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라이브 뉴스 아카이브]

소중한 당신

이광

미화원 강순례씨 즐거운 점심시간

상가 내 휴게 공간 마땅한 데가 없어 화장실 변기에 앉아 도시락 꺼내든다 밥 한 술 떠 넣고서 깍두기 입에 물 때 황급히 들어서는 발자국 소리 앞에 살포시 다문 입술 손으로 가려본다 반찬 냄새 훅 끼칠까 도시락도 덮어둔다 옆 칸의 독가스를 뿌리치지 못하는 코, 어쩌다 변비 심한 손님 와서 끙끙대면 마지못해 남은 점심 후다닥 해치우고 사는 게 그렇지 뭐, 먹고 싸는 일 아니가 늘 하는 혼잣말에 피식 웃고 일어선다 맘 편히 밥 먹게끔 배려 않는 일터지만 내일모레 칠십인데 이 정도는 감수해야, 나 말고 일할 사람 줄섰다 그러잖아 오늘도 대걸레질 부지런한 강순례씨

당신은 소중한 사람
까마득히 잊고 산다

사람은 누구나 소중합니다. 일부 사람들은 그 소중함의 정도를 그가 맡은 역할만 보고, 높게 평가하기도 하고 확 낮추기도 합니다. 주어진 역할에 얼마나 성실한가에 따라 판단하는 것은 몰라도 그 역할만으로 한 사람을 평가한다는 건 잘못된 시각입니다. 미화원은 때때로 제 몸을 먼지로 뒤집어쓰거나 더럽히기도 하면서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는 희생적인 면모도 가지고 있지요. 입으로는 사회 정화를 외치곤 몰래 비열한 이득만 챙기는 권력층보다 훨씬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위 작품은 이런 소중한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실상을 이야기하면서 노고를 아끼지 않는 강순례씨의 삶에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 무더운 여름 근무복이 땀에 젖어 등에 들러붙은 미화원을 보며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던 제 모습이 부끄럽고 미안해지기도 합니다. 각 시도의 구청에 소속된 거리 환경미화원은 일단은 안정적인 일자리입니다. 또 서울시의 경우 환경공무관으로 명칭이 바뀌며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선도하고 있고, 부산 남구에서도 환경관리원이란 호칭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건물 환경미화원은 대개 용역회사를 통해 고용이 이루어지고 있고, 인원 및 실태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고령자가 대부분으로 근로 조건이 열악함에도 말없이 불편을 감수하는 실정입니다. 그들을 존중해줄 때 우리 사회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는 것 아닐까요.

이광 시인

◇이광 시인 : ▷200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부산시조 작품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나래시조문학상 수상 ▷시조집 《당신, 원본인가요》, 《소리가 강을 건넌다》, 《바람이 사람 같다》, 현대시조 100인선 《시장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