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네안데르탈 섞인 야만인"…유명인들 비난 가세
트로피 사냥에 또 경종…해당 여성 "사냥을 통한 보존" 항변
한 미국인 여성이 기린 사냥을 소셜미디어로 자랑했다가 온라인에서 몰매를 맞고 있다.
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켄터키 주에 사는 테스 톰슨 탤리(37)는 작년 여름 남아프리카공화국 여행 중에 직접 사냥한 기린 사체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탤리는 "일생에 한 번밖에 없을 꿈 같은 사냥을 위한 기도가 오늘 이뤄졌다"며 "이 희귀한 검은 기린을 발견하고 꽤 오래 추적했다"고 적었다.
이 게시물은 삭제됐으나 '아프리카 다이제스트'라는 트위터 계정이 다시 퍼다 나르면서 분노를 자아냈다.
아프리카 다이제스트는 "네안데르탈이 일부 섞인 미국 백인 야만인이 아프리카에 와서 매우 희소한 검은 기린을 쏘아죽였다"며 공유를 호소했다.
이 트윗은 무려 4만 차례나 리트윗됐고, 유명 인사들도 분노의 목소리를 냈다.
미국 음악가 모비는 탤리를 '부서진, 영혼 없는 인간'이라고 불렀고, 언론인 존 심프슨은 '멍청한 여자'라고 비난했다.
영국 코미디언 리키 저바이스는 더 심한 욕설을 썼다. 저바이스는 2015년 레베카 프랜시스라는 여성이 기린 사체와 찍은 사진을 올린 게시물을 비판한 바 있다. 당시 프랜시스는 살해위협을 수만 차례 당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배우 데브라 메싱은 "켄터키 주 니파에 사는 테스 톰슨 탤리는 구역질 나고 상스럽고 부도덕하며 매정하고 이기적인 살인자"라고 비난했다.
탤리의 사냥은 방문 국가에 돈을 주고 야생동물을 사냥한 뒤 전리품을 차지하는 소위 '트로피 사냥'으로 예전부터 잔혹성 때문에 논란이 컸다.
미국인 치과의사인 월터 파머는 2015년 짐바브웨에서 '국민사자'로 통하는 세실을 도륙해 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가 기념촬영 후 머리를 자르고 가죽을 벗겨 전리품을 챙긴 사실이 드러나면서 아프리카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비난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남아공에서 사냥감을 관리하는 공원과 미리 합의한다면 기린 사냥은 합법이다.
가디언은 지구에 기린이 10만 마리도 남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탤리의 사례는 기린에 대한 전리품 사냥에 울리는 경종이라고 해설했다.
트로피 사냥은 돈이 되는 사업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냥에서부터 번식, 관광까지 아우르는 남아공 산업의 규모는 연간 20억 달러(약 2조2천억원)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사냥꾼들로부터 받은 돈이 야생동물 보호에 재투자된다고 트로피 사냥을 정당화하는 주장도 있다.
탤리는 미국 CBS뉴스에 보낸 성명을 통해 "이게 바로 사냥감 관리를 통한 보존이라고 불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사냥한 기린이 늙은 수컷이고 젊은 개체를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며 "늙은 기린의 죽음으로 이제 젊은 기린이 번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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