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송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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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4 16:50 | 최종 수정 2020.10.2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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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상대성이론의 정수인 ‘아인슈타인 방정식(중력장 방정식)’은 눈 밝은 물리학자들로부터 예술작품 같다는 찬사를 받았다.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보른은 “철학적 통찰과 물리학적 직관, 그리고 수학적 기교가 결합된 자연에 대한 인간 사고의 위대한 향연”이라고 상찬했다. 1915년의 일이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우주의 거대구조를 설명하는 도구이다. 현대 우주론의 막을 열었다. 하지만 정작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으로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1921년 아인슈타인의 노벨상 수상 업적은 광전효과 메커니즘을 규명한 광양자설이다). 여기에는 ‘반 유대 독일과학계’의 견제도 원인이지만 무엇보다 실험이나 관측으로 확인되지 않은 탓이 크다.
일반상대성이론이 나온 지 꼭 100년 후인 2015년 물리학계는 환희에 휩싸였다. 아인슈타인이 예언한 중력파를 검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같은 세기의 성과에 공로가 큰 킵 손 미국 칼텍 명예교수 등 3인은 2017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블랙홀 연구에 주어진 올해 노벨물리학상도 아인슈타인의 유산 중 하나다. 그 존재를 이론적으로 입증한 영국의 펜로즈와 우리은하 내 초거대질량 블랙홀을 확인한 미국의 겐첼, 게즈 교수가 그 영예의 주인공. 블랙홀이야말로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유도되는 가장 신비로우면서도 당혹스러운 개념인데, 올해 노벨상은 블랙홀을 확실한 물리적 실체로 인정했다는 의미다.
블랙홀은 탄생부터 극적이며, 이를 잉태한 이론의 창안자 아인슈타인이 부정했다는 점에서 논란거리였다. 일반상대성이론 발표 이듬해인 1916년 초 독일의 천체물리학자 슈바르츠실트가 아인슈타인의 장방정식을 풀어 구대칭 진공해(슈바르츠실트 메트릭)를 구했다. 그 풀이는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즉,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마술의 구면을 가지며, 그 중심에는 시공간의 곡률이 무한대인 이른바 특이점(singularity)이 존재한다는 게 아닌가. 블랙홀의 수학적 개념이 탄생한 순간이다. 슈바르츠실트의 편지를 받은 아인슈타인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블랙홀의 존재를 믿을 수 없었다. 1939년 학술논문을 통해 “슈바르츠실트 특이점들은 물리적으로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자신의 지적 유산을 부정한 것이다.
천체물리학자들은 ‘중력 붕괴로 블랙홀이 형성될 수 있다, 없다’로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1955년 아인슈타인 타계 이후 블랙홀 연구는 더욱 본격화했다. 그 와중에 미국의 상대성이론 전문가인 휠러가 당시까지 불리던 ‘슈바르츠실트 특이점’을 보이지 않는 검은 구멍이자 실체를 알 수 없는 의혹의 심연이라는 뜻으로 ‘블랙홀’이라고 명명해 널리 통용됐다.
결정적인 한방은 수학과 물리학에 양발을 담고 있던 펜로즈로부터 나왔다. 런던의 버크벡 칼리지 교수였던 펜로즈는 1964년 위상수학이라는 새로운 수학적 도구를 사용해 ‘특이점 정리’를 완성해 발표했다. 블랙홀은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른 중력붕괴를 통해 자연상태에서 형성될 수 있는 천체라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이어 스티븐 호킹은 펜로즈의 특이점 정리를 우주에 적용시켜 우주가 특이점에서 시작됐음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펜로즈와 호킹의 연구에 힘입어 블랙홀은 천체물리학자와 천문학자에게 수학적 개념에 그치지 않고 물리적 실체로 수용되기에 이르렀다.
블랙홀 찾기도 불이 붙었다. 1964년 강력한 X선을 방출하는 백조자리 X-1을 발견한 이래 우리은하 안의 태양질량 400만 배 크기의 초거대질량 블랙홀을 발견했는가 하면 지난해 ‘이벤트호라이즌망원경 프로젝트’ 연구진이 촬영한 블랙홀 영상(블랙홀 그림자)까지 볼 수 있게 됐다.
요즘 물리학계는 중력파와 블랙홀 외에도 일반상대성이론의 여러 예측들을 광대한 우주실험실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확인하며 아인슈타인의 유산이 얼마나 찬란한지를 실감한다. 누가 알겠는가. 50년 혹은 100년 후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이론에서 발견한 ‘아인슈타인-로젠 브리지’, 즉 웜홀을 확인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지.
※ 원문보기 ☞ 국제신문 [과학 에세이] 2020-10-12
<웹진 인저리타임 대표·동아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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