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일 시인, 첫 시선집 《용을 낚는 사람들》 펴내 ... '견고한 삶의 장력과 평화로운 삶의 지평'

등단 이후 43년간 7권의 시집에서 30편씩 가려뽑은 210편 수록

조송현 대표기자 승인 2024.04.02 12:31 | 최종 수정 2024.04.02 12:56 의견 0

박태일 시인이 첫 시선집 《용을 낚는 사람들》(소명출판)을 펴냈다.

이 시선집은 1980년부터 2023년까지 펴낸 7권의 시집에서 각 30편씩 모두 210편을 엄선해 수록한 시집이다. 시인의 40여 년에 걸친 시적 여정을 담고 있으며, 우리말의 결과 가락을 잘 살려 쓴 시인으로 알려진 박태일의 시 세계를 오롯이 보여준다.

표제시 〈용을 낚는 사람들〉은 제7시집 《연변 나그네 연길 안까이》에 실린 작품으로 두만강 줄기 연변겨레자치주 재중겨레의 삶과 오늘을 곡진히 그린다.

표사는 박 시인의 중앙일보 신춘문예 심사를 맡았던 황동규 시인이 썼다.

'한 뛰어난 시인과 그의 시 세계가 오랫동안 반쯤 묻혀 있었다. 1980년 신춘문예에 당선된 후 지금까지 한결같다. 그는 우리 삶의 비극적 양상과 그 비극의 정화를 시의 핵심인 노래를 바탕으로 추구해온 시인, 자꾸 산문화되는 세상에서 응당 받아야 할 주목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것이다.

그 노래 속에서 우리 민족의 치유하기 힘든 아픔도 정화된다. 하나만 예로 들자. 거창은 좌우가 갈려 서로를 학살한 민족적 아픔의 대표적 장소 가운데 하나다. 어느 한쪽을 편들어 상대방을 추궁하자면 한이 없을 것이다. 그 아픔은 정화시키는 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다. 그런 상황을 박태일의 〈거창노래〉 연작시의 마지막 시처럼 노래로 녹여낸 경우를 본 적이 있는가?

돌에 돌이 부딪쳐 불을 이루고
그 불에 다쳐 파란
돈냉이 비름 비비추 언덕
거창도 가조 들 보리밭 매운 흙 속
싸륵싸륵 총검이 녹스는 소리
한 시대가 무장 푸는 소리.

박태일의 '노래'는 지역어들까지 녹여낸다. 백석 시의 지역어들이 토속 생명의 맛을 보여준다면 박태일의 지역어는 그 맛에다 노래의 흥취와 압축을 돋구는 기능까지 발휘한다. 이 산문의 시대에 박태일은 잊지 말고 되돌아봐야 하는 존재인 것이다.'

풀이는 '견고한 삶의 장력과 평화로운 삶의 지평-박태일의 시세계'란 제목으로 문학평론가 이숭원 교수가 썼다. 이 교수는 "견고한 삶의 장력을 통해 존재의 비극성을 넘어서서 언어와 풍속과 마음이 어우러진 평화로온 삶의 지평을 제시했다. 그의 시 창조의 역사는 이러한 경로를 보여준다."고 박 시인의 시세계를 풀이했다.

박 시인은 머리말에서 이 시선집에 수록된 시가 원전임을 선언했다.

'시선집을 위해 작품을 올리면서 이즈음 생각에 따라 손질을 한 곳이 있다. 창작 무렵의 언어 감각이나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옛날에 지나쳤던 잘못과 실수, 무지를 뒷날에 고치는 격이다.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 따라서 지난 창작시 가운데서 시선집에 실은 작품 원전은 이제 이 안의 것이 되는 셈이다.'

1954년 생으로 올해 일흔인 시인에게 이번 시선집은 칠순 기념시집인 셈이다. 등단 이후 43년간 7권의 시집에 이어 시선집을 낸 시인은 다시 신발끈을 묶는다.

'이제 시선집이라는 매듭을 지나 다음 길로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다. 아는 이 모르는 이 없이 오랜 세월 많은 분이 고맙게도 자신의 시집이며 문학 책을 보내주었다. 일일이 답장하지 못했다. 내 시를 읽든 읽지 않든, 챙기지 못한 그런 분들에게 이 한 권이 뒤늦은 인사로 닿기 바란다. 사람 나이 일흔에 신끈을 다시 묶는다. 더 힘을 내야 하리라.'

박태일 시인

박태일 시인은 1954년 경남 합천군 율곡면 문림리 태생.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과정을 마쳤다.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미성년의 강〉이 당선하여 문학사회에 나섰다. 시집으로 《그리운 주막》, 《가을 악견산》, 《약쑥 개쑥》, 《풀나라》, 《달래는 몽골 말로 바다》, 《옥비의 달》, 《연변 나그네 연길 안까이》을 펴냈다. 연구·비평서로 『한국 근대시의 공간과 장소』, 『지역문학 비평의 이상과 현실』, 『경남·부산 지역문학 연구 4』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몽골에서 보낸 네 철』, 『시는 달린다』, 『지역 인문학: 경남·부산 따져 읽기』 등을 냈다. 김달진문학상·부산시인협회상·이주홍문학상·최계락문학상·편운문학상·시와시학상을 받았다. 2020년 정년을 맞아 한정호·김봉희가 엮은 박태일 관련 비평집 『박태일의 시살이 배움살이』가 나왔다. 현재 경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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