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이 행복할 수 있는 가족과 사회를 위하여
서평자-양정선(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 문학박사)
아이들에게 가족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부모-자녀는 생애의 가장 일차적 관계다. 그러나 가족 안에서 부모의 친권이 아이의 인권을 침해했을 때, 이 경우에는 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개입이 부모의 권리보다 우월하고 정당하다. 이게 ‘아동 최선의 이익의 원칙’이자 약자의 편을 들어줘야 할 공공의 역할이다. (248p.)
오늘날 가족은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통계청의 인구 총조사(2015)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흔히 떠올리는 가족, 즉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핵가족은 전체 가구의 1/3을 밑돈다.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27%를 넘어섰으며, 재혼가족도 큰 비중을 차지하여, 전체 혼인 중 한쪽이라도 재혼인 경우가 5쌍 중 1쌍 이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위에서 제시된 통계는 다양한 가족이 어울려 살아가고 있는 오늘날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통계와는 다르게 사람들은 가장 보편적인 가족은 여전히 핵가족뿐이라고 믿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핵가족의 모습을 벗어날 때는 보편적인 가족의 모습으로 인지하지 않는 것이 오늘날 우리사회의 현실이다.
「이상한 정상가족」은 정상가족에 대한 규범적 인식의 오류를 지적하면서 동시에 아동의 인권적 관점에서 가족이 진정한 보호의 울타리인가에 대한 강한 의문점을 던지고 그 해결책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서적이다.
한국사회에서 ‘가족’은 정서적인 차원에서 뜻깊고 애틋하며, 개인을 둘러싼 생애사적인 함축적 의미가 있다. 서구사회에서도 ‘sweet home’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으나 한국사회에서 가족은 친밀성을 갖는 건강한 관계는 물론이거니와 개인의 희생까지도 정당화시킬 수 있는 융합적 관계로서의 부정적 측면까지도 내포하고 있다.
1인 가구가 늘어가고 있는 현시점에서 자발적으로 1인 가구의 삶을 선택했다고 응답하는 이들이 다수이지만, 이들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에서조차 행복한 삶을 위한 필수요소로는 여전히 ‘가정의 안정과 행복’이라는 응답이 1순위를 차지하여 가족과 가정은 일에 대한 성공, 권력과 재산, 명예, 종교를 뛰어넘는 절대적 조건임을 알 수 있다.
「이상한 정상가족」은 작가의 18년의 기자 생활과 6년의 국제구호개발단체에서의 현장경험에 기초하여 남다른 문제인식과 주의 깊은 관찰로 기존의 가족 관련 서적들과 뚜렷이 구별되는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한국사회에 만연한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와 가족주의가 아동들에게는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됨을 다양한 사건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가족 안에서 발생하는 친밀한 폭력, 체벌이 얼마나 무서운 범죄인가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자식에 대한 소유욕에서 비롯되는 ‘일가족 동반자살’이라는 한국사회의 무서운 범죄행위에 대해서도 그 원인적 설명이 자명하다.
작가는 아동들이 ‘정상가족’의 안과 밖에서 가장 힘겨운 문제에 봉착하는 이유에 대해 첫째, 가족을 지원하는 공공의 역할이 부재하기 때문이고, 둘째, 치열한 경쟁과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가족 단위로 경쟁에 뛰어들어야 하기 때문이며, 셋째, 자기 집단만 중시하는 가족주의가 사회로 확대되면서 배타적인 태도가 굳어져 타인과 사회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기 때문으로 지적하고 있다. 가족주의는 결국 학교, 회사, 사회로 파급되어 제도를 운용하는 소수자들에 의해 악용되는 문제점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작가는 향후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는 부모 체벌금지법을 제시하고 더 나아가 ‘자율적 개인과 열린 공동체’라는 정책의 가치적 체계 틀을 제안하고 있다. 삶은 개인적으로 자율성을 보장받되 가족의 짐을 사회로 옮겨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집단적으로 강구하는, 아동의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공적 개입의 중요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아동은 긴 시간 보호와 돌봄을 필요로 하는 연약한 인권의 주체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직 아동의 시각에서 정책을 입안하거나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성차별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여성의 시각에서 여성 정책을 입안하고자 노력하고 있고, 아직 미약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다문화 가족을 배려하기 위한 다문화 정책도 그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오롯이 자신의 입장과 권리와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아동을 위해서 우리는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생각해 볼 때이다.
아동이 돌봄과 서비스의 객체로 여겨지는 이상, 정책은 한계점을 갖기 마련이다. 한국의 아동 정책, 보육 정책, 가족 정책이 얼마나 아동의 눈높이에 와 있는지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볼 때이다.
#금주의 서평은 국회도서관의 승인을 받아 전재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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