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케라톱스*

                                      정겸

너를 만나기 위해 일억 년의 세월을
쉬지 않고 달려 왔다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 어디였던가
광활한 갈대숲 사이에서 너를 만났지
아직도 따스한 기운이 남아 있어
곧 깨어날 것만 같은 알의 흔적들
너는 순하디 순한 채식 주의자였지

호수로 둘러싸인 넓은 초원에는 꽃들이 만발하고
바다는 넘실거리며 암모나이트를 밀어냈던 거야
먼 산봉우리마다 불꽃이 분수처럼 솟아오르고
시조새는 괴성을 지르며 너를 희롱했지

어느 날 찬바람 몰아치고
너의 고향은 차츰 가라앉으며
수몰 지역의 난민이 되어버린 거야
그 후론 너를 볼 수 없었지
지금 생각해보니 아련한 추억이었어

그리움은 꽃무늬 화석이 되어
퇴적암 속으로 묻혀 가는데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
돌아와 다오 아름다운 고향 화성으로.

* 화성시 전곡항에서 발견된 백악기 시대 우리나라 최초 뿔 공룡 화석

정겸의 시 〈코리아케라톱스〉를 읽었다. 2023.

지난겨울 우연히 만나 적 있는 저기, 낯선 곳.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 2008년 한반도에서 처음 발견된 뿔 달린 공룡화석. 지금은 송산면 소재 공룡알 화석산지에 전시되어 있다. 이는 천연기념물로 국보급 보물이다. 화자는 1억 년을 역주행하여 그날의 공룡들과 눈을 맞춘다. 중생대 백악기 시대 호수와 바다, 꽃들이 만발한 초원, 공룡, 암모나이트, 시조새 등 원시 생물체들을 ‘백악기 공원’의 세상으로 소환한다. 화자는 시의 장면에서 생태적, 환경적 요소가 내포된 당시 주변의 상황을 묘파 한다. 말하지 않으면서도 말하는 시인의 발화 법. 시인은 결국 화성시의 아름다움과 100만 도시의 역사와 기품을 문자언어로 보여준다.

◇ 손현숙 시인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너를 훔친다》 《손》 《일부의 사생활》 《경계의 도시》(공저)  《언어의 모색》(공저) 
▷사진산문집 『시인박물관』 『나는 사랑입니다』  『댕댕아, 꽃길만 걷자』 
▷연구서 『발화의 힘』, 대학교재 『마음 치유와 시』 ▷고려대 일반대학원 문학박사(고려대, 한서대 출강) 
▷현 조병화문학관 상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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