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송현이 만난 정치인 (5)김대식 전 여의도연구원장

조송현 승인 2018.12.13 15:24 | 최종 수정 2018.12.13 16:44 의견 0
김대식 전 여의도연구원장
김대식 전 여의도연구원장이 11일 부산 해운대 신세계백화점 반디앤루니스에서 자신의 독서 편력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박재중

‘사람 부자’ 김대식 전 여의도연구장을 11일 만난 장소는 부산 해운대 신세계백화점 내 서점 ‘반디앤루니스’. 처음에 다소 의아했으나 김 전 원장이 엄청난 독서가인 데다 많은 베스트셀러를 쓴 작가라는 점을 떠올리자 그를 인터뷰하기엔 더없이 알맞은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 전 원장은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의 신간 ‘초격차’를 들어 훑어보고 있었다.

--책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람을 남기는 관계의 비밀’ ‘아빠의 멘토’ ‘젊은이들은 왜 이디야에 열광하는가’를 비롯, 베스트셀러만도 20권이 넘는 저서를 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방대한 인적네트워크 관리만 해도 엄청난 시간이 들 텐데 책은 언제 쓰십니까?

“전공 서적 외에는 작정하고 쓴 책은 별로 없습니다. 독서하고, 생각하고, 메모하고, 정리하다 보니 책으로 묶여진 것입니다. 특히 저는 ‘메모 광’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메모를 생활하고 있습니다. ‘아빠의 멘토’는 아들에게 보낸 편지글을 묶은 것입니다. 미국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에게 4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편지를 썼습니다. 편지를 쓰기 위해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여행을 했습니다. 아들이 그 편지를 통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간접체험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그 편지를 쓰느라 저도 큰 공부가 된 게 사실입니다.”

--‘4년 간 아들에게 편지 쓰기’, 감동적입니다. 소장도서가 엄청나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2만5000권쯤 됩니다. 몸담은 동서대에 1만 권 기증하고도 그렇습니다. 일본 국비유학 시절 구입한 일본어 책이 1만 권 정도 됩니다. 매주 베스트셀러와 신간은 꼭 체크를 하고 구입합니다. 베스트셀러가 된 데는 그 만한 이유가 있고, 그것은 사회의 한 현상이기 때문에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또 한 달에 한번은 꼭 교보문고에 직접 가 신간들을 살펴봅니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번호가 4만 개에 달할 정도로 방대한 인적네트워크로 유명한데, 인맥 쌓기와 관리 비결이 뭔가요?

“기본 철칙이 있습니다. ‘거울은 절대 먼저 웃지 않는다’는 말을 새기며 먼저 상대방에 다가가 웃으며 인사하고 헤어지면 꼭 24시간 이내에 감사와 반가움의 메시지를 남깁니다. 비결이 따로 없습니다. 상대를 정성스럽게 대하고 부지런해야 합니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평소 남의 말을 좋게 합니다.”

--세월의 빠름을 더욱 실감하는 때가 12월이 아닌가 합니다. 하루 일정이 궁금합니다.

“저는 아침형 인간입니다. 늘 일찍 일어나 기도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무엇을 해주십시오’가 아니라 제가 국가와 민족, 부산을 위해 좋은 일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또 제가 오만과 교만에 빠지지 않도록 채찍을 들어달라고 기도합니다.”

“기도 다음엔 주요 뉴스를 점검하고, 조찬모임에 참석합니다. 거의 매일 조찬모임을 갖는데, 많은 사람을 만나 의견을 듣습니다. 저의 부족한 공간을 채우는 공부의 시간입니다.”

“저의 하루 일정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지역을 돌며 주민을 직접 만나는 것입니다. 또 미래세대인 학생들을 위한 특강도 자주 합니다. 일정의 마무리는 시작 때와 같이 기도입니다. 오늘 하루 나의 행동을 되돌아보고 반성, 정리하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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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 신세계백화점 반디앤루니스에서 신간을 훑어보는 김대식 전 여의도연구원장.  

--지난 6·4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이후 지역구 주민 ‘1만 명 만나기’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선거를 되돌아보니, 그동안 만나는 사람만 계속 만났더라고요. 기존 조직의 멤버나 관련 단체 지지자들입니다. 인지도와 지지율을 높이려면 일반주민을 많이 만나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혼자 동네를 걷습니다. 주민 분들을 만나면 먼저 인사하면서 ‘저번 선거에 나왔던 김대식입니다’하고 제 소개를 합니다. 그러면 주민 분들이 대개 제 손을 잡고 격려를 해주시는데, ‘많이 도와주셨는데 제가 부족했습니다’고 답례를 합니다. 명함을 드리는 대신 얼굴을 보고 눈을 마주칩니다.”

--지난 선거에서 1만3000여 표 차이로 낙선하셨는데, 패인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첫째, 제가 부족했고 우리당이 부족했습니다. 둘째, 우리당은 부족한 데도 반성할 줄 몰랐습니다. 그래서 국민과 시민이 작정하고 회초리를 들었습니다. 셋째, 출범 초기인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감과 남북회담, 북미회담의 잠재효과라고 봅니다.”

--지역 분위기가 저번 선거 때와 비교할 때 어떻습니까?

“많이 달라진 것(자유한국당에 호의적으로 바뀐 것)을 체감합니다. 역시 경제, 즉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걸 느낍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감과 남북정상회담·북미정상회담 효과 얘기를 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아무래도 경제는 한국당이지’ 하면서 기대감을 표시하는 주민 분들이 많았습니다.”

--어제(11)이 나경원 의원이 원내대표에 선출되면서 당내 지형 변화가 예상됩니다. 김 원장께서는 해운대을 당협위원장 선출 문제가 가장 큰 관심사일 것 같은데요?

“어제 조직강화특위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조강특위가 현명한 선택을 하리라고 자신합니다.”

--화제를 개인사로 돌려보겠습니다. 김 원장은 현직 교수이고 차관 자리인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대통령 직속의 민주평통 사무처장에다 자유한국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까지 지낸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게다가 구김살 없는 외모 탓에 시민들이 언뜻 ‘금수저’ 출신이라는 이미지를 갖기 십상인데요, 본인이 생각하는 참모습은 어떤가요?

“저는 청소년 시절 부산항 부둣가에서 구두닦이와 막노동을 하며 자라 서민의 애환을 그 누구보다 잘 압니다. 춥고 배고픈 시절 ‘연탄 한 장’의 사연은 수필로도 썼을 만큼 늘 간직하고 있습니다. 저는 누구에게나 항상 낮은 자세로 다가갑니다. 그런 자세가 오늘날 저를 만든 게 아닌가 합니다. 어렵고 힘들게 사는 지역 주민들이 저를 희망의 본보기로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평소 생활철학 혹은 좌우명은 뭔가요?

“‘즐겁게 살자, 베풀며 살자’입니다. 티벳 속담에 ‘걱정해서 해결될 일은 밤새 걱정하고, 그래서 안 될 일은 아예 걱정하지 말라’란 게 있습니다.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고 일도 잘 풀리고 더 행복해진다는 걸 경험으로 배웠습니다. 또 작은 나의 베풂으로 인해 상대방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끼며 더 없이 기쁩니다. 남에 대한 베풂과 나의 즐거움은 한 짝입니다.”

--정치에 발을 들인 계기는 무엇입니까?

“동서대 학생처장 시절 전국대학학생처장협의회 회장에 선출되었습니다. 지방대 출신으로는 32년 만에 처음이라고 하더군요. 아마 이 경력을 눈여겨봤던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후보시절 저를 대통령후보 비서실에 스카웃하더군요. 거기서 전국의 인적네트워크를 조직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했고, 능력을 인정받아 장관급이나 마찬가지인 인수위원에 뽑혀 사실상 정치에 입문하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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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을 지역 발전 방안을 설명하는 김대식 전 여의도연구원장.

--정치철학은 뭔가요?

“세종대왕의 위민정치입니다. 세종이 백성을 진심으로 아끼고 보듬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요즘 정치인들도 ‘국민은 위해’를 입에 달고 다닙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국민을 위함’을 얼마나 정책으로 실천하느냐 아니겠습니까. 세종은 위민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여론을 두루 듣고 정책을 공론화해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정치력을 보였습니다. 이래야 위민정치라고 말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친분이 두터운 사이로 알려져 있는데.

“2010년 당시 한나라당 최고위원 선거 전후 홍준표 전 대표를 가까이서 봤는데, ‘미래를 보는 식견이 탁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후 홍 전 대표가 경남도지사로 재임할 때 대담집을 쓴 계기로 신뢰가 쌓였고, 지난 대선 때는 대통령 후보 수행단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었습니다. 홍 전 대표는 제게 정치적 눈을 뜨게 해주었습니다.”

--홍 대표의 ‘막말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직설화법, 서민화법을 쓴 것인데 ‘막말 프레임’으로 지나치게 매도된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대중의 생각을 부인하거나 거스르는 것은 소용없고 부질없는 것이기에 ‘화법을 부드럽게 바꾸시라’고 조언했습니다. 곧 있을 토크쇼 ‘홍카콜라’에서는 홍 전 대표의 달라진 화법과 모습을 듣고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21대 총선은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우리당 입장에서 말씀 드리자면, 더불어민주당의 헛발질로 반사이익을 얻으려 한다면 이번 지방선거와 같은 사태가 벌어질 것입니다. 자유한국당은 깊이 반성하고 희생의 몸부림을 통해 낮은 자세로 국민 속으로 파고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들이 부족하다고 여기시면서도 한 번은 용서해줄 것이고 그러면 해볼 만한 총선구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20년 21대 총선과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의 최대 화두는 ‘보수대통합’이 될 것 같은데, 그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지요?

“우선 내년 2월쯤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보수대통합’의 기치를 걸고 모든 주자들이 나와 국민의 선택을 받으면 좋겠습니다. 국민이 점찍은 지도자가 국민과 함께 보수대통합이라는 지상 최대 과업 달성에 매진해야 합니다. 그 전제로 보수는 지금까지 보여온 단점과 폐단을 과감히 타파해야 합니다. 첫째, 보수진영은 희생이 부족합니다. 반면 진보진영은 자기희생 정신이 강합니다. 둘째 보수진영은 사람을 키우지 않습니다. 진보진영은 사람을 키웁니다. 셋째 보수진영은 이익으로 뭉친 이익집단입니다. 반면 진보진영은 이념으로 뭉친 이념집단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보수와 진보가 싸우면 보수는 백전백패입니다. 보수가 달라져야 합니다. 위의 세 가지 단점을 타파하고 극복해야 합니다.”

“제가 원내 중진들이 맡는 우리당 최고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장을 맡아 무보수로 일한 것은 작으나마 ‘희생’을 실천한다는 의미였습니다. 앞으로도 희생과 봉사를 솔선수범할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 혹은 조언을 한다면 우선 하고 싶은 것은?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저는 문재인 대통령의 성공을 바랍니다. 이건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입니다. 이를 위해선 선거 공약이라 하더라도 현실에 맞지 않으면 과감하게 폐기하거나 수정할 것을 주문하고 싶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많은 논란을 야기한, 소득주도 성장론입니다. 이론적으로는 그럴 듯하지만 이미 실패한 정책으로 드러났습니다. 주52시간 근무제는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합니다. 이제 막 3만 달러 시대에 들어선 우리 실정엔 이릅니다. 취지는 좋지만 부작용이 그에 비해 너무 심각합니다. 최저임금제도 부작용을 세심하게 살펴야 합니다.”

“교육 분야 정책을 말하자면, 중고는 교육감에 맡기고, 대학은 대학의 자율에 맡기라고 조언합니다. 경쟁력이 없는 대학은 스스로 도태하게 해야지 링게르를 꽂아주면 안 됩니다.”

“이젠 전교조 민노총 참여연대 운동권 인사의 말은 좀 사양하고 그 다른 분야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기를 조언합니다. 통일을 바라지 않은 국민은 없습니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한 남북문제는 보다 많은 국민의 의견을 듣고 투명하게 처리하기를 바랍니다.”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이유는 뭔가요?

“미래세대를 위해서입니다. 교수로서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것도 맞지만 더 중요한 것은 미래세대를 위해 설계를 하는 것인데, 그 최적지는 입법기관인 국회입니다. 국회의원으로서 제 모든 역량을 바쳐 미래세대를 위해 설계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새롭게 열어가고 싶습니다.”

◇김대식은

▷2018년 6·4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자유한국당 부산 해운대을 후보 ▷여의도연구원 원장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차관) ▷대통령 직속 민주평통 사무처장 ▷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수위원 ▷현 동서대학교 일본어학과 교수 ▷일본 오타니대학 문학박사 ▷‘나는 매일 아침을 기다린다’(시집), ‘연탄 한 장’(에세이) 등 저서 다수

<인저리타임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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