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by AI Gemini

아우라지

김석이

휘감아 도는 물길 위에 어긋나는 빗금무늬
마음 하나 구겨 넣고 솔기까지 밟고 왔다
돌 하나 들추었더니 막혔던 소리 열린다

이리저리 부딪쳐서 가보지 못한 저편
소용돌이 밑바닥에 귀를 막고 웅크린
미세한 물의 세포가 소름처럼 돋고 있다

손이 손을 내미는 그곳에 잡힌 음률
얼마나 돌고 돌아야 모난 부분 공굴릴까
귀퉁이 잡아당기며 홑청 위에 눕는 하늘

한 길로 간다해도 부딪쳐야 길을 내는
굴곡진 꼭지점도 선하나로 이어진다
다시 또, 허리를 펴며 길을 가는 어머니

- 제5회 천강문학상 수상작


아무리 한길로 가고 싶어도 주위 환경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어긋나는 빗금무늬에 자신을 구겨 넣고 솔기까지 밟으며 가야 하는 여정. 막혀 있는 돌을 들추며 소리의 길을 열어 보아도 이리저리 부딪치는 상황에서 어머니는 기어이 자신을 소용돌이 밑바닥에 두고 있다. 하지만 다시, 또 허리를 펴며 가야 하는 어머니라는 이름의 물길, 아우라지.

김석이 시인

◇김석이 시인

▷2012 매일신문신춘 당선
▷2013 천강문학상, 2019 중앙시조 신인상 수상,
▷시조집 《비브라토》 《소리 꺾꽂이》 《심금의 현을 뜯을 때 별빛은 차오르고》
단시조집 《블루문》 동시조집 《빗방울 기차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