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길

윤 은 배

가을을 걷습니다
흰 구름 따라 걷다 보면

방글방글 웃어주는
코스모스의 끝이 없는 길

어느새 나의 표정도
코스모스를 닮아갑니다

쪽빛 하늘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이겠지요
그들의 미소는

하늘, 바람 그리고 미소는
이 가을의 선물입니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그 길
하지만 겨울에게 전해줄

마음의 선물을 안고
떠나렵니다

그들의 미소가 내 마음에
새겨져서

먼 여행길에 잠시 쉬며
마음속의 그 길을
다시 걸어 보렵니다.

- 한국문학인 vol. 72, 한국문인협회

시 해설

드높은 창공에서 제 갈 데 찾아가는 흰 구름 따라 걷는 가을 길 위에서 코스모스의 활짝 웃음을 보며 한참 걸어가다 보니까 어느새 표정이 코스모스를 닮아감을 시인이 느꼈다. 구김 없이 펴진 마음에서 웃음도 화색도 도는 것이다. ‘쪽빛 하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코스모스에게도 시인에게도 공평하게 웃음을 주기 때문이리라. 가을 햇살도 큰 선물인데 ‘하늘, 바람 그리고 미소는 이 가을’에 받아들일 준비가 된 생명들에게만 주어진다.

흰 구름 따라 걸으며 만난 코스모스가 있는 ‘다시 돌아가고 싶은 그 길’이 깊은 여운을 주고 있다. 가을이 지나면 겨울을 만나게 되는 것은 필연이지만 시인은 가을까지 적립해 둔 것을 겨울에게 전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 준비 없이 하는 이별도 당황스럽지만 만남에도 준비가 없었다면 헤어질 때 아쉬움이 더 많을 것이다. ‘재회’가 불확실하기에 그런 마음이 남는다.

가을의 아름다움과 그들의 미소를 마음에 새겨서 겨울에 전달하려는 시인의 마음이 아름답다. 지난 계절을 차분히 받아들이며 살지 못한 사람은 그런 마음의 선물이 쌓여 있을 리가 없고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지도 않게 되어 있다. 시인은 뒤돌아보며 좋은 만남을 회상하고 ‘먼 여행길에 잠시 쉬’었다 떠나고 싶은 것이다.

◇ 조승래 시인은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이사, 문학의 집 서울 이사,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시향문학회와 시와시학 문인회 회장, 가락문학회, 함안문인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취미생활로는 검도를 하고 있다(대한검도회 영무검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