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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boom, 경제적·기술적 성장이 크게 일어나는 상황)일까. 불황(bust, 기대에 못 미쳐 성장이 꺾이는 상황)일까, 아니면 반발(backlash,사회적 저항이나 규제 강화로 인한 반작용)일까?

지난 3년 동안 세계는 챗GPT의 영리함에 감탄해 왔으며, 더 최근에는 이 챗봇의 영상 생성형 형제인 소라(Sora, 오픈AI가 공개한, 텍스트 입력을 기반으로 영상을 만들어내는 인공지능 모델)의 창의성에 매료되었다.

인공지능이 세상을 변혁시킬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미국의 대형 기술 기업들은 2025년에 데이터 센터와 기타 필수 인프라에 4,000억 달러 이상을 쏟아 부었다. 한 추산에 따르면, 2020년대 말까지 무려 7조 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까지 인공지능으로부터 발생한 수익은 연간 고작 500억 달러에 불과하며, 이는 애플이나 알파벳(구글 모회사)의 전체 연간 매출의 약 8분의 1 수준이다. 세계가 인공지능의 기술적 성과에 익숙해짐에 따라, 이제 관심은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있다.

2026년에는 인공지능이 경제, 금융, 사회에 미칠 영향이 주목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경제적 측면을 살펴보자. 전 세계적으로 약 8억 명이 챗GPT를 사용하고 있으며, 많은 직원들이 설문조사에서 업무에 AI를 활용한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기업의 공식적인 AI 도입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미국 인구조사국(Census Bureau)에 따르면, 직원 수 250명 이상인 기업 중 불과 10% 남짓만이 인공지능을 생산 과정에 실제로 도입했다고 응답했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가 7월에 발표한 조사에서는, 기업들이 인공지능 시범사업(pilot, 시험적으로 운영하는 프로젝트)의 95%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시장의 조정(correction, 과열된 시장이 현실적인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은 미국 경제에 연쇄적인 결과(knock-on consequences, domino처럼 이어지는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 결과, 실리콘 밸리의 벤처 투자자, 기업가, 그리고 대형 기술 기업들은 모두 한 가지에 집중하고 있다. 바로 기업들의 AI 도입 속도를 어떻게 높일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만약 기업들이 AI를 운영에 통합하여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특정 산업 분야(예 : 법률, 의료 등)나 특정한 업무 과정(예 : 계약 검토, 고객 서비스 등)을 돕는 스타트업(startup, 혁신적인 기술이나 서비스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려는 신생 기업)들이 등장했다.

예를 들어, Harvery AI는 변호사들이 방대한 계약서를 분석하는 데 도움을 주고, Sierra는 기업들이 고객 서비스에 AI를 활용하도록 지원한다. 심지어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연구소인 오픈AI(OpenAI)와 앤트로픽(Anthropic, 미국의 대표적인 AI 연구 기업)조차 금융전문가나 생명과학 연구자를 돕기 위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2026년에 주목해야 할 핵심 지표는, 공식적인 도입(formal adoption, 기업이 시험 단계를 넘어 실제 운영에 AI를 적용하는 것)의 속도와 이러한 노력이 얼마나 성공을 거둘지가 될 것이다.

이는 인공지능이 생산성과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기술의 성공에 기반한 거대한 금융 호황(financial boom, 투자와 자산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는 현상)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영국 중앙은행에 따르면, 인공지능에 의존하는 기업들(곧, AI가 핵심 운영이나 수익 모델에 필수적인 기업들)의 주식은 10월 초를 기준으로 미국 S&P 500의 시가총액의 44%를 차지했다. 이 기업들의 주가 대비 예상 수익 비율(price-to-forward earning ratio, PER, 미래 예상 이익에 비해 현재 주가가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는 지표)은 무려 31에 달했는데, 이는 전체 지수의 19와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이다.

만약 도입(adoption, 기업들이 실제를 AI를 운영에 적용하는 것)이 빠르게 진행된다면,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과감한 투자와 인내가 결국 큰 수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을 것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으로 인한 이익이 더디게 나타나거나 아예 나타나지 않을 조짐이 보인다면, 이러한 평가(valuation, 주식의 가치 평가)가 하락(deflate, 거품이 꺼지듯 줄어드는 것)할 수 있다.

역사를 보면, 철도나 인터넷과 같은 유용한 기술조차도 금융적 과열(financial exuberance, 투자 열풍과 거품 현상)을 동반해 왔다. 인공지능 시장의 조정은 미국 경제에 연쇄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데이터 센터에 대한 투자와 활황의 주식시장에서 발생한 부의 효과(wealth effects, 자산 가치 상승으로 인한 소비·투자 확대 효과)는 관세, 이민 감소, 그리고 불확실성의 영향을 가리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만약 인공지능으로 인한 호황(AI boom)이 꺾인다면, 미국 가계에서 수조 달러 규모의 부(wealth)가 사라질 수 있다.

기업들이 인공지능 기술을 더 빠르게 도입한다면, 투자자들은 안심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또 다른 우려를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다. 바로 인공지능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이다.

AI 도입을 촉진하기 위해, AI 기업들은 가상 “에이전트”(virtual agents, 특정 업무를 시작부터 끝까지 반半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들은 인간 직원처럼 일하지만, 24시간 내내 작동하며 더 낮은 비용으로 운영된다.

이처럼 AI를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나 고객 서비스 담당자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로 제시하면, 경영진들이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 아티산(Artisan)은 기업들에게 “인간을 고용하는 것을 멈추라”고 촉구하는 광고 캠페인을 진행했다.

그러나 AI가 일자리를 빼앗고 노동자를 대체하는 위협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데 이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 것이다.

이미 일부 논평가들은 미국의 높은 대학 졸업생 실업률을 AI 탓으로 돌리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증거 빈약하다. 대학 졸업생 실업은 단순히 고용주들이 요구하는 기술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고, 팬데믹 기간 동안 기술 및 전문 서비스 기업들의 과잉 채용과 같이 챗GPT 출시 이전부터 존재했던 추세의 결과일 수도 있다.

예일대학교 예산 연구소의 연구를 포함한 몇몇 연구들은 AI가 노동 시장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AI 집약적 산업(AI-intensive industries, AI 활용이 핵심인 산업)에서 다른 산업보다 더 많은 노동자를 해고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결론짓고 있다.

과거의 기술 호황(technology booms, 특정 시기에 기술 발전이 급격히 이루어져 경제·사회적 변화가 일어난 현상)은 우려하는 대규모 실업이 현실로 나타나지 않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을 더 빠르게 도입한 기업은 더 높은 수요를 누리게 되고, 그 결과 더 많은 노동자를 고용하게 된다. 일부 일자리가 사라지면,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난다.

그러나 사람들이 변화에 대한 불안감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인공지능을 둘러싼 과열된 기대(hype, 과장된 홍보와 기대)와 희망은 세계가 이전에 본 적이 없는 수준이며, 그 진정한 영향은 아직 불분명하다.

AI가 경제 부흥을 가져올까, 금융 위기를 초래할까, 사회적 반발을 불러일으킬까, 아니면 이 세 가지가 복합적으로 나타날까? 2026년에 세계는 그 답을 알기 시작할 것이다.

- 라차나 샨보그(Rachana Shanbhogue), 『The Economist』 비즈니스 담당 편집자 -

<작가/본지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