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라후프
김 연 동
맹물만 마시고도 살이 될까 두려워서
금식하듯 입을 닫고 마른침도 내뱉다가
어금니 깨물고 나와
훌라후프 돌려보네
똥배가 나왔다고 애먼 배 두드리다
늘어져 쳐진 복부 허기만 더한 나절
이 지경 누굴 탓하랴
물럿거라! 물럿거라!
노란 하늘 위에 무수한 별이 뜨고
아랫도리 풀어져도 이를 갈며 버텨보네
세상사 어렵다지만
무릎 꿇지 않으리라
- 문학인신문, 2025, 제131호
시 해설
세상에는 국가 간 전쟁도 있고 부부간, 부자간, 동료 간의 싸움도 있지요. 모두가 한쪽이 다른 한쪽을 이기려고 하는 건데요, 이 시에서는 자신과의 싸움이기에 화해로 중지하면 아무 효과가 없는 살과의 전쟁을 말하지요. ‘맹물만 마시고도 살이 찔까 두려워서 금식하듯 입을 닫고 마른침도 내뱉’으며 식이요법으로 절식하다가 안 되니까 ‘어금니 깨물고 나와 훌라후프 돌’리기를 하네요.
음식 절제 못 하고 운동 안 하다 보니 ‘똥배가 나왔다고 애먼 배 두드리다’가 심한 다이어트로 무리하여 ‘늘어져 쳐진 복부 허기만 더’하게 되었으니 ‘이 지경 누굴 탓하랴’ 면서 ‘물럿거라! 물럿거라!’ 합니다. 나태의 유혹도 탄수화물, 치맥도 멀리하며 처절한 살과의 전쟁을 하지요.
굶어보면 알지요 손톱도 안 자라고 수염도 안 자라나는데 염색한 흰머리가 자라면 그건 몰래 먹은 거라고 해요. 현기증으로 ‘노란 하늘 위에 무수한 별이’ 뜰 것이고 별이 더 많이 떴다가 깜깜해지면 119 전화해야지요, 그래도 ‘아랫도리 풀어져도 이를 갈며 버텨 보’면서 ‘세상사 어렵다지만’ 이번에는 ‘무릎 꿇지 않으리라’ 다짐하는데 성공을 좀 지긋이 즐겨야 하는데 그새 못 참고 두 숟가락 더 먹으면 어김없이 찾아와요.
‘요요 현상’이 오면 혈색은 좋아지지만 남들에게 체면이 잠시 영 안 서지요. 정답은 절제와 자제인데 그게 문제지요. ‘제’ 문제지요.
조승래 시인
◇ 조승래 시인은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이사, 문학의 집 서울 이사,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시향문학회와 시와시학 문인회 회장, 가락문학회, 함안문인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취미생활로는 검도를 하고 있다(대한검도회 영무검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