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바람의 대화 - 박미서
박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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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7 13:22 | 최종 수정 2023.07.20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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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대화
박미서
모래알 하나로 진주를 만드는
바다의 벗이 말했다.
한 줄 현 위에서
머금다가 부르다가
끌어올린 물소리의
검은머리물떼새가
일주일 내내 울면,
물뭍짐승들은 천연의 일상을
교란시키고, 뭉그러뜨리는
모리배들 있는 땅을 찾아
달려갑니다.
피할 수 없는 꿀벌의
연인들은 토양의 화난 모성을
어떻게 달랠 수 있을까,
자신의 날카로운 바람주머니,
불가사리 모양으로
덩달아 홀쭉해지고요.
이미 희생의 불에서
기쁨이 나올 때처럼
옛 물과 흙의 끈끈한
본래 마음뿐인데
생각의 길눈 밝은 새가
감수성 깊은 바다의 요람을
운무로 떼지어 흔들어댑니다.
당신이 이겨내고자하는 방식,
강한 의도를 내는 것과
같습니다.
한 여름 밤의 여명으로부터
그윽한 빗물의 미소까지
순수한 연보라색이 섞인
핏줄기색 성장을 돕는
새로운 비바람소리입니다.
물의 벗들이 맑은 도약의
전진을 사랑하는 것은,
꺼지지 않는 촛불 사랑하듯
필연적이기 때문입니다.
사방에 있는 당신,
알듯 모를듯해도
놓지 않았습니다
아마 우주의 중심일지도
진귀한 파란색 보석의 섬에
오래토록 울려퍼지는 것,
나이가 비켜간
청지기의 기질처럼
모두 두드릴 수 있겠지요.
동서남북으로 손 꼭 잡은
바람의 아이들
뛰어 오르는 아름다움을.
◇박미서 시인은
▷2019년 현대시선 시 부문 신인문학상 수상
▷시집 《거꾸로 된 글씨처럼 뒤돌아 쓴 별똥별의 말》
▷시노래 〈밝달〉 〈길목에 핀 별〉
▷현 두원네임컨설팅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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