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우 캐비닛' 놓고 공방하는 TV토론을 기대한다

'섀도우 캐비닛' 놓고 공방하는 TV토론을 기대한다

김 해창 승인 2017.04.26 00:00 의견 0

SBS와 한국기자협회 공동 주최로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 타워에서 가진 ‘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주요 정당 후보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국회사진기자단

25일 저녁 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가 주최한 주요 5당 대선후보 4차 TV토론회는 지난 3차례의 토론에서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정책토론을 들을 수 있었다. 바로 ‘섀도우 캐비닛’에 관한 후보들의 견해가 그것이다.

어제 TV토론에서 내 귀에 쏙 들어온 것은 첫 질문이었다. 손석희 사회자가 모든 후보들에게 공통으로 ‘자신이 내세운 원칙 아래 기용하고 싶은 인물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했다. 이에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내각을 구성할 때 청렴성·개혁성·탁월한 행정 능력을 기준으로 구성하겠다. 촛불개혁내각을 만들고 남녀 동수로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심 후보는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과 개혁성·행정 능력이 탁월한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구성하겠다”고 답했다. “다른 정당이라도 상관없나”는 사회자의 질문에 심 후보는 “개혁공동정부를 구성하는 데 타 정당이라고 왜 안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내가 평소 바라던 ‘섀도우 캐비닛’에 대한 첫 공개 언급이었다. 참 참신했다. 다른 후보가 어떻게 대답할 지 정말 궁금했다. 그런데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능력과 청렴성을 보겠다. 우리 당이냐 아니냐는 가리지 않겠다. 다만, 누구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선거법 230조 위반 우려가 있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한 뒤 그만 흥이 깨지고 말았다. 팩트 체크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고, 뒤늦게 중앙선관위 문의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이 나왔지만 심 후보 이외 그 누구도 구체적으로 ‘자신이 기용하고 싶은 인물’을 밝힌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통합정부를 구성하는 인사 기준은 첫째로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어야 한다. 특히 꿈을 빼앗는 취업비리, 병역비리, 입학비리 그런 것에 연관된 사람은 절대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둘째로 유능한 사람, 셋째로 계파와 이념에 매몰되지 않은 사람을 쓰겠다”며 “OECD 평균 여성 각료 비율이 30%인데 여기에 맞추는 것부터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다음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바로 일해야 하는 데 제일 중요한 자리가 총리와 경제부총리, 외교장관, 국방장관”이라며 “어느 정권 출신이든 가리지 않고 제일 능력 있고 깨끗하고 저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으로 하겠다. 특정인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어떤 정권 출신이든 개의치 않고 오로지 능력과 같은 뜻을 지향하는지만 보고 뽑겠다”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도덕성·개혁성·대탕평·대통합 관점으로 정부를 구성하겠다. 대한민국 드림팀을 보여드리겠다. 구체적으로 우리 당에서 함께 경쟁한 후보들과 함께하고 싶고 국민추천제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토론사회자인 손석희 jtbc사장을 보고 “손석희 사장도 국민추천을 높이 받으면 사양 안 하시면 좋겠다”고 말했으나, 손 사장은 “제가 사양하겠다”고 답했다.

어제 TV토론을 보면서 내 생각은 명확해졌다. 오는 28일과 다음달 2일 TV토론에서 이들 유력 대선후보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능력, 청렴성, 도덕성, 개혁성, 비패권, 대탕평, 대통합’ 등의 원칙에 가장 적합인 총리 장관 비서실장 후보인물군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그래서 막바지 국민들이 골라보는 재미를 느끼게 해달라는 것이다.

특히 이번 대선은 공식적인 인수위도 없지 않는가. 19대 대선은 18대 대선처럼 ‘묻지마 토론’이 돼선 안 된다 생각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촛불민심의 분노는 대한민국의 전면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촛불민심으로 대변되는 국민의 요구는 새로운 정치스타일을 원한다. 촛불집회에서 나온 촛불개혁과제는 크게 △재벌체제 개혁 △공안통치기구 개혁 △정치선거제도 개혁 △좋은 일자리 노동기본권 보장 △사회복지·사회공공성 강화, 생존권 보장 △성소수자 차별해소 △남북관계 및 외부안보정책 개혁 △위험사회 개혁 △교육불평등 개혁과 건강권 보장 △언론개혁과 자유권 보장 등이다. 이런 일을 누가 실무적으로 책임을 갖고 해낼 수 있을까? 국민은 그것이 궁금하다.

늦어도 다음달 2일 TV토론까지 후보자들은 총리와 비서실장 그리고 몇 몇 장관 후보를 2~3배수로 추천해 공개하길 바란다. 그리고 이를 위해 오늘부터 각당 홈페이지에 새도우 캐비닛 국민추천을 받도록 하시라. 그래서 TV토론에서 자신의 공약과 이를 실현할 핵심 관료를 내놓고 국민들에게 설득전을 펴는 게 옳다.

일부 후보는 이러한 걸 밝히는 게 캠프 내부의 혼란을 가져올 지 우려할 지도 모른다. 그런데 역대 정부의 총리는 최소 4명에서 많게는 7~8명이나 됐다. 2~3배수에 들었다고 안심할 바도 아니다. 총리 후보로 거론됐다 낙마한 인물들이 한둘이 아니지 않은가. 대선후보에게도 오히려 덕이 될 것이다.

참고로 2003년 노무현 당선자 시절 총리 내정자는 고건 전 총리였고, 경제부총리 후보로는 김종인 당시 전 경제수석,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물망에 올랐으나 막상 참여정부 출범 때 뚜껑을 열어보니 고건 총리에 경제부총리는 김진표 국무조정실장이 임명됐다.

다음 TV토론에서 새로운 ‘김영란, 이재명, 박원순, 손석희’가 거명될 지 또는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군에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이름이 나올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설령 후보군을 밝히더라도 4차 TV토론에서 손석희 jtbc사장과 같이 고사할 분도 나올 것이다.

간디는 이렇게 말했다. ‘나의 삶이 나의 메시지’라고. 이름을 대면 국민들이 알아서 그 사람의 삶을 판단할 것이다. 국민이 바라는 선거는 ‘예측가능한 정치’ 아닐까? 다음 두 차례 TV토론의 하이라이트로 대선후보 측근을 놓고 설왕설래하는 재미를 국민은 원한다.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