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연합뉴스) 김용민 한무선 기자 = "책에서 봤던 미인도를 실제로 볼 수 있어서 정말 신기해요"
16일 오후 대구미술관 1층 전시실을 찾은 초등학생 정유현(12)군은 혜원 신윤복(1758∼?)의 미인도를 한참이나 바라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정군뿐 아니라 전시실 곳곳에서 관람객들의 크고 작은 탄성이 이어졌다.
경산에 사는 이하나(37·여)씨는 "조선 회화가 대구에서 대거 전시된다고 해 한달음에 달려왔다"며 "김홍도, 정선, 신윤복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모두 볼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날 이곳에서 '간송 조선회화 명품전'이 막이 올랐다. 간송미술관에 소장된 조선회화 명작들이 처음으로 대구로 나들이를 한 것이다.
대구시와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오는 2021년 대구 간송미술관 분원 건립을 앞두고 마련한 뜻깊은 행사다.
신윤복, 정선, 김홍도, 심사정, 안견, 신사임당, 이징, 김정희, 흥선대원군, 장승업…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설레는 조선시대 거장들이 남긴 회화 작품 100여점이 한 데 모였다.
겸재 정선(1676-1759)의 경교명승첩,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 단원 김홍도(1745-1806)의 고사인물도 등 보물로 지정된 작품만 9점에 달한다.
긍재 김득신(1754-1822)의 풍속도화첩 등 곧 보물지정을 앞둔 작품도 4점이나 된다.
문화사적 가치는 물론 대중성까지 높은 작품들이어서 회화 전공자뿐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친근하게 감상할 수 있다.
전시회 개막일인 이날 하루 대구미술관에는 이들 작품을 보려는 3천명 가까운 관람객이 몰려 높은 관심을 보였다.
전시장 입구에서 수십 미터 가량 줄을 선 채 1시간 가까이 입장을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무더위가 시작되는 6월 중순에 미술 전시회 개막일 이렇게 많은 관객이 찾은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는 게 미술관 측의 설명이다.
간송미술관의 명성과 영향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문화재 수집과 보존에 평생을 바친 간송 전형필(1906~1962)의 유품 30여점도 같이 선보여 의미를 더한다.
이번 전시회는 간송미술관이 문을 연 지 80년이 되는 해에 마련돼 더욱 뜻깊다.
간송은 전 재산을 들여 수집한 우리 문화재들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체계적으로 관리, 연구하기 위해 1938년 우리나라 최초 사립박물관인 보화각(寶華閣)을 설립했다.
간송은 일제가 가장 많이 왜곡하고 깎아내렸던 분야가 조선 역사와 문화라고 생각해 조선시대 회화 작품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수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간송이 세운 보화각은 이후 간송미술관으로 이름을 바꾸었으며 현재 훈민정음 해례본 등 국보 12점을 비롯해 문화유산 1만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간송미술관 백인산 연구실장은 "조선시대를 아우르는 회화 작품을 모은 이번 전시는 서울에서도 이만한 규모로 만나기 어렵다"며 "대구시민과 인근 도민들에게 소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는 9월 16일까지 전시한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월요일 휴관)까지며 일반 8천원, 단체(20명 이상) 6천원, 만 18세 이하 6천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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