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크지 ‘전망’ 필진의 한 축을 이루었던 부산대 대학원 동문들. 왼쪽부터 황국명, 김중하, 김창식, 이상원, 김준오, 류종열, 김광호, 박태일 그리고 필자. 사진=민병욱
제1집 발간(’84년 9월)
제2집 발간(’83.10)을 끝으로 무크지 『지평』에서 나온 남송우, 민병욱, 이정주는 지역문학운동을 지속할 것을 모색한다. 그 과정에서 필자는 부산대학교 의대생으로 구성된 동인지 『회귀선』의 옛 멤버 의사 강경주 선배와 그가 소개한 정영태 선배를 잇달아 만난다. 의사 강경주와 그 선배 정영태는 고등학교 문예반과 부산대 의대 『회귀선』에서 시작 활동을 한 절친한 관계였다.
84년 무렵 강경주 선배는 여전히 습작을 하고 있었고, 정영태 선배는 월간 『시문학』에 추천을 받고 있는 과정에 있었다. 그 선배들과 부산대 약대 출신인 이정주 시인은 이미 재학 중에 알고 지냈던 관계였다. 그렇게 모이다가 류종열(부산외대 교수)이 가세하여 문학잡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무크지 『전망』을 창간하기로 했다.
‘의사 시인 정영태는 새로운 매체의 창간을 위해 남송우, 민병욱, 이정주 등에게 동참을 제의한다. 비평가 그룹은 그즈음 자체 모임을 꾸준히 내부 역량을 키우는 한편 새로운 비평 전문지의 창간을 모색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정영태의 적극적인 제의를 받았던 것이다.’(최영철의 블로그)라는 것은 전혀 아니다.
무크지 『전망』의 창간 멤버들은 『지평』의 분열을 그대로 답습할 수는 없었다. 이에 앞으로의 문학운동을 지속하기 위하여 무엇보다도 먼저 강력한 결속을 가진 필진으로 구성하고자 했다. 부산대 동문 잡지를 지향한 것은 결코 아니지만 필진으로 부대문학회와 부산대 동문을, 기성 문인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신인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어색한)을 중심으로 구성하고자 했다.
이에 편집 대표로 시인 정영태(68학번)와 평론가 류종열(74학번)을, 시 필진으로 정영태(68학번), 강경주(69학번), 이정주(72학번), 소설 필진으로는 최화수(63학번), 공옥식(73학번), 평론 필진으로는 남송우(71학번), 정형철(72학번), 류종열(74학번), 민병욱(75학번), 박남훈(75학번), 구모룡(77학번) 등으로 정해졌다. 그 구성으로 『전망』의 제1집은 비평의 영역을 강화하여 ‘주제비평’에서는 동시대 한국문학을, ‘특집비평’에서는 선도적인 동시대 문학이론을 다루면서 발간(’84년 9월)되었다. 그 발간이 정말 우연찮게 무크지 『지평』의 제 3집(편집 동인체제)과 같은 시기였지만 『전망』은 제 영역을 비평에서 다져간다는 과분한 평(이용우, 무크지 제 영역 다져간다, 동아일보, 85.2.8)을 받았다.
제2집 발간(’85년 7월)
제1집의 발간에 이어서 곧 제2집의 발간을 위한 노력이 지속되었다. 그 과정에서 제 1집에 참여한 평론가 구모룡과 소설가 최화수가 『지평』의 필진으로 옮겨 갔다.
지난 3월 7일 페이스 북에 게재된 필자의 글 「민병욱 교수의 ‘다시 문학청년으로’ <9> 무크지 『지평』의 발간 전후㊦」에 대하여 구모룡 교수는 다음과 같은 댓글을 달았다.
잘 읽었습니다. 지평3집과 전망1집에 모두 참여하기로 했던 나는 양쪽에 다 글을 실었습니다. 지평은 이윤택형의 권유로 전망은 류종렬 선배의 권유로... 나중 둘을 놓고 고민하다 먼저 승락한 지평에 남기로 하였습니다.이로써 지평은 강영환 이윤택 최영철 등의 시, 구모룡, 송희복, 하창수의 평론, 신태범 조갑상 등의 소설로 지속하게 됩니다. 나중에 박남훈 황국명 형 등이 찾아와서 거듭 전망에 합류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거절하였고요..^^ 후일 오늘의 문예비평으로 다시 만났지만 참고로 말씀 드립니다.
댓글에서 ‘류종렬 선배의 권유로 『전망』 1집에 참여한 것’과 ‘박남훈, 황국명 형 등이 찾아와서 거듭 전망에 합류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한 적이 있습니다.’에 관해서는 확인이 필요한 것 같다. 당시 『전망』에서 류 선배가 한 역할을 감안하다면 ‘류종렬 선배의 권유’는 수긍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박남훈, 황국명 형 등이 찾아와서 거듭 전망에 합류할 것을 권고한 것’의 확인을 위해서는 보강되어야 할 것이 있다.
황국명이 『전망』의 제2집(’85년 7월 발간)에 처음으로 평론을 발표했다는 것을 미루어보면, ‘등’이 누구인지, ‘찾아와서’와 ‘거듭’이 어떤 때인지 밝혀지는 것이 훨씬 좋을 것 같다. 이렇게 지적하는 것은 필자의 글이 문헌에 입각하여 사실을 실증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니 오해가 없기를 바랄 뿐이다.
무크지 '전망' 제1(오른쪽), 제2집 표지. 사진=민병욱
그럼에도, 제2집에서는 새로운 구성원의 참여가 더욱더 확산되었다. 시에서는 박상배(부산대 교수), 이갑재(74학번), 조 홍(76학번), 최장현(76학번), 허의도(76학번), 소설에서는 정태규(77학번), 평론에서는 명형대(68학번), 황국명(74학번), 정해조(77학번) 등으로 제 2집의 필진이 구성되었다.
제2집(’85년 7월)은 제1집과 달리 ‘책머리에’를 통하여 『전망』의 성격과 지향성을 밝히고, ‘주제비평’에서는 동시대 한국문학에 관한 담론을, ‘평론’에서는 비평이론과 학술연구를 다루었다.
제2집의 발간으로 전망의 방향은 새로운 사람(신인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어색한)을 더 많이 참여시키고, 새로운 이념과 명제를 가지고 잡지의 문학에서 운동의 문학으로 나아가야 하는 부담감을 더욱더 가지게 된다.
시인 문덕수의 시비
『전망』의 제2집이 발간된 ’85년 7월은 무크지 『민중교육』의 발간(동년 5월 20일) 이래, 교육계는 ‘좌경화 문제’로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으로 뒤덮어 있었다. 바로 그 무렵, 시인 문덕수는 자신이 발간 편집인으로 있는 월간 『시문학』(평론집 『현실과 휴머니즘 문학』, 성문각, 1985.12, 재수록)에서 시비를 걸어 왔다.(아마 ’85년 5~8월 사이에 수록되었을 것임.)
곧 필자의 평론 「민중시의 실체와 그 전개 양상」에 대하여 시인 문덕수는 「민중시의 정체– 특히 계급적 민중시에 대하여」로 매우 의도적이고 정치적인 시비를 걸어왔다. ‘시에 있어서 흑백논리를 거부한다’는 그가 ‘기존 사회를 변혁시키는 물리적인 힘을 형성하게 운동으로서의 시, 즉 계급적 민중시를 (…) 어째서 남북 분단 그리고 남북 간의 경쟁과 대결이 격화되고 있는 오늘의 이 시점, 특히 민주적 사회체제로의 발전을 지향하고 있는 오늘의 우리 사회 내부에서 주장되고 있는지, 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흑백논리로 몰아가고 있었다.
그의 흑백 시비는 당시 교사를 하고 있던 필자에게 교육청과 학교 관리자의 질의가 끊이지 않았던 때마침 온 것이었다. 그의 시비가 성과(그가 무엇을 원했는지?)를 거두지 못하고 3년쯤 지나자 어느 교수 시인을 통하여 필자에게 원고 청탁이 왔다. 모더니즘적 경향의 시를 쓴다는 그에게 「모더니즘과 문학의 전위성」(『시문학』,’88.9)으로 흑백시비에 답례를 했다.
제3, 4집 발간 이후 : 제2집에 이어서 『전망』의 발간은 지속되었다. 제3집에는, 시인 강유정(78학번, ‘열린 시’ 동인), 극작가 하창길(72학번), 평론가 강경석(75학번), 번역가 고홍근(부산외대 교수), 구승모(76학번) 등이 새로운 필진으로 참여했다. 제 4집에는 시인 박태일(74학번, ‘열린 시’ 동인)과 박춘덕(71학번), 번역가 김홍구(부산외대 교수)와 이상금(72학번), 처음으로 신설된 ‘전망의 신인들’로 강철오(소설), 신연주와 조향미(시) 등이 필진으로 참여했다.
이어서 『전망』의 발간은 계속되었지만, 필자는 대학원의 학업 문제로 자연스럽게 필진으로 빠지게 되었다. 그것은 무크지 구성원들 간의 어떤 관계 문제도 아닌 필자의 대학원 진학 때문이다. 대학원 석사과정을 다니면서 필자는 『전망』의 제4집까지 참여하긴 했지만, 문학의 세계를 떠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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