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증호 시인의 「시조, 사랑을 노래하다」38 축지縮地 - 이광
시조, 사랑을 노래하다
손증호
승인
2023.11.15 10:08 | 최종 수정 2023.11.16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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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지縮地
이광
지팡이 쥔 어르신 오르막 올라간다
힘들여 떼는 걸음 눈빛으로 미는 동안
바람도 앞질러 가서 등 뒤를 떠받친다
다가서는 인기척에 그가 슬몃 돌아보고
고개 숙여 인사하자 웃는 낯 건네준다
가만히 동행이 되어 금세 넘는 고갯길
이 세상은 사람과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과 식물 나아가 저 태양과 달과 별 등 삼라만상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광 시인의 〈축지〉는 바로 우주 만물의 공존 법칙을 잘 담아낸 작품인데요, 서로 배려하고 응원하는 모습이 가슴 뭉클하게 합니다. ‘지팡이 쥔 어르신 오르막 올라’가는 힘든 상황에서 화자가 마음을 담은 ‘눈빛’으로 응원하고 ‘바람도 앞질러 가서 등 뒤를 떠받치’는군요. 아무리 힘든 ‘고갯길’도 주변의 배려와 응원으로 ‘금세 넘는’ 축지(縮地)! 이 얼마나 따뜻한가요?
◇ 손증호 시인
▷2002년 시조문학 신인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부산시조 작품상, 성파시조문학상, 전영택 문학상, 나래시조문학상 등
▷시조집 《침 발라 쓰는 시》 《불쑥》, 현대시조 100인 선집 《달빛의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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