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본세상 22 - 인문학 단체 탐방】 한국해양대학교 국제해양문제연구소 탐방 - 해양을 넘어 해항 도시로 연구 영역 확장, 구수경

한국해양대학교 국제해양문제연구소 탐방 - 해양을 넘어 해항 도시로 연구 영역 확장 / 구수경 (인본사회연구소 사무처장)

인본세상 승인 2023.09.22 11:47 | 최종 수정 2023.09.26 17:39 의견 0

기록에 의하면 최전성기 경주의 인구가 100만 명이었던 적도 있다고 한다. 경주 100만 인구의 모든 생활용품이 지역 내에서 자급자족 되었을 리는 만무하다. 울산, 감포 등 주변 외항을 통한 물물교환이 있었을 것이다. 로마와 아테네도 마찬가지다. 로마 시대에 9개의 강구를 트고 물자공급에 이르렀던 것처럼, 지역과 지역 간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상호 공생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해양, 바다의 특성과 문화 뿐 아니라 더 나아가 공생을 위한 ‘해항도시’까지 연구영역을 확장해 낸 ‘국제해양문제연구소’는 부산의 남단 끝자락에 또 하나의 섬처럼 드넓게 자리하고 있는 한국해양대학교 내에 위치하고 있었다.

2007년, 휴먼코리아(Human Korea, HK)를 꿈꾸던 정부는 대학 내 인문학사업 지원이라는 장기프로젝트를 기획한다. 부산에서는 부산대학교, 부산외국어대학교를 비롯하여 한국해양대학교도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되는데, 한국해양대학교는 ‘국제해양문제연구소’를 설립하고 해양과 바다에 대한 연구 주제에 몰입한다. 2008년 시작된 본 사업의 초대 소장이었던 정문수 교수가 깃대를 잡고 어언 15년. 한국해양대학교의 국제해양문제연구소는 전임연구원을 비롯한 연구교수, 연구보조원, 행정직원까지 50여 명의 인력풀이 가동되고 있고, 해양대학교 평생교육관 건물의 3층 전부와 2층 일부를 사용하며 해양 연구에 불을 밝히고 있다.

연구소는 바다인문학 및 해양에 특화된 아젠다에 집중한다. 국회 및 지자체에 해양 정책을 제기하고, 시민들의 교양을 드높이며, 시민과 소통하기 위한 바다인문학사업에서도 솔선수범할 뿐 아니라, 그 밖의 여러 눈부신 국제적 활동을 진행 중이다. 중국, 일본, 대만의 10개 연구소로 구성된 세계해양문화연구소협의회(WCMCI)의 사무국을 유치하고, 바다인문학의 허브를 구축하여 매년 학술대회와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그 성과를 국제적으로 공유 및 확산하고 있다. 4년마다 개최되는 세계해양사대회는 2024년 아시아권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리게 된다. 물론 이 대회는 국제해양문제연구소가 중심이 되어 준비 중이다.

또한 2019년 대한민국 100대 아젠다에 선정된 가야사복원사업의 일환으로 오키나와 탐험과 해양실크로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여 공영방송으로 시민들에게 선사하였고, 부산시, 부산일보와 협조하여 매년 가을이면 월드오션프로그램을 제작 발표하기도 하는 등 해양 연구 활동의 숨은 노력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바다와 관련된 인문학․ 사회과학 분야의 연구 활동을 진작시키고 타학문 분야와의 학제적․범학적 연구와 산·학·관·연 협력 체제를 통해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정책 수립과 정보제공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던 국제해양문제연구소는 지난 10년간 「해항도시문화교섭」연구의 성과를 심화 발전시킨「바다인문학」연구를 세계적으로 발신하고 있다. 바다의 물리적 운동(海文)에 관한 연구와 인간의 제활동(人文)에 관한 연구에는 상호간의 학문적 소통과 학제적 연구가 필수적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그것이 바로 「바다인문학」이라고 설파한다.

특히 연구소가 기획한 시민참여형 「바다인문학」 사업은 매력적이다. 특히 ‘선상 아카데미’는 배 위에서, 배를 탄 상태에서 아카데미가 진행되고 있으며, 공지 즉시 참가자 모집이 완료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배 위에서는 바다이야기, 어부이야기, 해양, 해항도시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플룻과 노래와 영화와 노을이 함께한다. 올해는 한국해양대학교 해양실습선 ‘한바다호’에 명사를 모실 계획이다. 명사와 시민, 음악과 파도, 그리고 바람과 더불어 목포, 군산, 동해, 울릉도를 돌 것이다. 대한민국 바다의 역사와 숨결을 시민들의 품에 안길 예정이다. 부산 시민들은 연구소가 마련한 낭만 가득한 아카데미의 시간을 즐기게 된다. 부산이어서 가능하다.

사실 연구 활동에 최적화된 연구소 ‘연구자’들의 연구 성과들을 시민의 눈높이로 환원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연구자들이 몸소 시민사업을 수행한다는 것은 더더욱 특별한 노력이 아닐 수 없다. 한국해양대학교 국제해양문제연구소는 이론과 실천을 겸하는 특별한 연구소이다.

부산, 더구나 영도에서 성장기를 보내면서 대평동과 자갈치를 오가던 통통배를 탄 기억, 암탉의 울음소리 대신 조선소의 깡깡 소리로 시작되는 하루, 방금 도착한 어선에서 얻어 온 등푸른 고등어의 기름기에 빛나던 고모부의 이마, 태종대 자갈마당을 가족 소풍으로 넘나들던 야릇한 기억들이 역사적, 인류학적으로 승화되는 듯한 짜릿함이 있는 날이다. 달이 높아 바다가 더욱 깊은 오늘 밤에도 부산, 바다, 해양, 해항 그리고 사람을 파고 있을 국제해양문제연구소 연구실은 더욱 밝다.

 

구수경 처장

◇ 구수경

국무총리 산하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2022~ 현재)

부산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장 (2021~현재)

부산인권포럼 대표(2012~현재)

(사)인본사회연구소 사무처장 (2018~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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