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싱가포르가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지원하면서 보여준 헌신적이고 책임감 있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싱가포르 '더 스트레이츠 타임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북미가 정상회담 장소를 싱가포르로 정한 것은 두 나라가 싱가포르에 신뢰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싱가포르의 건설적 역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싱가포르는 그동안 남북미와 꾸준히 소통했고 올해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의장국까지 맡고 있다"면서 "싱가포르가 가진 이러한 자산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실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싱가포르 첫 방문 관련 주요 관심사는 무엇이며 이번 순방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 한국 대통령이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하는 것은 15년 만이다.
기쁘고 뜻깊게 생각한다.
무엇보다 먼저 이번 방문을 통해 리센룽 총리, 할리마 야콥 대통령을 비롯한 싱가포르의 주요 지도자들과 돈독한 우의를 다질 수 있기를 바란다.
정상차원의 굳은 신뢰가 양국 간의 미래지향적 협력을 더욱 발전시키는 추동력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싱가포르는 우리 정부가 역점을 두어 추진하고 있는 신남방정책의 중요한 협력파트너다.
우리 양국은 이미 미래지향적인 실질협력관계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토양을 갖추고 있다.
부족한 천연자원과 큰 나라들에 둘러싸인 안보환경 같은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고 이룬 경제 성장의 경험이 같고 평화와 공생번영의 미래비전을 공유하고 있다.
이번 나의 방문이 양국이 보유한 상호보완적이고 호혜적인 경제 협력 잠재력을 최대화하여 실질협력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대통령이 작년 11월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계기에 천명한 신남방정책은 어떠한 구상인가.
▲ 한국과 아세안은 평화와 공생번영의 미래를 함께 열어갈 수 있는 최적의 동반자다.
실제로 한국은 '아세안 공동체'의 완성을 향한 아세안 회원국들의 노력을 적극 지지하고 있으며 아세안과의 관계를 한반도 주변 4국 수준으로 격상시키겠다는 의지 또한 확고하다.
신남방정책은 바로 여기서부터 출발했다.
아세안과 한국 모두 새로운 도약과 발전을 맞이하고 있는 지금, 양측의 협력수준을 더욱 높여 '사람, 상생번영, 평화를 위한 미래 파트너십'을 구축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첫째, '사람(People)'들 간 교류 증진을 통해 국가와 국민 간의 우호협력 기반을 탄탄하게 다져나가는 것이다.
둘째, 이러한 기반 위에 양국의 국민이 그 성과를 보다 더 잘 체감할 수 있는 실질협력 사업들을 보다 많이 발굴하고 추진함으로써 '더불어 잘 사는' 상생번영(Prosperity)의 기회를 확대해나가는 것이다.
셋째, 이렇게 형성된 우호협력관계를 토대로 한반도, 아세안을 넘어 전 세계의 '평화(Peace)'에 함께 기여하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아세안의 창설과 통합 과정에서 적극적 역할을 해왔다.
나의 이번 방문이 한·싱가포르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뿐 아니라 한국과 아세안이 '더불어 잘 사는, 사람 중심의 평화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싱가포르와 한국은 현대화 과정에서 많은 유사성이 있으면서도 많은 분야에서 라이벌이기도 하다. 앞으로 양국이 어떻게 협력을 강화해 나갈 수 있을지, 아세안 의장국인 싱가포르의 역할 및 한국과 싱가포르가 함께 추구할 프로젝트가 있을까.
▲ 양국은 이미 서로에게 중요한 경제파트너다.
그간 양국은 보완적 협력을 통해 번영과 발전을 함께 이루어왔다.
이미 싱가포르의 주요 랜드마크 건설에 한국기업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교통, 인프라 확충 사업에 한국기업들이 기여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생각한다.
양국이 보유하고 있는 우수한 기술력과 인적자원은 협력의 큰 자산이다.
이를 잘 접목하고 활용한다면 4차 산업혁명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첨단제조,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핀테크, 바이오·의료 등의 첨단 분야에서 공동연구, 기술과 경험의 공유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함께 선도해갈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싱가포르가 아세안 의장국으로서 역점을 두고 있는 '아세안 스마트시티 네트워크 구축 사업'과 '아세안 사이버안보센터 구축 사업'도 매력적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아세안과 역외 파트너가 상생 번영하는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는 좋은 사업이다.
우리 정부도 이들 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협력할 것이다.
양국이 그간 개도국 공무원을 대상으로 실시해 온 '한·싱가포르 공동연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것도 양국이 함께 아세안 국가들의 역량 강화에 기여하는 방안이다.
-- 4월 남북 판문점 회담 이후 6월에 싱가포르에서 북미회담이 개최되었다. 향후 대화 모멘텀 유지 방안은 무엇이며 앞으로의 한반도 상황은 어떻게 전망하는가.
▲ 지금 한반도에서는 세계사적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전쟁에서 평화로 역사의 방향이 바뀌기 시작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연이어 성공하면서 남북미가 함께 첫걸음을 뗐다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다만, 북미 간의 군사적 긴장과 적대관계는 70년간 지속되어온 문제다.
일거에 해결되기는 어렵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관건은 정상 간 합의의 이행이다.
남북미 정상이 합의한 대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고, 이를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에 다다르려면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마련하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
북한은 비핵화 이행방안을 더 구체화하고 한국과 미국은 이에 상응하는 포괄적 조치를 신속히 추진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자면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다.
우리 정부는 앞으로도 대화의 지속과 합의의 이행을 위한 신뢰 구축에 필요한 노력을 다할 것이다.
또 그 과정에서 싱가포르를 비롯한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것이다.
-- 6월 12일 북미회담에서 약속된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싱가포르의 지속적인 역할이 있을 것으로 보는가. 있다면 어떤 면인가.
▲ 싱가포르 정부와 국민이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아주 훌륭하게 뒷받침해주셨다.
남북미 모두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지원했고, 그 과정에서 보여준 헌신적이고 책임감 있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
우리 국민의 마음을 담아 싱가포르 정부와 국민께 감사드린다.
북미가 역사상 첫 정상회담 장소를 싱가포르로 정한 것은 두 나라가 싱가포르에 대해 신뢰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싱가포르는 그동안 남북미와 꾸준히 소통해 왔으며 올해는 아세안 의장국까지 맡고 있다.
싱가포르가 갖고 있는 이 같은 자산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실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싱가포르의 건설적 역할을 기대한다.
--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유예되었는데 그 배경은 무엇인가.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우려는 없는가.
▲ 대화를 지속하기 위한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북한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 입장을 표명했고 핵실험장을 폐기하는 등 실천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최근 북한의 태도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런 만큼 북한의 관심사항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 의견을 같이했고 이에 따라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한미 연합훈련을 유예하기로 한 것이다.
주한미군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한미동맹의 문제이지 북미 간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논의될 의제가 아니다.
한미 양국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안정을 위한 주한미군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 한국전쟁 종전선언 추진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가까운 미래에 통일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하는가.
▲ 종전선언은 상호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관계로 나가겠다는 공동의 의지를 표명하는 정치적 선언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협정체결 등 항구적 평화정착 과정을 견인할 이정표가 되는 셈이다.
'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이 되는 올해 종전을 선언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목표다.
시기와 형식 등에 대해서는 북한, 미국 등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며 현재 남북 및 북미 간 추가적인 협의가 지속되고 있다.
올해 들어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많은 성과가 있었으나 한편으로 남북관계가 정상적인 궤도로 올라선 것은 이제 불과 6개월에 지나지 않는다.
현시점에서는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를 잘 살려 나가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남북관계 발전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평화로운 한반도에서 남북이 공존공영하면서 민족공동체를 회복해 나간다면 통일의 문은 자연스럽게 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 대통령님의 가을 평양 방문은 어떻게 준비되고 있나.
▲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사안인 만큼 앞으로 남북 간의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시기 등을 확정해나가게 될 것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가을 평양 방문을 당장 준비하기보다는 우선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을 이행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판문점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노력과 실천이 쌓여가는 과정이 곧 가을 평양정상회담의 준비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올 가을 평양에서 남북관계를 한층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박경준 기자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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