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부양구상권

Q : 甲은 乙과 혼인하여 결혼생활을 하던 중 뜻밖의 교통사고로 뇌에 심각한 부상을 입고 병원에 후송되었고, 병원으로부터 급한 수술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은 乙은 다시 甲의 부(父)인 丙에게 연락하여 지금 甲이 급한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가진 돈이 없다며 병원비를 대신 내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이에 丙은 다급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돈으로 모든 병원비를 지불하였고, 덕분에 甲은 필요한 수술을 마쳤으나 식물인간 상태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甲의 수술 이후에 乙이 병원에 나타나지 않자 甲의 간호는 丙이 도맡아 하여야 했고, 丙은 乙의 행방을 알아본 결과 乙은 甲과 생활하던 아파트를 처분하고 모아놨던 돈마저 흥청망청 쓰며 살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乙에게 심각한 배신감을 느낀 丙은 乙에 대하여 자신이 지출하였던 병원비와 甲의 간호에 따른 대가를 지급하라고 청구하고자 하는데, 이 같은 청구가 인정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A : 민법은 가족 간의 부양과 관련하여, 부부 사이의 부양의무를 인정하면서(민법 제826조 제1항),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기타 생계를 같이하는 친족일반에 대한 부양의무를 별개 조항(민법 제974조 참조)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규정체계는 현행 민법이 가족 간 부양에 관하여 피부양자와 부양의무자 사이에 관계에 따라 단계적 부양의무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부모의 미성년자에 대한 부양 및 부부간의 부양은 공동생활을 하는 가장 밀접한 가족 사이에 부양이라는 점에서 민법은 이 같은 가족 사이에 1차적 부양의무를 인정하여 부양의무자로 하여금 자기의 생활수준을 낮추어서라도 피부양자의 생활을 자기와 같은 수준으로 보장하도록 정하고, 한편 부모와 성년자녀 사이와 같이 친족 사이의 일반적 부양에 대해서는 2차적 부양의무를 인정하여 부양의무자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맞는 생활수준을 유지하면서 여유가 있을 때 비로소 피부양자를 부양할 의무가 있는 것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안에서 甲의 배우자인 乙에게는 1차적 부양의무가, 부(父) 丙에게는 2차적 부양의무가 인정됩니다.

1차적 부양의무와 2차적 부양의무는 위와 같이 부양의 정도에 있어서 차이가 있지만, 동시에 부양당사자를 정하는 순위에 있어서도, 부양의무자 상호간에 별도 협의가 없는 이상 1차적 부양 의무자가 2차적 부양의무자에 우선하여 부양의무를 부담한다는 점에서도 구별의 실익이 있습니다. 따라서 사안에서 甲에 대한 부양의무는 1차적 부양의무를 부담하는 乙이 우선적으로 부담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안에서 甲을 위한 병원비 지불과 간호는 甲에 대한 부양의무의 이행으로 볼 수 있는데, 위에서 살핀 법리에 따르면 丙은 후순위 부양의무자임에도 불구하고 선순위 부양의무자인 乙을 대신하여 이 같은 부양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丙은 1차적 부양의무자인 乙에 대하여 2차적 부양의무자인 자신이 乙을 대신하여 부양의무를 이행하였음을 이유로 지출한 병원비 및 개호비(간병비) 상당액에 대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