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의 성질과 계약해제 법리

계약금의 성질과 계약해제 법리

양종찬 승인 2016.12.29 00:00 | 최종 수정 2018.09.28 14:01 의견 0

부동산매매 계약절차

(Q)甲은 2016년 5월 5일 乙이 보유하는 A아파트에 관하여 매매대금 3억 원, 중도금 지급일 2016년 6월 5일, 잔금 지급일 2016년 6월 25일로 정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잔금 지급과 상환으로 약정한 법무사 사무실에서 부동산 등기이전에 필요한 서류를 받기로 약정하였습니다. 계약 당일 계약금 3000만 원을 지급받은 乙은, 중도금 및 잔금 지급일을 앞두고 있던 중 주변에서 아파트를 알아보던 丙이 매매대금을 4억 원으로 쳐줄테니 자신에게 A아파트를 팔라는 제의를 받게 되었고, 이에 따라 乙은 甲에게 매매대금을 1억 원 올려달라고 요구하며 만약 甲이 이에 응하지 않는다면 계약금을 돌려주고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통보하였습니다.

하지만 급히 아파트를 구해야 하는 甲은 마땅히 여유자금이 없어 매매대금을 올려줄 수 없었고, 이에 따라 乙에게 당초 계약대로 중도금을 지급하겠다며 2016년 6월 3일 약정한 중도금을 준비하여 제공하였지만 乙은 그 수령을 거부하였습니다.

그 후 乙은 2016년 6월 20일 甲에게 일방적으로 계약파기를 통보하며 계약금을 반환받아 가라고 하는데, 甲은 계약파기로 인하여 예정대로 이사를 하지 못해 막심한 손해를 입고 있는 상황입니다. 甲과 乙사이에 계약서는 계약금의 금액과 지급일자만 적혀 있을 뿐 그밖에 다른 사항은 정해진 바가 없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甲이 乙에 대하여 행할 수 있는 민사상 조치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민법 제 565조 제1항은 매매의 당사자 일방이 계약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 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것으로 정하고 있는 바, 따라서 계약금은 당사자의 별도의 정함이 없더라도 당연히 계약의 ‘해약금’으로 성질을 가지며, 이에 따라 부동산의 매도인이 계약금을 지급받고 일방적인 해제를 하기 위해서는 계약금 배액의 상환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사안의 경우 가사 乙이 계약을 파기할 수 있었다 하더라도 계약금을 그대로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계약금의 배액인 6000만 원을 상환해야만 甲과의 계약을 파기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당사자는 ‘당사자 일방이 계약이행에 착수한 이후’에는 위와 같은 해약금의 상환으로도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데(대법원 1994. 11. 11. 선고 94 다17659 판결), 이는 계약이행을 신뢰하고 이행에 착수한 상대방의 신뢰를 보호할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계약이행에 착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문제되는데, 이와 관련하여 판례는 매수인이 매매계약의 중도금을 제공한 경우 매도인이 수령을 거부하였다 하더라도 이행의 착수가 있었다고 보는 바, 사안의 경우 甲이 제공한 중도금을 乙이 수령을 거부하였다 하더라도 이행의 착수가 인정되며, 따라서 사안의 乙은 甲의 중도금 제공 이후 본 건 계약을 더 이상 해제할 수 없는 것입니다.

다만 사안의 경우 甲은 당초 계약에서 정한 중도금 지급일인 2016년 6월 5일 이전인 같은 해 6월 3일에 중도금을 미리 지급하였는 바, 이 같은 이행기에 앞선 이행의 제공이 있는 경우에도 이행기 전에 이행이 허용될 수 없는 불가피한 사정(예를 들어 乙이 사전에 계약금 배액의 상환과 함께 계약 해제를 통보한 경우)이 없다면 이행의 착수가 인정되며, 따라서 이 같은 경우에도 乙은 甲의 중도금 지급 이후에는 더 이상 계약을 파기할 수 없는 것입니다.

한편, 그럼에도 乙이 계속하여 계약이행을 거부하는 경우 현실적으로 甲은 소송을 통해 계약이행을 강제할 수밖에 없을 것인데, 그 내용은 등기이전 절차의 이행을 구하거나 손해배상을 구하는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그 중 甲이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 배상받을 수 있는 손해액이 얼마인지 문제됩니다. 앞서 계약금은 계약의 ‘해약금’으로 성질이 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당사자가 계약을 하며, 만약 어느 일방이 계약을 위반하는 경우 계약금을 손해배상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별도의 위약금 약정을 한 경우, 이 같은 계약금은 ‘해약금’인 동시에 ‘위약금’으로서 성질을 가지며, 위약금 약정은 민법 제398조 제4항에 따라 ‘손해배상의 예정’으로 추정됩니다.

손해배상의 예정이란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시 지급하여야 할 손해배상액을 당사자 사이에 미리 계약으로 정해놓는 것을 말하는데,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이 있는 경우 채권자는 실제 손해액을 증명하지 않고도 예정액을 청구할 수 있는 이점이 있는 반면, 예정액은 특별손해까지 포함하는 손해배상액의 한도로 기능하므로 채권자는 예정액을 초과하는 특별손해의 추가청구가 허용되지 않습니다.

또한 예정액 지나치게 과다한 경우 법원에 의하여 직권으로 감액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안의 경우 甲과 乙사이 계약에는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정한다는 별도의 약정이 없습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손해배상의 예정에 관한 법리는 본 사안에 적용될 수 없으므로 甲이 손해배상청구를 하기 위해서는 직접 실제 손해액의 증명이 필요하나, 이 경우 甲은 특별손해를 입증하여 계약금을 초과하는 손해배상의 청구도 가능할 것입니다.

***특별손해 : 민사상 손해는 사회일반의 관념에 따라 채무불이행시 보통 발생되는 것이라 인정되는 ‘통상손해’와, 특별한 사정으로 인하여 발생한 이례적 손해라고 볼 수 있는 ‘특별손해’로 구분될 수 있는데, 통상손해는 채무불이행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만 있다면 당연히 손해배상액에 포함되나, 특별손해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만 손해배상액에 포함되는 차이를 갖습니다. 채권자가 특별손해를 배상받기 위해서는 채무자가 특별손해 발생의 사정을 알거나 알 수 있었다는 사정을 직접 입증해야만 합니다.

<변호사/법무법인 청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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