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뉴스 캡처]
#1. 주제(紂帝, 후에 주왕으로 격하됨)는 타고난 바탕이 총명하고 말재간이 뛰어났을 뿐 아니라, 일처리가 신속하고, 힘이 보통 사람보다 훨씬 뛰어나서 맨손으로 맹수와 싸울 수 있었다. 또한 그의 지혜는 신하의 간언이 필요하지 않를 정도였으며, 말재주는 자신의 허물을 교묘하게 감출 수 있을 정도였다.
그는 자신의 재능을 신하들에게 과시하여 천하에 그의 명성을 드높이려고 하였으며,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 못하다고 여겼다. 술과 음악을 지나치게 좋아했으며, 여자를 좋아하였다. 특히 달기(妲己)를 총애하여 그녀의 말이면 무엇이든 들어주었다.
그는 사연(악공)에게 음탕한 악곡을 작곡하게 하고, 창기원(娼妓院)에서 추는 것과 같은 저속한 춤과 음탕하고 퇴폐적인 가락을 새로 만들도록 하였다. (…) 술로 연못을 만들고, 빽빽하게 들어찬 나무들처럼 고기를 매달아놓고서 벌거벗은 남녀들이 그 안에서 서로 쫓아다니게 하면서 밤이 새도록 술을 마시며 놀았다.
이러한 주(紂)의 행동 때문에 백성들의 원망이 높아가고 배신하는 제후들도 나타나자, 주는 형벌을 강화시켜서 포격(炮格. 기름을 칠한 기둥 아래 불을 피워놓고, 죄인에게 기둥 위를 걷게 하여 떨어지면 불에 타죽게 하던 형벌)이라는 형벌까지 만들어냈다.
(…)주왕은 갈수록 음란해져갔다. 미자(微子)가 몇 번이나 간언했어도 주왕이 들으려 하지 않자, 은나라를 떠났다. 그러나 비간은 “신하는 죽더라도 임금께 충간해야 한다”면서 계속 주왕에게 간언하였다. 그러자 주왕이 진노하여 “성인(聖人)의 심장에는 구멍이 일곱 개나 있다고 들었다”라고 하면서, 비간을 해부하여 그의 심장을 꺼내보았다. 기자(箕子)는 너무나 두려운 나머지 미친 척하여 남의 노비가 되고자 했지만, 주왕은 그를 잡아가두었다.
마침내 주나라의 무왕이 제후들을 거느리고 주(紂)를 정벌하였다. 주도 군대를 일으켜 목야에서 대항하였으나, 갑자일(甲子日)에 그의 군대가 패하였다. 주는 성으로 도망쳐 들어와 녹대로 올라가서 보옥(寶玉)으로 장식한 옷을 뒤집어쓰고 불 속으로 뛰어들어 자살하였다. 무왕은 주의 목을 베어 대백기(大白旗)에 매달았고, 달기도 처형하였다. -사기본기(史記本紀)/은본기(殷本紀)-
#2. 타인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사이코패스라고 부른다. 이들의 MRI 영상을 살펴보면,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특정 뇌 부위의 회색질이 일반인에 비해 현저히 적다.
또한 통증, 자극, 불안, 공포의 감정과 강하게 관련된 편도체와 복내측 전전두피질 간의 기능적 연결이 낮은 상태임을 고려해보면, 사이코패스와 일반인 간에는 두드러진 신경학적 차이가 존재한다.
그런데 흔히 공감 능력이 거의 없다고 알려진 사이코패스에게서 역으로 정교하게 타인의 욕구를 이해하는 능력이 관찰되기도 한다. 사이코패스는 어떤 면에서는 편향적으로 공감을 하는 일반인들에 비해 타인을 더 객관적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실제로 정치와 종교 분야의 지도자 중에서 타인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가 존재할 확률이 다른 분야에 비해 현저하게 높다고 한다. 다시 말해 타인을 이해하고, 그들을 위해 이타적으로 실천하는 것은 공감 능력과 별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타인을 이해하는 사이코패스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사이코패스의 비윤리성이 후천적인 조건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다. 즉, 타인을 이해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결과가 사람을 폭력적인 성향을 지닌 사이코패스로 만들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반대로 선천적으로 사이코패스와 유사한 뇌구조를 가지고 태어났을지라도 타인을 배려해야 하는 상황에 지속적으로 놓인다면, 오히려 타인에 대한 정교한 이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김학진 외/『이타주의자』/「이타주의를 추구하는 이기적인 뇌」/사이코패스의 뇌-
#3.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논어/옹야20-
필자가 본 모든 논어 해설서에서 위 문장의 ‘목적어’를 밝히지 않고 있다. 기껏 ‘도(道)’ 정도로 언급하기도 한다. 공자는 관념론적인 철학자가 아니다. 현실 정치에 깊이 관여한, 현실적인 인물이다.
하여 필자가 판단하기에는, 이 구절은 특정 하나의 목적어를 염두에 두기보다는, 윤리적이고 도덕적 가치에 포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개방적 표현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효, 형제간의 우애, 친구간의 신의, 황금률 등을 목적어로 사용하면 뜻이 분명해질 것이다. 함의가 깊다. 다른 글에서 다루기로 하고, 여기서는 일단 접어둔다.
유교의 성군(聖君) 사상, 플라톤의 철인왕, 불교의 내성외왕(內聖外王)은 모두 한갓 바람일 뿐이다. 군주가 폭정을 행해도 제어할 체계적 장치가 없다. 플라톤 스스로도 철인왕의 이상이 현실에서 실현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불교는 통치자가 내면적으로 깨달음을 얻고 외적으로 바른 정치를 펼쳐야 한다고 하지만, 통치자의 개인적 성찰이 없는 경우 폭정으로 치달아도 대응책이 없다.
‘축의 시대’에서 3,000여 년에 걸쳐 진화해 온 인류의 지혜가 리더에 대한 ‘탄핵’이라는 사회 제도이다. 윤석열에게 성군이나 철인왕이나 내성외왕이 되기를 바라서 대통령에 당선시켰을까? 그가 헌재에서 탄핵이 기각이나 각하가 되면, 개과천선할까?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
‘법대로’야 탄핵이 명백하지만, ‘법대로’하지 않는 괴이한 판사와 그 판사와 짝하는 기괴한 검찰이 내란 수괴를 탈옥시키니, 끔찍한 상상에 진저리를 칠 수도 있다. 하지만,
때 이르게 개구리 한 마리가 폴짝 뛰어나왔다고 섣불리 봄이 왔다고는 생각하면 곤란하다. 하지만 산야에 초목의 초록 움이 볼록통통해지고, 양지 녘 매화가 드문드문 필 때는 봄은 필지(必至)의 사실이다.
3월 20일(목), 이재용 삼성 회장이 이재명 대표를 만났다.
조송원 작가
<작가/본지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