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甲은 약 9년 전 함께 가구업체를 운영하던 동업자 乙의 부탁으로 乙이 납품업체에게 부담하던 대금채무에 연대보증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후 사업이 급격히 악화되었고, 결국 乙은 모든 사업을 접고 현재는 그 소재도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乙의 행방불명 이후 甲은 납품업체로부터 어떠한 채무독촉도 받지 않았고, 이로 인해 甲은 乙이 알아서 대금을 잘 정리했으리라 생각하며 연대보증인이 되었던 사실조차 잊고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9년이 흐른 어느 날 甲은 납품업체로부터 그 동안에 쌓여온 막대한 이자까지 포함하여 거액의 연대보증채무를 이행하라는 청구를 받게 되었습니다. 甲이 납품업체를 찾아 알아보니 납품업체는 약 7년 전 乙에 대하여 지급명령 결정을 받았으나 乙의 행방이 묘연하자 甲에게 모든 채무의 이행을 청구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甲의 항의가 계속되자 납품업체는 지급명령 결정을 받아 소멸시효가 연장되었으므로 연대보증인인 甲은 원칙적으로 모든 채무를 이행하여야 하나 甲의 사정을 감안하여 원금과 이자 절반은 면제해 줄 테니 나머지 이자라도 빠른 시일 내에 갚으라고 독촉하고 있는데, 甲으로서는 9년 넘게 잊고 살아온 빚을 갚는 것이 억울하기도 하지만 납품업체의 제안을 받아들여 조금이라도 빚을 줄여 빨리 갚고 정리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판단이 서질 않습니다.”

(A) 원칙적으로 민사상 채무의 소멸시효는 10년, 상사채무의 소멸시효는 5년이고, 본 사안 乙의 물품대금채무와 甲의 연대보증채무는 상인의 상행위에 해당하므로 상사시효인 5년이 적용됩니다. 사안과 같이 5년의 기간을 초과한 상사채무는 원칙적으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이행할 의무가 없는 것이나, 민법 제168조는 채권자의 '청구'가 있는 경우 소멸시효가 중단되는 것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때 청구란 일반적인 소송절차와 같은 재판상 청구와 지급명령신청까지 포함하는데, 재판상 청구에 따라 소멸시효가 중단되는 경우 본래 채무가 상사채무라 하더라도 소멸시효는 소를 제기한 때에 중단되며 재판이 확정되는 때부터 다시 10년의 소멸시효를 가산하게 됩니다.

한편 지급명령이란 채권자가 금전 그 밖의 대체물이나 유가증권을 지급받기 위하여 일방적인 신청만으로 진행되는 간이‧신속한 소송절차인데, 채권자가 법원에 대하여 지급명령을 신청하면 법원은 채무자에게 지급명령결정을 내리고, 채무자가 이에 대하여 이의를 하지 않거나 이의신청이 각하, 취하되는 경우 지급명령은 그대로 확정되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됩니다(민사소송법 제474조). 따라서 지급명령결정이 확정되는 경우 일반적인 재판확정과 마찬가지로 소멸시효가 중단되며 그 시효는 지급명령결정의 확정시로부터 다시 10년 동안 연장되는 효과를 얻게 됩니다.

특히 사안과 같이 乙의 주채무가 시효중단되는 경우 민법 제440조에 따라 甲의 연대보증채무 또한 시효가 중단됩니다. 따라서 사안의 경우 7년 전 지급명령결정을 받았던 乙의 물품대금채무는 지급명령 확정시로부터 다시 10년의 소멸시효가 진행되는 것이므로 乙의 채무는 최초 거래일로부터 9년이 지났지만 현재도 여전히 유효한 채무로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甲의 입장에서 보자면, 자신은 7년 전 납품업체가 신청한 지급명령의 당사자도 아닌데 乙에 대한 지급명령결정이 확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시효까지 10년 더 연장되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결과일 것입니다.

이를 감안하여 우리 판례는 주채무에 대한 시효중단은 민법 제440조에 따라 보증인에게도 효력이 미치므로 주채무의 시효가 중단되면 보증채무의 시효도 중단되는 것이나, 판결 등에 의하여 시효가 중단되는 경우 새롭게 진행되는 소멸시효는 10년으로 한다는 규정은 당해 판결의 당사자 사이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이므로 보증인에게는 미치지 않는 것이고, 이에 따라 중단되었던 보증채무의 시효는 여전히 종전의 소멸시효기간에 따른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따르면 사안의 경우 비록 7년 전 乙에 대한 지급명령 결정이 확정되어 甲의 연대보증채무도 시효가 중단되었다 하더라도, 甲의 연대보증채무는 지급명령 확정시로부터 다시 5년의 상사시효가 적용되므로 7년이 경과한 현 시점에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것입니다. 따라서 乙의 주채무가 여전히 존속한다 할지라도 甲의 연대보증채무는 소멸시효가 완성하였으므로, 甲은 납품업체에게 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습니다.

<변호사/법무법인 청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