있으며 비트코인 사용자 전체가 동의하지 않으면 늘릴 수가 없다. 비트코인의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는 심지어 사라지기까지 했다. 비트코인의 운명에 자신의 영향력이 개입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대안코인들은 지도자들이 있다. 지도자들은 각 코인들의 개발을 독려하고 외부협력을 이끌어내는 등 긍정적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자의적으로 코인의 운명을 정하기도 한다. 다오(THE DAO) 해킹사태가 나자 이더리움 개발진들은 블록체인에 가짜 거래내역을 전파해 해커에게 해킹당한 이더리움을 되찾았다. 미국이 쿠바와 거래하는 외국은행을 규제하고 천문학적인 벌금을 내리는 것과 별 다른 것이 없는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비트코인도 마운트곡스, 비트파이넥스 해킹 등을 겪었지만 비트코인 개발자 누구도 블록체인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설령 그렇게 주장했다 하더라도 비트코인 사용자들에 의해 거부되었을 것이다.
비트코인은 한 개인이나 집단의 이해에 의해 영향을 받는 법정 화폐에 대한 비판으로 등장한 것이기 때문이다. 2009년 비트코인 탄생 이후 수많은 대안 가상화폐들이 나왔지만 그 어떤 것도 비트코인의 시가총액, 거래량, 명성에 미치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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