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핵화 진정성 표시가 관건…'판문점 선언' 넘어 CVID 명문화 주목
'포괄합의' 담고 '디테일'은 후속회담 넘길 가능성…종전선언도 관심
북미 정상, 일대일 담판서 '통큰 합의' 반전 파격 보일지 주목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조준형 기자 = '세기의 담판'으로 일컬어지는 6·12 북미정상회담이 닷새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제 전 세계의 시선은 한반도의 운명을 바꿔놓을 수 있는 '싱가포르 공동선언' 또는 '공동성명'이 도출될 지에 쏠리고 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으로부터의 체제 안전보장을 희망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역사적 대화 테이블로 나와 '빅딜'을 모색하는 것 자체가 세계사에 한 획을 긋는 이정표로 기록될만 하다.
한국전쟁 당사국으로서 정전 이후 65년간 적대관계를 이어온 북미 정상이 비핵화와 체제 안전보장을 맞바꾸는 '통 큰 거래'에 실제로 성공한다면 이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지향하고 역내 안보질서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는 중대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게 국제사회의 중론이다.
주목할 점은 정상간 합의가 선언문에 어떤 식으로 녹아들어갈지이다. 북미 정상이 어떤 내용과 방향, 수준에서 합의점을 만들어내느냐가 앞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으로 나아가는 여정의 '첫 단추'이자 이번 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판문점 선언'이 북미 정상간 비핵화 담판의 길을 텄다면, 이번에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도출될 싱가포르 공동선언 또는 공동성명은 그 구체적인 내용, 즉 비핵화 로드맵의 얼개를 짜는게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도출될 공동선언은 판문점 실무회담과 고위급 뉴욕회담, 특사 자격으로 방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통해 오고 간 북미 정상 간 메시지 교환 등을 통해 이뤄진 북미 간 조율이 집약적으로 반영된 결과물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요구해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북측이 비핵화의 대가로 원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보장'(CVIG)을 주고받는 빅딜이 얼마나 구체화되느냐가 관건이라고 볼 수 있다.
'성김-최선희 라인'이 이끄는 판문점 실무회담에서 합의문 초안이 다뤄지고 있어 막판 줄다리기 결과가 주목된다. 북한의 비핵화 초기조치와 사찰·검증, 이행 그리고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보상 조치들이 복잡한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있는 고차 방정식을 어떤 식으로 풀어내느냐가 열쇠이다.
머라이언상과 카펠라 호텔
(싱가포르=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북미정상회담이 12일 싱가포르의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열리는 것으로 정해졌다
싱가포르 정부는 관보를 통해 이달 10일부터 14일까지 샹그릴라 호텔 주변 탕린 권역에 이어 센토사 섬 전역 및 센토사 섬과 본토를 잇는 다리와 주변 구역을 특별행사구역으로 추가로 지정했다. 사진은 지난 4일 머라이언상 뒤로 보이는 카펠라 호텔(흰색 건물 뒤쪽) 2018.6.6 xyz@yna.co.kr
최대 관전포인트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선언과 함께 진정성을 표시하는 차원에서 어떤 초기 비핵화 조치를 내놓을지이다. 현재 미국은 핵탄두·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조기 반출·폐기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반면 북한은 '행동 대 행동' 차원에서 미국이 구체적인 제재완화와 체제 안전보장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기존의 빅뱅식 일괄타결 프로세스에서 한걸음 물러나 단계적 접근을 가미한 '트럼프 모델'을 제시하고 있으나,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조치'와는 여전히 그 이행경로와 방법론을 놓고 간극이 큰 실정이다. .
당장 비핵화와 관련한 합의문 문구를 놓고 양측의 기싸움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미국은 판문점 선언에서 공동목표로 명시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을 뛰어넘는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을 최대한 넣으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핵심 관건은 'CVID'의 명문화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어 CVID가 선언문에 명문화될 지는 다소 불투명해 보인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핵무기 조기 국외반출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과 같은 가시적 조치들이 구체적으로 담길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북한의 초기 비핵화 조치가 얼마나 구체화되느냐에 따라 맞교환 대상인 체제 안전보장과 경제보상 문제가 연동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제공할 미국의 체제 안전보장 조치로는 평화협정 체결, 북미수교 협상 개시 선언, 연락사무소 개설 등이 거론되고 있다.
양측이 남은 5일간 이견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 가운데 북미 정상의 공동선언문에는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원칙과 방향에 대한 큰 틀에서의 '포괄적 합의'를 담고 구체적 이행 시간표와 방법론 등 '디테일'은 후속회담에 맡기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김 부위원장과의 백악관 회동 후 6·12 북미정상회담을 "과정의 시작"이라고 규정하고 "이날 사인(sign·서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으로 분석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최근 들어 후속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다만 현재의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고 적대관계를 청산한다는 상징적 의미에서 '종전선언'이 이번에 어떤 식으로 논의될지도 주목된다.
이는 싱가포르에서의 남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과도 연계돼있다. 종전선언이 이번에 현실화되지 못하더라도 종전선언 추진과 북미 간 상호불가침 확인 등 관련된 내용을 선언문 문구에 넣고 정전협정 기념일(7월27일) 등 적절한 계기에 후속회담을 열어 공식 이벤트를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선언문에는 평화·번영·안보의 새로운 시대 선언과 함께 'SCSP(강하고 연결되고 안전하며 번영함)로 압축되는 북한의 미래 청사진도 언급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런 가운데 북미 정상의 일대일 담판이라는 '현장 상황'이 공동선언문의 내용을 좌우할 마지막 변수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합의문 초안을 바탕으로 대좌하더라도 두 사람의 스타일상 담판의 결과에 따라 파격적 반전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거래의 달인'을 자처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은둔의 지도자' 에서 탈피, 정상국가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김 위원장이 예측불허의 리얼리티쇼에서 '통 큰 합의'라는 각본 없는 드라마를 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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