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젖은 낙엽 - 고안나

고안나 승인 2022.11.18 14:31 | 최종 수정 2022.11.20 10:32 의견 0

젖은 낙엽
                   고 안 나

 

훌렁 벗고 선 은행나무
수북하게 벗어던진 이파리 쓸다가
달아나는 그들 쫒아가다가
젖은 놈 붙잡고 시비 중

아서라!
허공 찌르는 기개 뽐내지만
빈털터리 신세
아무 생각 없는 척
굽이치는 어둠 속
회한이 깊다

마른 가지 끝
사투중인 몇 장의 이파리
싸늘하게 살아있는데

바람아, 제발 들썩이지 마라
쫓고 쫓기며 사는 것이 우리뿐일까
그래도 젖지 않은 마음도 있다

낙엽 [픽사베이]

<시작 노트>

가을, 한 짐의 낙엽을 쓸어 본 자들은 안다. 물에 젖은 이파리들은 땅바닥에 붙은 채 아무리 비질을 해도 꼼짝도 하지 않는다. 이 시대에 할 일을 놓아버린 자들을 종종 젖은 낙엽에 비유하기도 한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도 있다. 달아나다가 바닥에 붙어 뒹굴다가 납작 엎드린 채 꼼짝 않다가 저만치 뛰어 갔다 다시 나무 주위에서 빙빙 맴도는 것을 본다. 마치 어미 곁을 맴도는 어린것들처럼 웅성거리며 층층이 포개는 그 마음 나무는 안다.  

 

고안나 시인
고안나 시인

◇ 고안나 시인 : ▷『시에』 등단 ▷시집  《양파의 눈물》 ▷시낭송집(cd) 《추억으로 가는 길》 《추억 속에서》 ▷김민부문학제 위원장, 『작가와 문학』 편집 주간 ▷동북아신문 기자 ▷유튜버 「동행TV. 고안나의 문학기행」 ▷수상 : 중국 도라지 해외문학상 수상, 한국을 빛낸 한국인 대상수상 (시낭송가상), 한국사회를 빛낸 충효대상 시부문 대상, 중국 송화강 해외 문학상, 대한민국 시민대상 시낭송가상, 경기문창문학상, 부산작가상, 한반도문학대상, K- 문화예술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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