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소
상 희 구
가까운 이웃에 살고 있는
말과 소 두 마리가
나란히 걷고 있었습니다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천성이 날쌔고 민첩한 말이
조금은 자꾸 앞서는 듯하니
우둔한 소가 이를 따라잡으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좀 시간이 지나자
마침내 우둔했던 소가
말을 따라잡기 시작했습니다.
이웃집 목장주 할아버지가 너털웃음을 웃으며
“허허, 원래 바탕 깊이 숨어 있던
끈질긴 인성人性이 타고난 천성天性을 이겼구나!”
빼어난 지혜자 10번 달팽이 ‘은하수’는
목장주의 이 훌륭한 한마디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 상희구 우화시집 달팽이 왕국 1000일 탐방기, 오성문화
시 해설
상희구 시인의 우화시집 ‘달팽이 왕국 1000일 탐방기’ 시인의 말에서 '달팽이'라는 전연 생소한 친구와 말문을 트느라 엄청 애를 먹었다. 누군가 말했었지. ‘사랑은 만 가지로 통하는 길을 알고 있다’고... 웃지도 못하고 울 줄도 모르는 천하의 한 미물에게, 연민하고 또 연민한 것이 마침내 사랑으로 바뀌었는지 모를 일이다,‘라고 한다.
이웃에 살고 있는 말과 소 두 마리가 나란히 걷다가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한다. 말은 달리기에 능숙하여 '조금은 자꾸 앞서는 듯하'며 소의 눈치를 보니까 착한 소도 경쟁심이 생겨서 말을 이기겠다고 에를 쓰며 달리는 것이다. 소도 토끼와 거북이 우화를 읽은 것 같다. 성실하고 꾸준하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미련한 소라고 하면 큰 눈 흘길 것이다. '좀 시간이 지나자 마침내 우둔했던 소가 말을 따라잡기 시작'했다.
시인은 잘 아는 '이웃집 목장주 할아버지가 너털웃음'소리를 내면서 ‘허허, 원래 바탕 깊이 숨어 있던 끈질긴 인성人性이 타고난 천성天性을 이겼구나!’ 하는 탄성도 기쁘게 듣는다. 달팽이가 박수를 친다.
시인의 후기에서 ‘달팽이를 상면하는 순간 마음이 한없이 편안해지고 안온했다. 이 약삭빠른 세상에 도대체 느리고 둔하고 눈치마저 없는 '달팽이 세계'는 어떤 곳일까’ 생각하면서 이번 시집의 테마로 선정한 이유라고 한다. 39편의 우화를 달팽이처럼 천천히 감상할 만한 또 하나의 이유다.
◇ 조승래 시인은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이사, 문학의 집 서울 이사,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시향문학회와 시와시학 문인회 회장, 가락문학회, 함안문인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취미생활로는 검도를 하고 있다(대한검도회 영무검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