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돌

이 광

띄엄띄엄 이어놓아 물길을 끊지 않고
흐르는 물도 비켜 길 한쪽 내어준다

여울진 생을 앞서간
그가 나를
부른다


징검돌은 물길을 끊지 않고 사람이 내를 건널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합니다. 둑처럼 쌓아 물길을 막았다면 물은 고이면서 본래의 정기를 잃고 말겠죠. 징검돌이 물길을 막지 않았기에 물은 살짝 비켜 가면서 서로 살을 맞대며 경쾌한 아카펠라의 화음을 들려줍니다. 자연과 인위가 잘 어우러진 모습이지요. 여기서 징검돌은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주는 헌신의 면모를 보이기도 하고, 새 길을 열어나간 선구자의 발자취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 작품을 발표하고 나서 선배 여류시인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절명시 같아서 깜짝 놀랐다는 말씀이었죠. 종장 전구 ‘여울진 생을 앞서간’은 누군가 먼저 이승을 하직했다는 뜻이고, 후구에서 ‘그가 나를/부른다’라고 했으니 그 부름이 죽음을 예감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걱정하지 마시라고 하며 ‘나를 부른다’ 대신 ‘나를 이끈다’라고 고치겠다고 말씀드렸죠. 다시 생각해 보니 이끈다는 것도 따라간다는 걸 전제하는 것이라 바꾼다고 달라질 게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본래대로 하기로 하고 작가가 그런 의미로 쓰지 않았다면 결코 절명시는 아니라는 쪽으로 생각을 굳혔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아직 죽을 생각은 없습니다.

이광 시인

◇이광 시인 : ▷200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부산시조 작품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나래시조문학상 수상 ▷시조집 《당신, 원본인가요》, 《소리가 강을 건넌다》, 《바람이 사람 같다》, 현대시조 100인선 《시장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