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제2의 민주화운동으로 인본주의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본주의운동은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는 생산적인 복지체제를 구축하고, 자기 철학으로 당당하게 사는 삶이 보편화하는 시대입니다. 부산의 발전은 서울식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정신적 독립이 지역발전, 시민행복의 출발점입니다. 부산이 인본운동의 메카가 됐으면 합니다.”
지난 6월 20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로 9 (사)인본사회연구소가 주관한 제3기 부산학아카데미 첫 강좌로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장관이 ‘민주화운동과 인본세상’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김 전 장관은 인본사회연구소 초대 소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지금은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크게 △부산은 어떤 도시인가? △민주화운동의 지향 △부산과 민주화운동 △민주화운동의 성과와 한계 △이제는 인본주의운동이다 △부산이 인본운동의 메카가 되자!라는 소주제로 나눠 1시간 정도 강의를 했다.
김 전 장관은 “지역발전을 위해선 우선 지역정체성이 뚜렷해야 한다. 우리 부산은 더 이상 ‘제2도시’, ‘항만도시’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어떤 도시, 어떤 문화를 가진 도시가 될 것인가 더 고민하고 우리 모두의 것으로 만들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부산의 인구추이를 바탕으로 부산의 변천을 설명했다. 1740년 부산 당시 동래부 인구는 1만9천명이었다(박화진 부경대 사학과 교수 자료). 1945년 해방 당시 30만명, 한국전쟁이 끝난 1955년엔 100만명을 돌파했다. 그 뒤 급속한 공업화에 힘입어 1971년에 200만명, 1985년에 351만명으로 급속한 팽창을 했다. 부산은 근대문물의 도입 통로로 한국 최초도 많다. 성지곡 수원지는 대한제국 말기인 1909년 완공된 국내 최초의 인공댐이다. 1920년대 최초의 영화제작소 조선키네마가 있었다. 1970년 중반까지 외국문물이 일본을 통해 부산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런데 부산은 1970~80년대 79년 부마민주항쟁과 87년 6·10민주항쟁을 거치면서 민주화운동의 중심에 서게 됐으나 1980년 신군부 등장 이후 부산지역 경제는 쇠락한다. 그것은 소수 엘리트의 기득권 유지 강화에 앞장서던 군부독재체제가 의도적으로 부산지역을 홀대해온 결과이기도 하고, 부산시가 미래산업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던 탓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부산은 김영삼,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과 많은 민주화 운동가를 배출했다. 6월 민주항쟁 이후 우리나라는 정치적 민주주의를 확립하고, 경제적 재분배와 중산층 형성 등 질적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가 대세가 되면서 사회경제적 양극화, 중산층 붕괴, 경쟁지상주의·배금주의 풍조의 만연을 낳았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국가거시경제지표는 좋지만 2021년 유엔사회기구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행복지수가 세계 59위 수준으로 낮다. 이는 타인과의 비교 속에 타인의 시선으로 살고 있고, 대학, 취업, 결혼, 부동산, 풍족한 노후 등 노력해도 이룰 수 없는 목표들이 너무 많아졌다고 지적한다.
김 전 장관은 이러한 상황 돌파를 위해 “제2의 민주화운동으로 인본주의운동을 적극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도권에 대한 지방의 ‘정신적 독립’이 지역발전, 시민행복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즉 사람 중심 지역균등발전론을 바탕으로 개인이 행복한 인본주의운동을 부산에서부터 펴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인들이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싶어하듯이 부산을 선량하고 개성 있는 사람들의 따뜻한 도시로 만들어 수도권 사람들이 내려와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어 가도록 우리 부산사람들이 발심(發心)을 해 매력적인 부산을 만들어가도록 했으면 좋겠다”며 마무리를 지었다.
이어 질의 응답시간이 있었다. 차성환 전 부산민주공원 관장은 “부산은 요즘 정말 어려운 상황이다. 젊은이들의 ‘탈부산’이 가속화되고 있다. 부울경 메카시티, 신공항 건설이 잘 된다고 해결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수도권 초집중을 해체하고 기득권을 깨기 위한 큰 전략이 필요한 것 같은데 김 전 장관의 의견이 궁금하다”라고 물었다.
이에 김 전 장관은 “수도권 인구가 절반이 넘고 정치 경제적 힘의 7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어 현재로선 특별한 왕도는 없다. 유일한 방법은 외곽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삶의 질을 생각하는 사람이 탈수도권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부울경을 아우르는 메가시티로 서울공화국에 대응하는 ‘독립정신’이 절실하다. 부울경 메가시티도 한국의 싱가포르가 될 수 있도록 치열한 논의와 협력을 통해 만들어가야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대식 부산대 명예교수는 “행복한 도시 부산이 되려면 서울과 달리 부산의 개성을 살리는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도시의 개방성이 매우 중요하고 정치 또한 생활밀착형 정치가 되어야 한다. 지금은 큰 틀에서 행복도시로 갈 수 있도록 부산시와 시민들이 지혜를 모아가야 할 때”라고 의견을 내놓았다.
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의 민주시민교육사업의 일환으로 열린 (사)인본사회연구소의 제3회 부산학아카데미는 이날 김 전 장관의 첫 강의에 이어 △7월 16일(토) 오전 10~12시 김종기 부산민주행쟁기념사업회 상임이사가 ‘6월 항쟁 거리와 민주시민의 길’을 주제로 민주공원에서 진행된다. △8월 27일(토)은 남송우 인본사회연구소 이사장(부경대 명예교수)이 ‘역사 속 문화교류, 조선통신사의 의미’를 주제로 조선통신사역사관에서 이뤄진다. △9월 17일(토)은 김해창 인본사회연구소 소장(경성대 교수)이 ‘해양수도 부산, 안용복 장군 되살리기’를 주제로 수영사적공원에서 진행된다. △10월 15일(토)은 우주호 역사문제연구소 소장이 ‘피난의 도시, 자갈치시장에서 일어서다’를 주제로 송도케이블카 현장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향후 강좌에 참가를 희망하는 부산시민은 (사)부산인본사회연구소 사무처(818-9747)로 연락하면 된다. 선착순 20명 모집, 신청비는 없다.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 본지 편집위원장>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