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CBS : 조송현의 과학 토픽】초신성은 지구 생명의 다양성을 촉진했다!

조송현 승인 2024.10.08 20:36 의견 0

Q1. 오늘은 어떤 얘기를 들려주실 건가요?

--> 초신성, 슈퍼노바 얘기를 할까 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지구 생명체에게 초신성은 어떤 의미인가?쯤 되겠습니다.

Q2. 우리에게 초신성은 어떤 의미인가? 주제가 철학적인 느낌을 주네요. 초신성 사진을 보면 장엄한 아름다움, 경이롭고 신비롭다는 느낌을 갖게 되지만, 그게 지구 생명체에 영향을 준다는 생각은 못 해본 것 같습니다. 연구 출처부터 소개해주시죠.

-->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대학(UC) 산타크루즈의 케이틀린 노지리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에 게재한 내용입니다. 유니버스 투데이사이언스 얼러트 등 과학전문 매체에도 많이 소개되었습니다.

Q3. 그러고 보니 예전에 ‘인간은 초신성의 후예’라는 말을 이 시간에 들은 게 생각납니다. 오늘 주제와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 초신성이 뭔지, 그리고 이 말의 의미가 뭔지를 다시 한번 얘기해주세요.

-->노바(Nova)는 신성, 새로운 별이라는 뜻인데, 이 용어를 처음 쓴 과학자는 티코 브라헤입니다. 그는 1572년에 카시오페아 자리에서 초신성을 발견하고 nova stella라고 이름붙였죠. 요즘은 강력하다는 뜻의 Super를 붙여 슈퍼노바라고 합니다. 잘 알려진 대로 초신성은 태양보다 30배 이상 큰 별이 생명을 다할 때, 핵융합 엔진이 꺼져 더는 빛을 생산하지 못할 때 거대한 중력붕괴가 일어나 폭발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때 먼지 등 별의 잔해가 온 우주로 퍼져나가죠. 그 잔해, 먼지들이 모여 새로운 별과 행성을 만들죠. 지구도, 지구의 생명체도 초신성의 잔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초신성의 후예’라는 말이 성립되는 겁니다. 이 말은 칼 세이건이 TV 시리즈 ‘코스모스’에서 “우리는 별의 물질로 만들어졌다. We are made of star stuff”라고 한 데서 과학자와 과학커뮤니케이터들 사이에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Q4. 그렇군요. ‘우리는 별의 물질로 만들어졌다’는 말이나 ‘인간은 초신성의 후예’라는 말은 같은 맥락 같은데, 이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를 소개해주시죠.

--> 우리 몸을 이루는 원소를 비중 순으로 열거해보면, 산소, 탄소, 수소, 질소, 칼슘, 인, 칼륨, 황, 나트륨, 염소, 마그네슘, 그리고 소량으로 크롬, 구리, 철, 실리콘, 아연 등이 있습니다. 근데 이 우주에는 빅뱅으로 생긴 원소는 수소, 헬륨이 대부분이고 아주 소량의 리튬이 있습니다. 오늘날 이들이 전체의 98%를 차지합니다. 근데 지구에만도 90여 종의 원소가 있는데 이들은 다 어디에서 왔을까요? 바로 별이죠. 수소와 헬륨이 뭉쳐져 핵융합반응으로 리튬보다 더 무거운 원소들, 베릴륨, 붕소, 탄소, 질소, 산소 등 26번의 철까지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철보다 더 무거운 원소들 코발트, 니켈, 구리, 아연, 주석 등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이들은 바로 초신성 폭발로 만들어졌거든요. 초신성 폭발은 이미 별에서 만들어진 철 이하의 원소와 함께 철보다 더 무거운 원소를 즉각 만들어 온 우주로 날려보낸 것입니다. 우리 몸에는 별에서 만들어진 원소와, 초신성 폭발로 생성된 원소를 다 갖고 있습니다. 별이 폭발하지 않았다면, 초신성이 없었다면 우리 같은 생명체는 존재할 수 없었겠죠.

Q5. 설명을 듣고 보니 확실히 이해가 됩니다. 우리 지구에 존재하는 많은 물질들이 우주 어딘가의 별에서 온 것이로군요.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보죠. 초신성 폭발이 지구 상명체의 다양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건데, 그 근거가 되는 기본적인 발견을 소개해주시죠.

--> 이들 연구의 핵심은 초신성에서 방출돼 지구에 온 우주 방사선량을 측정해 그것이 지구 생명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정도인가를 추정한 것입니다. 참고로 우주 방사선(cosmic radiation)은 우주에서 지구에 도달하는 방사선인데 고에너지 입자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물론 태양에서 오는 방사선은 태양 방사선(Solar cosmic radiation)이라고 하고, 주로 전자, 양성자, 헬륨핵으로 구성돼 있죠. 감마선, X선 같은 에너지가 높은 전자기파나 입자들이기 때문에 지구자기장을 뚫고 들어와 생명체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지구 해저 퇴적물에는 2개의 철 동위원소 Fe-60 퇴적물 층이 있는데, 하나는 200만~300만년 전, 다른 하나는 500만~600만년 전의 초신성 폭발로 날아온 겁니다. Fe-60은 초신성 폭발로만 생기는 원소이거든요. 연구팀은 이 퇴적물 층을 연구해 초신성 폭발을 예측했습니다. 200만~300만 전의 퇴적은 어퍼 산타우루스 루푸스(140pc), 혹은 투카나 호로로지엄(70pc)에서 폭발한 초신성에 의한 것이며, 500~600만년 전의 퇴적은 지구가 우리 은하의 ‘로컬 버블(Local Bubble)’에 들어가 생긴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Q6. 우리 은하의 로컬 버블, 국부적 거품인가요? 지구가 우리 은하의 거품 안에 들어갔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 태양계는 우리 은하 중심을 향해 공전하잖아요? 근데 지구는 약 500만, 600만년 전에 로컬 버블(오리온 팔에 위치)에 들어갔다고 해요. 문제는 그 거품, 로컬 버블이 뭐냐는 건데, 이 거품은 초신성이 폭발로 생긴 고방사선 지대라는 겁니다. 이 거품지대는 지난 1500만년 동안 15번의 초신성 폭발이 있었고, 지난 600만년 동안 9번의 폭발이 있었다고 해요. 연구팀은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동안 이들 초신성 폭발로 인해 지구에 방사된 방사선의 양을 계산했습니다.

Q7. 방사선의 양이 어느 정도였을까, 600만년 전이라면 당시 지구에는 이미 포유류와 조류가 번성하는 등 많은 생물들이 살았을텐데요.

--> 방사선 흡수선량의 단위는 그레이(Gy)인데, 초신성까지 거리와 흡수선량은 당연히 반비례하겠죠. 연구팀은 “생명체를 멸종할 만큼 강력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DNA에 이중가닥을 절단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DNA 이중가닥을 절단한다는 것은 DNA의 변형이고 이는 곧 변종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이죠. 결론적으로 200만~300만년 전과 500만~600만년 전의 초신성 폭발로 인한 방서선이 지구 생명체의 변종에 영향을 미쳤고, 오늘날 생태계를 만들었다고 요약됩니다. 어쩌면 먼 과거에 초신성 폭발이 지구 생명체의 진화 사슬에 (진화론으로 풀리지 않는) 중요한 역할을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 본지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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