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와 인터뷰서 밝혀…"비핵화 시간표,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듯"
미국 측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였던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26일 "북한이 미국이 말하는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에 동의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윤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제주국제컨벤션센터 귀빈실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미는) CVID 혹은 완전한 비핵화, 검증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와 그에 따른 외교관계 정상화, 경제적 이익 등에 대한 협상이 현재로선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원하는 대로 말할 순 있지만,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CVID에 대한) 언급이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전날 미 CNN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 이른바 '시간표'(timeline)를 설정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 "말 그대로 아무런 일정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재차 지적했다.
그는 "검증보다도 그 이전에 모든 북한 핵물질 등에 대한 신고가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 그 논의가 실종됐다"며 조속히 관련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 전 대표는 최근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조치 등은 미국이 결국 중국의 '쌍중단(雙中斷·freeze-for-freeze)' 요구를 따르는 것이라고 봤다.
쌍중단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활동과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것이다.
그는 "북미정상회담이 (한반도의) 긴장 완화를 하는 데 굉장한 성과를 이룬 건 분명하지만, 북한 핵무기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는 다루지 않고 있다"며 "결국 미국이 일부분에서는 성과를 냈지만, 중국의 '쌍중단' 모델을 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 내인 2020년까지 비핵화의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공언한 것에 대해서는 "가능성만 따지면 못할 건 없으나 북한으로부터 아무런 신호(sign)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이번엔 다르길 희망한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진정 북한의 경제 발전을 원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분명하게 피력했다"고 말했다.
윤 전 대표는 종전선언과 관련해서는 "종전선언이 시기상 적절한지 모르겠다"며 "북한이 종전선언을 원하는 건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올해 초까지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던 그는 "(당시엔) 북한과 종전선언 관련 논의는 전혀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태어난 윤 전 대표는 초등학생 때 미국으로 건너가 1985년 외교관 생활을 시작했으며 주한미국대사관에서 정무참사관과 정무공사로 두 차례 근무했다.
2016년 10월부터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국무부 대북정책 대표 및 한국·일본 담당 부차관보로 발탁돼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도 겸했다.
지난해 6월엔 전격적으로 평양을 방문, 북한에 억류돼있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석방을 끌어냈으나 올해 2월 북미대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시점에 갑작스럽게 사임했다.
26∼28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13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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