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부는 바람

이송희

세상에
바람이 분다

칼바람에
나무들이 온몸을 떤다
오랫동안 품었던 고운 잎사귀들,
모두 흩날려 사라진다

바람은
나무가 미운 것이 아니었다
세상이 너무 괘씸해
마구 떠돌았을 뿐
나무가 이렇게 아플 줄은
정말 몰랐다
미안했다

나무가
몸을 떨며 우는 것도
바람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무는 오히려 바람을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세상을 위한다면
잎사귀쯤 떨어져도 괜찮다
칼바람이
언젠가 미풍으로 돌아온다면

이송희 시인

◇ 이송희 시인

▷2007년 미주아동문학 동시 등단
▷2008년 뿌리문학 시 등단
▷수상 : 문학공간 신인문학상, 경희해외동포문학상, Famous Poets Free Poetry Contest 영시 입상, 황순원디카시공모전 수상, 대한민국통일예술제 문학대상, 에피포도문학상 본상
▷한국디카시인협회 시애틀지부장, 서북미문인협회 이사, 미주문인협회 이사
▷시집 《나비,낙타를 만나다》, 동시집 《빵 굽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