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상가건물을 소유하는 甲은 2년 전부터 의류소매업을 하는 乙에게 한 개 점포를 임대하였으나, 乙은 상습적으로 임대료 및 관리비를 미납하였고, 미납임대료 등의 총액이 보증금을 모두 공제하고도 계속하여 쌓여감에 따라 甲은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乙에게 퇴거를 요구하였습니다. 하지만 乙은 최근 경기가 너무 나빠져 임대료와 관리비를 미납한 것이라며, 조금만 더 시일을 주면 미납금을 모두 납부하고 앞으로는 연체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甲에게 사정을 하였지만 甲은 乙에게 이미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고 생각하여 乙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甲은 임대차계약에서 임대료 등의 미납이 있는 경우 단전‧단수조치가 가능하다는 조항이 기재되어 있는 점을 확인하고 乙을 압박하기 위하여 乙의 점포에 대한 단전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임대차계약이 해지되어 무단점유자의 신세가 된 乙에 대하여 甲이 단전‧단수조치를 취하는 것이 적법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A): 임대차계약 해지에 따라 乙은 더 이상 점포를 이용할 수 있는 점유권원이 없으므로 甲은 乙에 대하여 명도소송 및 이에 기초한 강제집행으로서 乙의 점포를 회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소송절차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므로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법 외적인 방법으로 임차인을 압박하여 임차목적물을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그 대표적인 방법으로 임대 점포에 대한 단전을 통해 임차인이 더 이상 임차목적물을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드는 방안이 거론되곤 하는데, 본 사안과 같이 임차목적물이 임차인의 영업장소라면 이와 같은 단전조치가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지 문제됩니다.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의하여 보호되는 업무는 반드시 적법할 것을 요하지 아니하나 사회상규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이어야 하고, 그 행위수단은 허위사실의 유포, 기타 위계 또는 위력에 한정되는바, 단전조치에 대하여 판례는 일반적으로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 성립을 인정합니다. 특히 기존 임차인이 무단전대 등을 이유로 임대차계약의 해지 이후에도 이를 무단 점유하는 경우 당해 점유가 불법점유인지와 무관하게, 처음부터 불법침탈 등에 의하여 점유를 개시한 것이 아니고 그 동안 평온하게 영업을 하면서 점유를 계속해 온 것이라면 이 같은 점유에 기초한 임차인의 업무는 업무방해죄에 의하여 보호되는 업무에 해당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대법원 1986. 12. 23. 선고 86도1372 판결 참조).
다만 형법상 범죄는 구성요건 해당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일정한 위법성조각사유가 존재하는 경우 이를 무죄로 보는바 일반적으로 알려진 정당행위, 피해자의 승낙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단전조치가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되는 경우에도 판례는 당해 조치가 형법 제20조에 따른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최종적으로 업무방해죄의 무죄를 인정한 사례가 있는가 하면(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3도4732 판결, 대법원 2000. 3. 10. 선고 2000도257 판결 참조), 위법성조각사유의 존재를 부정하여 업무방해죄의 유죄를 인정한 사례(대법원 1983. 11. 8. 선고 83도1798 판결, 서울서부지방법원 2005. 9. 29. 선고 2005노757 판결 참조)도 있습니다.
단전조치에 대하여 정당행위를 인정한 사례들은 공통적으로 당해 단전조치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는데,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로서 어떤 행위가 ①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②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③ 보호법익과 침해법익과의 법익균형성, ④ 긴급성, ⑤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춘 것을 의미합니다(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3도4732 판결 참조).
본 사안의 경우 우선 목적의 정당성만을 두고 봤을 때, 단순히 임차인이 임차목적물의 명도를 거부하고 있어, 명도의 필요성이 있다는 목적만으로는 그 정당성이 인정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단전조치로 인하여 임차인의 피해 등 법익침해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이는 가급적 보수적으로 판단될 필요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안의 단전조치는 특별한 예고조치도 예정하지 않고 있고, 소송을 통한 회수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수단의 적합성이나 법익균형성, 보충성 등 다른 요건도 충족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한편 본 사안은 임대차계약에 단전조치에 관한 정함이 있어, 임차인이 이 같은 임대차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사전에 단전조치에 대하여 승낙한 것은 아닌지, 따라서 또 다른 위법성조각사유로서 피해자의 승낙에 따라 단전조치가 위법하지 않다고 볼 수는 없는지 문제됩니다. 그러나 피해자의 승낙은 자신의 법익침해에 대하여 피해자가 ‘행위 당시’까지 승낙을 하고 있을 것을 요하는데, 무단점유자인 임차인이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단전조치에 동의하였다 하더라도 이후에 임대인의 단전조치 당시까지도 이를 여전히 승낙하고 있다고 볼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사안의 경우 피해자의 승낙에 의한 위법성조각사유를 주장하는 것도 다소 무리한 것이라 보입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05. 9. 29. 선고 2005노757 판결 참조).
결론적으로 사안에서 甲이 법적 수단에 의하지 아니하고 아직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乙의 점포에 대하여 단전조치를 하는 경우 이는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상당한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