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디지털 기사 캡처]

시진핑은 도널드 트럼프에 비해 더 신뢰할 수 있는 무역 파트너로 보인다.

2026년 말, 시진핑은 세계 경제의 5분의 3을 조금 넘는 규모의 정상들을 위해 성대한 공식 연회(年會) 만찬을 주최할 예정이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2024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에서 열리며, APEC 정상회의는 중국의 위상을 바꿔놓을 계기가 될 것이다.

시진핑은 세계가, 특히 아시아 국가들이 중국을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경제 파트너로 인식되기를 바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과의 무역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암묵적으로 대비된다.

중국은 이미 2025년에 이러한 전략의 조짐을 보여주었다. 10월 말, 중국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 자유무역협정을 업그레이드한 개정 협정을 체결했다. 중국이 동남아 국가들을 이 협정에 동의하도록 만든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동안 이들 국가는 중국이 저가 상품을 역내에 덤핑하여 자국 제조업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이번 개정 협정은 실제로 동남아시아국가들이 중국의 과잉 생산품 수출을 막기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지정학적 위험의 중심 원천이 된 세계에서, 소규모 국가들은 선택지가 거의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비교할 때, 시진핑 주석은 훨씬 더 믿을 만한 경제 파트너로 보인다. 내년에 중국은 걸프 국가들, 스위스, 그리고 한국과 새로운 무역 협정을 체결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2025년 6월, 시진핑은 아프리카로부터의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일방적으로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불과 몇 달 뒤,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자유시장 정책을 시행하는 대가로 미국 소비자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던 프로그램을 폐지했다.

중국이 더 야심차게 추구하는 목표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이다. 이 협정은 한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 지역의 경제 중심을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동시키기를 기대했던 협의체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첫날에 이 협정에서 탈퇴했다.

일본과 호주는 최근 기억 속에서 중국의 경제적 압박을 받은 경험이 있어, 중국의 가입을 고려하는 것조차 꺼리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무역 장벽이 높아짐에 따라, 이들 국가의 결심도 흔들릴 수 있다. 2026년 말쯤에는 중국이 TPP에 가입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국의 경제 외교 성공 여부는 APEC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21개국으로 구성된 이 조직은 평소에는 크게 주목 받지 못한다. 1990년대 초 호시절에 태평양 연안 국가들의 무역 자유화를 위해 설립되었지만,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 때 자유 무역 사명이 좌초되었고, 그 이후 회복되지 못했다.

대부분의 해에는 정상들이 경제 문제를 논의하는 연례 포럼으로서 형식적으로 이어질 뿐이며, 미국과 중국의 대통령이 정기적으로 참석하는 몇 안 되는 국제회의 중 하나이다.

하지만 APEC은 중국과 같은 거대 경제국이 주최할 때 본격적으로 활기를 띤다. 주최국이 된다는 것은 해당 연도에 수십 차례의 경제 정책 회의를 주재한다는 뜻이며, 의장국은 회의 의제를 설정한다. 강대국들은 종종 이를 자국이 선호하는 경제 모델을 홍보하는 데 활용한다.

중국 경제 관료들은 2026년 APEC 의제를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지 아직 밝히지 않았지만, 그들이 회원국들의 경제와 자국 경제를 긴밀히 연결하려 할 것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는 미국이 회원국들과의 관계를 끊어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중국은 APEC 회원국뿐 아니라 더 멀리 떨어져 있는 국가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특히 두 가지 분야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할 수 있다. 바로 인공지능과 기후변화이다.

미국이 “AI 경쟁에서 승리했다”는 점을 자랑해온 반면, 중국의 인공지능 외교는 이 기술을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개도국·신흥국)에 도약의 발판을 제공하는 수단으로 제시해왔다.

기후 문제에서도 중국은 책임 있는 당사자 역할을 하며, 다소 완만한(제한적인) 수준의 배출 감축 목표를 내놓았다. 이는 지구온난화가 ‘사기’라고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 비교하면 매력적으로 보인다.

미국은 여전히 훼방꾼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환적”(trans-shipped, 물품을 제3국을 거쳐 다시 다른 나라로 보내는 것. 하지만 국제 무역 규범에서 정확히 어디까지를 환적이라 보는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옮긴이 주) 상품에 4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것은, (적용 범위와 기준이 불명확해) 여전히 모호하다. 환적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 관계가 악화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그 메커니즘을 이용해, 중국과 새로운 무역 협정을 체결한 국가들을 (중국과의 경제적 연계를 이유로 제재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고 본다. 이는 미국이 신뢰할 만한 경제 파트너라는 평판을 더욱 떨어뜨릴 뿐이다.

- 애린 코넬리, 『The Economist』 아시아 외교 담당 편집자 겸 싱가포르 지국장 -

조송원 작가

<작가/본지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