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장편소설】 저곳 - 3. 병구과 인정②

박기철 승인 2023.12.14 15:12 | 최종 수정 2023.12.17 10:05 의견 0

저곳에서
남녀끼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되는
물권색
物權色

 

3-2. 주화론자의 정치적 승리

! 맞아. 그런 상황이 나한테도 그대로 적용되었지. 엄청나게 드센 북방 오랑캐 놈들과 전쟁할 수 없기에 주화론을 주장했던 나는 점점 배신자가 되어가게 되었어. 대신에 척화를 외치며 주전론을 주장하는 쪽은 인기가 좋아졌어. 특히 주전론을 펼치던 장군이 쳐들어오는 오랑캐 군들과 싸우다 몇 번 이겼기에 인기는 상승했지. 승리한 전과가 부풀려 과장되기도 했어. 그러니 북쪽으로 쳐들어가 오랑캐 놈들을 무찔러야 한다고 북벌론을 주장했는데 내가 보기에 그건 실현불가능한 무리였어. 몇 번의 국지적 전투에서 이길 순 있어도 전반적 전쟁에선 아무래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어. 그래서 북벌론은 나라를 완전히 멸망의 도가니로 빠뜨릴 수 있는 위험한 주장이라고 보았어. 그래서 북벌론은 안 된다고 주장했는데 내가 그렇게 주장할수록 이상한 소문이 퍼졌어. 북벌론을 주장한 장군한테 대한 질투심으로 북벌론을 강렬히 막는다는 거지. 사실 나도 인간인지라 정치적 질투심이 없었던 건 아냐. 하지만 한 나라의 재상이었던 나는 군사력을 강화하기 전에 북벌을 감행하면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험으로 치닫게 되는 걸 더 걱정했어. 그런데 사람들은 이런 날 믿어주지 않더군. 그냥 기회주의적 배신자로 낙인 찍으려고 달려들더군. 그러면서 극한의 정치적 대결로 치달았어. 그때 왕은 북벌론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어. 나라 꼬라지를 알았던 왕도 저 거칠고 드센 오랑캐 놈들의 군사력을 알았던 거지. 그래서 나는 그 장군을 자리에서 몰아내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 장군의 지휘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상소를 올렸어. 왕은 윤허했어. 장군은 투옥되고 감옥에서 죽었어. 주화론과 주전론으로 극렬대치하던 혼란한 정국은 안정되고 오랑캐과의 관계도 좋아졌어. 그런데 정작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정국을 안정시키고 오랑캐와의 관계도 정상화시켰으니 공을 많이 세웠네. 왕으로부터 상이라도 받았나? 근데 어째 왠지 그게 아닌 것 같다. 병구야! 걱정된다.

나의 정적들은 나를 기회주의자 배신자에다 매국노라는 누명까지 씌웠어. 내가 나라를 팔아먹은 적도 없었는데 말이야. 그리고 북벌론을 주장하다 감옥에서 죽은 장군은 완전히 구국영웅으로 떴어. 실제로 나라를 구한 적도 없었는데도 말이야. 하루는 어떤 자객아 날 죽이려 갑자기 달려들어 하마터면 죽을 뻔도 했어. 나라는 평화로워졌는데 나는 불안해졌지. 그래도 살아생전에 나는 큰 권력을 행사했었지. 문제는 내가 죽고나서야. 도무지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어. 아무리 내가 잘못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죽은 사람한테까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거지. 도대체

아니! 뭘 어쨌길래결국 주전론자에게 당하는 주화론자의 몰락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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