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시장 선거를 둘러싼 여론조사에서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박형준 현 부산시장을 앞서는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는 단순한 수치상의 우열을 넘어, 부산 정치 지형과 유권자 인식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다. 보수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부산에서 현직 시장이 도전자인 야당 후보에게 오차범위 밖 열세를 보인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후보 개인의 역량이나 선거 전략만이 아니라, 부산 시민들이 처한 현실과 정치에 대한 감정, 그리고 변화하는 시대적 요구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먼저 짚어야 할 점은 현직 시장에 대한 평가다. 박형준 시장은 재선에 성공한 현직으로서 행정 경험과 조직력, 인지도라는 강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 드러나는 부산 시민들의 시정 평가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가덕신공항을 비롯한 대형 국책 사업의 지연, 체감되지 않는 경제 회복, 청년 유출과 일자리 문제, 원도심 쇠퇴와 같은 구조적 과제 앞에서 시민들이 느끼는 피로감은 점점 누적되고 있다. 행정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인식과 별개로, “삶이 나아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시민 다수는 선뜻 고개를 끄덕이지 못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현직 프리미엄은 오히려 현직 부담으로 전환된다. 유권자들은 변화를 만들 책임을 현직에게 묻고,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심판 심리를 발동시키기 때문이다. 이러한 심판 정서는 단순히 개인에 대한 평가를 넘어 정치 전반으로 확장된다. 지방선거라 하더라도 중앙 정치와 완전히 분리되어 치러지지 않는다. 부산 시민들 역시 중앙 정부와 여당, 그리고 기존 정치 구조가 자신들의 삶을 얼마나 개선했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최근 몇 년간 누적된 경제 불안, 물가 상승, 불평등에 대한 체감은 특정 정당이나 인물에 국한되지 않은 정치적 피로를 낳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부산이라는 도시 역시 예외가 아니다. 과거에는 “그래도 보수”라는 선택이 관성처럼 작동했다면, 이제는 “그래서 무엇이 달라졌는가”라는 질문이 훨씬 더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전재수가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는 바로 이 질문에 대한 유권자들의 잠정적 응답이라고 볼 수 있다.
전재수라는 인물의 정치적 위치도 이 흐름 속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오랜 시간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며 지역 기반을 다져왔고, 중앙정부 장관을 지내며 정책 경험과 행정 이해도를 축적했다. 단순히 ‘야당 후보’가 아니라, 부산 현안을 이해하고 중앙과 지역을 연결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돼 있다.
특히 부산 시민들 사이에서 전재수는 이념적 색채가 강한 정치인이라기보다는, 비교적 실무적이고 정책 중심적인 인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중도층과 무당층에게 중요한 요소다. 오늘날 유권자 다수는 명확한 이념보다 문제 해결 능력과 태도를 더 중시한다. 전재수가 여론조사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서 설명된다.
반면 박형준 시장은 행정가로서의 이미지와 보수 정치의 상징성을 동시에 안고 있다. 이는 지지층 결집에는 도움이 되지만, 변화와 전환을 요구하는 유권자들에게는 한계로 작용한다. 특히 장기 집권에 대한 피로감, 기존 정책의 연장선상에 머물 것이라는 예상은 “새로운 선택”을 고민하는 시민들에게 매력적인 답변이 되기 어렵다. 현직 시장이 가진 경험과 안정감이 오히려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미래”로 해석되는 순간, 도전자는 자연스럽게 변화의 상징으로 부각된다.
흥미로운 점은 전재수에게 제기된 일부 부정적 이슈들이 결정적인 악재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의혹이나 논란은 후보의 확장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지만, 이번 경우에는 지지층 결집이라는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해당 이슈가 시민들의 핵심 관심사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지 않거나, 혹은 정치 공방의 연장선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부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본질은 부산의 미래인데, 왜 다른 이야기로 흐리느냐”는 반감이 형성되면서 전재수에 대한 동정적 지지가 강화되는 양상도 관찰된다. 이 역시 여론조사가 보여주는 중요한 맥락이다. 정책과 비전의 차이 또한 지지율 격차에 영향을 미친다. 부산 시민들이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문제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일자리, 주거, 교통, 노후 도시의 재생과 같은 생활 문제다. 전재수는 이러한 의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부산을 어떻게 다시 살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반면 박형준 시장의 메시지는 상대적으로 성과 설명과 기존 정책의 연속성에 집중돼 있다. 이미 결과에 대해 만족하지 못한 시민들에게 이는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유권자들은 과거의 성과보다 미래의 변화 가능성에 더 큰 가중치를 두기 때문이다.
결국 전재수가 박형준을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는 특정 후보의 일시적 상승세라기보다는, 부산 사회 전반에 축적된 변화 요구의 표출로 해석해야 한다. 시민들은 더 이상 정당 간판이나 관성적 선택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삶을 기준으로 정치인을 평가한다. 현직에 대한 심판 심리, 변화에 대한 기대, 중도층의 확대, 정책 중심 인물에 대한 선호가 한데 모여 현재의 여론 지형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흐름은 아직 고정된 결과가 아니다. 선거까지 남은 시간 동안 변수는 충분히 존재하며, 박형준 시장 역시 반전을 모색할 여지는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부산 정치가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전재수가 앞서는 이유는 그가 특별히 완벽해서가 아니라, 부산 시민들이 지금의 현실에 던지는 질문에 상대적으로 더 가까이 서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는 그 질문의 방향을 보여주는 거울이며, 현재 그 거울 속에서 변화 쪽으로 조금 더 기울어 있는 인물이 전재수라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참고 여론조사 주요 수치
전재수 48.1% vs 박형준 35.8% (양자 대결, 국제신문 2025.12.31)
전재수 39% vs 박형준 30% (양자 대결, 중앙일보 2026.1.1)
◇ 박철 : 감리교 은퇴목사, 탈핵부산시민연대 전 상임대표, 시인. 생명과 영성, 사회적 실천을 주제로 글을 써왔다. 매일 자작시 한편을 지인들과 나누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어느 자유인의 고백』, 『시골목사의 느릿느릿 이야기』, 『행복한 나무는 천천히 자란다』, 『목사는 꽃이 아니어도 좋다』, 『낙제 목사의 느릿느릿 세상 보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