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뒤 가진 업무 오찬 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써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전달한 메시지 [대통령실 제공]

실로 어마어마한 내용이다. 어떤 국가 원수가 상대 국가 원수에게 이 정도로 극찬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하물며 패권국의 행태를 보이는 세계 최강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동양의 강소국(强小國) 대한민국의 이재명 대통령을 이렇게까지 높이 평가한단 말인가!

정상회담 직후 정부 간에는 공동 보도자료(communiqué)나 공식 성명 발표가 일반적이다. 개인 간의 친필 메시지는 공식 의례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건넨 친필 메시지는 개인적인 신뢰와 지지를 강조하는 제스처이다.

강대국의 대통령이 강소국의 대통령에게 외교 프로토콜에도 포함되지 않는 친필 메시지로 아부할 턱이 없다. 정상회담을 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이란 인물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음이 분명하다. 하여 변덕스럽지만 순간적 판단이 빠르고 직설적인 성격이므로, 트럼프 대통령은 굳이 친필 메시지로 이재명 대통령에게 호의를 표현한 것이리라.

이는 한미 관계에, 대한민국의 미래에 의미심장한 사안이다. 한데 언론에서 이 친필 메시지의 중요성에 값하는 보도는 하지 않는 것 같다. 과문하지만 필자가 검색해본 바로는 그렇다. 심지어 스치듯 지나가는 보도에서는 ‘핵심 부분’을 오역까지 하고 있다.

친필 메시지는 한자의 초서(草書)마냥 낯선데,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정서(正書)하면 다음과 같다.

President Lee -

You are a great man and leader. Korea has a tremendous future with you at the helm - I am always here for you.

Best Wishes,

Donald J. Trump

이재명 대통령님께

당신은 탁월한 인물이자 지도자이십니다. 당신이 국가를 이끄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엄청날 것입니다 - 저는 대통령님을 위해 함께하겠습니다!

행운을 빕니다.

도널드 J. 트럼프

필자는 친필 메시지를 일별할 때, ‘with you at the helm’이란 구절에 꽂혔다. 한데 한 언론에서 이 구절이 든 문장을 ‘한국은 당신과 함께 더 높은 곳에서 놀라운 미래를 갖게 될 것이다’라고 번역했다. 이게 뭐지? 도대체 이렇게 오역할 수가!

‘at the helm’은 ‘키(조타장치)를 잡다’가 어원적 의미이고, 비유적으로 ‘조직이나 국가를 이끌다, 지휘하다’를 뜻한다. ‘with A at the helm’은 ‘A가 지휘하는 한’이라는 조건을 나타낸다. 이 조건 하에서는 결과가 좋다는 인과관계가 있을 때 쓴다.

따라서 “Korea has a tremendous future with you at the helm.”은 “당신이 이끄는(지휘하는) 상태라면, Korea의 미래는 tremendous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재명 대통령님께서 지휘봉을 잡고 계시는 한, 대한민국에는 엄청난 미래가 있습니다.’ 혹은 ‘당신이 국가를 이끄시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기만 할 것입니다.’ 쯤으로도 번역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필 메시지에서 이 문장이 핵심이라고 필자는 판단한다. 대한민국은 이미 조선업과 반도체 등 제조업 강국일 뿐 아니라 K-문화, K-민주주의로써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그러나 더 놀라운 미래는 ‘이재명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인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개인에 대한 찬사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진실은 어떤 지도자의 인물됨과 지도자와 국가 미래의 상관관계를 꿰뚫어 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통찰력이 아닐까?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이란 한 지도자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본다는 팩트에서 우리나라의 기득권 카르텔은 아마 심장이 털렁 내려앉았을 것이다. 대놓고 말은 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친필 메시지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다시 보게 됐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명백한 부정적인 면까지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 우리의 뒤통수를 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일방적인 선입견이 잘못됐음을 자인하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찬사 때문만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단히 명민하고 그 명민함을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뛰어난 문장가란 사실을 새롭게 발견했다. 단 세 문장으로 ‘너와 국가와 나’에 대한 함축적 의미를 이렇게나 명징하게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문장가가 얼마나 될까?

‘당신은 탁월한 지도자다. 그래서 당신의 국가의 미래는 밝다. 나는 그런 당신과 함께하겠다.’

대한민국은 ‘이재명 대통령 보유국’이다. 하지만 기억하자. 이재명은 땅에서 불쑥 돌출했거나 하늘에서 뚝 떨어져 내려온 메시아가 아니다. ‘깨어있는’ 너와 나 우리의 작은 힘이 모여 이재명을 만들어냈다.

너와 나 우리(politically aware citizens)가 바로 이재명이다.

<작가/본지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