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의 언젠가처럼
박 영 욱

지난날의 언젠가처럼
가슴 두근거리는 일들이
다시 생겨났으면...

가까운 동산에 올라
지는 해나 둥근 달을
다시 아이 눈으로 바라볼 수 있었으면...

지미페이지의 현란한 연주
알파치노의 푸스스한 얼굴
다시 처음이듯 빠져봤으면...

잊힐만하면 흐무럭거리는
뿌연 미망未忘의 잔재들
다시 내게 떠오르지 않았으면...

- 박영욱 시집, 부암동 빵집, 동행시선 032, 동행


시 해설

시인은 각 연의 끝에 후렴처럼 ‘~생겨났으면...’, ‘~있었으면...’, ‘~빠져봤으면..’으로 과거의 아쉬움을 표현하다가 마지막 4연에서는 ‘~않았으면..’ 으로 지난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사실이기에 발행하기를 바라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날의 언젠가처럼 가슴 두근거리는 일들이 다시 생겨’나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가까운 동산에 올라 지는 해나 둥근 달을 다시 아이 눈으로 바라볼 수 있’으면 또 얼마나 좋을까, 게다가 ‘지미페이지의 현란한 연주 알파치노의 푸스스한 얼굴 다시 처음이듯 빠져봤으면’ 좋겠다고 한다.

영국 출신 유명 기타리스트인 지미 페이지(1944~)의 현란한 연주를 생각하고, 영화 ‘대부’에서 잊을 수 없는 강렬한 명연기를 보인 미국 출신 알파치노(1940~)는 얼굴도 떠올리면서 ‘다시 처음이듯 빠져봤으면’ 좋겠다는 시인의 추억을 회상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아쉬움을 열거하다가 잊힐만하다가도 다시 떠 오르는 뿌연 잔재들은 다시 내게 떠오르지 않기를 기원하는데 시인의 심리 저변에는 그 시절에 발생한 사실을 다 묻어버리고 싶을 만치 강렬하게 도사리고 있고 세월이 약이라는 말의 약효를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같다.

조승래 시인

◇ 조승래 시인은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이사, 문학의 집 서울 이사,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시향문학회와 시와시학 문인회 회장, 가락문학회, 함안문인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취미생활로는 검도를 하고 있다(대한검도회 영무검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