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택 평전 – 아이행복 세상을 위한 혁명』표지

한국 유아교육의 혁신적 전환을 이끈 생태유아교육학자이자 실천가인 임재택(76) 부산대학교 명예교수의 삶과 사상을 총체적으로 조명한 『임재택 평전 – 아이행복 세상을 위한 혁명』(인타임)이 출간됐다.

이 책은 생태유아교육 학자이자 실천가인 임재택 교수의 삶과 사상을 깊이 있고 균형 있게 조명한 평전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된 편년체(編年體) 형식으로, 그의 인생과 학문적 여정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저자는 치열한 현장감각을 지닌 베테랑 저널리스트로, 인물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선을 기반으로 평전을 집필했다. 그는 임재택 교수의 학문적 여정을 ‘한국 유아교육의 코페르니쿠스’라는 별칭으로 정의하며, 단순 기록을 넘어 한 시대 혁신의 본질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기자적 열정과 과학도의 사유를 겸비한 저자는, 수십 년의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임재택 교수와의 인터뷰는 물론, 그를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의 목소리, 수백 편에 이르는 논문과 저서, 그리고 수많은 언론보도를 일일이 확인·인용하여 평전의 밀도를 한층 높였다.

이 책의 진가는 세밀한 자료 조사와 균형 잡힌 해석 자체를 넘어선다. 저자는 임재택 교수가 어떻게 불평등한 기존 유아교육 체계에 문제의식을 갖고, 우리 전통의 생명사상과 평등 이념에 뿌리를 둔 ‘생태유아교육’ 운동을 일으켰는지 과학적 성찰과 서정적 문체로 그려낸다. 광대한 시대 변화와 개인의 치열한 실천이 한데 어우러진 내러티브는, 마치 씨실과 날실이 정교하게 직조된 직물처럼 치밀하고 유려하다.

임재택 교수는 우리나라 유아교육의 제도 개혁과 내용 개혁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교육학자이자, 생태유아교육 운동의 선구자다. 그는 한국 유아교육이 제도는 일제(日製), 내용은 미제(美製)에 의존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품었고, 오랜 탐구 끝에 이에 대한 대안으로 생태유아교육을 창시했다.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된 그의 평생 과업은 30년이 지난 2025년 현재 제도적·행정적 토대가 상당 부분 마련되는 성과를 거두었으나, 여전히 현장 적용과 법제화, 재정, 교사 자격 등 실질적 완성을 위한 과제(課題)가 남아 있는 ‘진행 중’의 여정이다. 내용 개혁의 측면에서는 그가 책임연구를 맡아 집필한 『자연과 아이다움을 살리는 생태놀이』가 2019년 개정 누리과정의 공식 놀이운영사례집으로 채택되는 결실을 맺었으며, 이를 계기로 전통 육아법에 기반한 생태유아교육이 부산 해운대구를 시작으로 세종시, 서울시 등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저자는 국제신문 기자와 논설위원을 거쳐 인터넷신문을 창간해 활동해온 저널리스트로, 신년기획 인물탐구 시리즈를 통해 임재택 명예교수를 ‘한국 유아교육의 코페르니쿠스’로 주목하게 되었다. 그의 학문과 삶을 기록해야겠다는 사명감에서 평전 집필을 결심했다. 저자는 이렇게 밝힌다.

“물리학도로서 내가 임재택 교수의 궤적에서 코페르니쿠스를 떠올린 이유는 분명하다. 코페르니쿠스가 우주관에 혁명적 전환을 가져온 것처럼, 임 교수는 유아교육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꾼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실내·수업·교사 중심의 기존 유아교육을 자연·놀이·아이 중심의 생태유아교육으로 혁신했다.”

저자는 ‘유아교육의 코페르니쿠스’라 불리는 임재택 교수가 생태유아교육을 창안하게 된 문제의식, 그리고 한국 유아교육 혁명의 불씨와 원동력이 무엇인지 집요하게 탐색했다. 그 여정은 그의 삶과 학문 전체의 궤적을 탐사하는 장정(長征)과도 같았다.

저자가 궁극적으로 찾아낸 한국 유아교육 혁명의 뿌리는 바로 아이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 평등사상과 생명사상이었다.

임재택 교수의 제도 개혁 운동은 모든 아이가 국가의 보살핌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평등의 신념에서 비롯되었다. 부유층 자녀뿐 아니라 모든 아동이 보호받고 교육받아야 한다는 확신으로, 그는 유보통합운동 등 제도 개혁을 위해 평생 치열하게 헌신해왔다.

또, 내용 개혁의 밑바탕에는 서양 중심 교육이 한국 아이들의 몸·마음·영혼의 조화로운 성장에 맞지 않다는 문제의식이 자리했다. 그는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교실에 갇혀 자란 아이들에게 나타난 아토피 현상에 주목하며, 이를 한국 유아교육의 구조적 문제를 경고하는 신호로 해석했다. 임 교수는 인위적이고 계획적인 교육을 넘어, 자연 속에서 토종닭처럼 뛰놀며 자란 자신의 경험과 전통 육아법에서 그 대안을 찾았다.

서양과 전통의 교육 방식 차이를 넘어, ‘아이를 어떤 존재로 보느냐’는 근본적 철학에 주목한 것도 특징적이다. 우리 조상들의 눈에 아이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존재’이자 한울님으로 여겨졌고, 이는 생명에 대한 존중과 조화라는 생명사상(生命思想)으로 이어진다.

임재택 교수는 자연의 섭리와 인간의 도리, 선조의 육아 지혜를 외면한 인위적인 유아교육이 아이들의 삶과 발달에 도움이 될 수 없다고 확신하게 되었고, 그리하여 생명유아교육, 생태유아교육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마침내 그는 ‘아이행복 세상’을 향한 학문적 혁명의 길에 몸을 던졌다.

저자가 탐사한 임재택 교수는 어떤 인물일까.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저자는 그의 삶과 학문을 탐사하는 여정에서 한국 유아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꾼 혁신적 학자이자, 집념과 열정의 운동가를 만났다. 아울러 아이에 대한 한없는 사랑으로 ‘아이행복 세상’을 위해 헌신하는 지행합일(知行合一)의 실천적 지성인을 만났다.”

좋은 평전(評傳)의 조건은 무엇보다도 사실에 입각한 철저한 자료 조사와, 인물에 대한 공정하고 통찰력 있는 평가다. 평전은 단순한 전기가 아니라, 한 인물의 생애와 사상, 그리고 그 실천의 의미를 비평적 시각으로 조명하는 장르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좋은 평전’의 기준을 충실히 충족한다.

『임재택 평전』은 읽는 즐거움 또한 놓치지 않는다. 저자의 호기심과 탐구 과정, 그리고 인물의 삶을 향한 날카로운 시선이 서사 곳곳을 관통한다. 그 결과, 한 인물의 이야기가 한국 유아교육의 역사와 혁신, 그리고 교육의 본질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로 확장된다.

초저출생이 전 사회적 고민이 된 오늘, 『임재택 평전』은 한 사람의 실천이 어떻게 시대를 움직였는지 보여주며, 교육의 본질과 미래에 대한 깊은 사유를 이끌어내는 소중한 기록이 될 것이다.

저자 조송현

저자 조송현은 현상 이면의 진실을 추구하는 물리학도이자 저널리스트. 상대성이론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뒤 유학을 준비하다 돌연 국제신문사에 입사해 26년간 신문밥을 먹었다. 경제부장 사회부장 정치부장 뉴미디어국장을 거쳐 논설위원을 끝으로 정년퇴임 한 뒤 인터넷신문 인저리타임을 창간해 운영 중이다. 2015년 동아대에서 국제학(글로벌커뮤니케이션 전공) 박사학위를 받고 국제전문대학원에서 7년간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과학교양서 『우주관 오디세이』(부산과학기술협의회, 2013), 『4차 산업혁명 시대 과학과 인문학의 대화』(공저, 부산과학기술협의회, 2017), 『재송마을 이야기』(공저, 부산연구원, 2019)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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