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나무에게 배우다 - 고안나

고안나 승인 2022.11.01 11:36 | 최종 수정 2022.11.02 13:58 의견 0

나무에게 배우다
                       고 안 나
 

 

몸 가벼워지는 시간
나무가 운다
큰소리 내며 운다
몸통 칭칭 감는 바람 드센 날
엎드렸다 일어서는 나무
외로운 심사인가
때를 알고 움직이는
우주의 법칙
눈앞에서 가르친다
굽히는 법과 휘어지는 법
언제 그랬느냐는 듯 일어서는 법과
궁굴렸다 느슨하게 펼치는 법
가지와 가지끼리 비비는 법과
바람의 길 따라 가는 이파리
멀리 보냈다가 다시,
제 자리로 데리고 오는 법
사나흘 흔들려도 중심은
틀어지지 않는다며
온 몸으로 가르치는 나무
마지막 가을 빛, 힘껏 끌어당긴다

[픽사베이]

<시작 노트>
겨울로 가는 길목 손끝이 아리다. 훌훌 벗어던진 따뜻했던 날들이 벌써 새삼스러운 시간, 가만히 서 있던 나무들이 소란스럽다. 필시 바람 탓이라 하지만 심하게 몸을 비트는 것이 분명 이별 연습중이리라. 원초적인 본능, 스스로 터득하고 행동하는 저들만의 법칙 앞에 겸허한 순간이다.

 

고안나 시인
고안나 시인

◇ 고안나 시인 : ▷『시에』 등단 ▷시집  《양파의 눈물》 ▷시낭송집(cd) 《추억으로 가는 길》 《추억 속에서》 ▷김민부문학제 위원장, 『작가와 문학』 편집 주간 ▷동북아신문 기자 ▷유튜버 「동행TV. 고안나의 문학기행」 ▷수상 : 중국 도라지 해외문학상 수상, 한국을 빛낸 한국인 대상수상 (시낭송가상), 한국사회를 빛낸 충효대상 시부문 대상, 중국 송화강 해외 문학상, 대한민국 시민대상 시낭송가상, 경기문창문학상, 부산작가상, 한반도문학대상, K- 문화예술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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