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고드름 - 고안나

고안나 승인 2022.12.05 10:31 | 최종 수정 2022.12.07 11:40 의견 0

고드름
                         고안나

 

 

아찔한 순간,
매달린 채 한 자씩 늘리는 키
고추보다 매서운 날들
물구나무 선 채
나를 단련시켜 보란 듯
어떤 힘에 붙잡혀
거꾸로 매달려 내려다 본 골목
내려가기도 
올라오기도 힘든 길
멈춰 선 저 돌들이 외롭고
훌렁 벗어던진
나무의 알몸들이 외롭고
똑똑 떨어지는 눈물방울처럼
작아지는 내 몸이 외롭고
나를 지탱하는 슬레이트 지붕 왼쪽이 외롭다
창백한 저 달, 눈에서 사라지면
올려다보는 세상은 또 어떨까

고드름 [픽사베이]

[시작 노트]

한 순간도 안심하고 살 수 없는 것이 사람뿐일까
위로 자라는 나무처럼 아래로 자라는 고드름의 푸념이
정작 고드름만의 생각일까
영하의 매서운 날씨에 풀렸다 늘렸다 자란 키
그의 눈높이에서 바라다 본 세상
하필이면, 가파른 골목길 모퉁이에 웅크리고 앉은 돌덩이와
훌렁 벗고 서 있는 은행나무의 앙상한 몰골과
제 키를 줄이면서 떨어지는 물방울과
슬레이트 지붕의 왼쪽에 매달려 있는 자신의 서글프고 참담한 모습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서민들의 애환과 삶을
그대로 대변해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면서도 달이 사라진 아침이 오면 올려다보는 세상,
즉 더 나은 세상에 대한 동경과 연민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고안나 시인
고안나 시인

◇ 고안나 시인 : ▷『시에』 등단 ▷시집  《양파의 눈물》 ▷시낭송집(cd) 《추억으로 가는 길》 《추억 속에서》 ▷김민부문학제 위원장, 『작가와 문학』 편집 주간 ▷동북아신문 기자 ▷유튜버 「동행TV. 고안나의 문학기행」 ▷수상 : 중국 도라지 해외문학상 수상, 한국을 빛낸 한국인 대상수상 (시낭송가상), 한국사회를 빛낸 충효대상 시부문 대상, 중국 송화강 해외 문학상, 대한민국 시민대상 시낭송가상, 경기문창문학상, 부산작가상, 한반도문학대상, K- 문화예술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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