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출가하다
이 광
잘 가라 내 품에서 여름 한철 푸르던 꿈
가을날 붉게 타다 사위어간 불꽃이여
가거든 잊어버려라 매달려 살던 일들
수많은 사념일랑 떠나보내 고요한 날
하늘이 누벼주는 두루마기 걸쳐 입고
순백의 사막을 가는 수도자가 되리라
이 작품은 묘사와 진술이 교차하여 정적인 장면에 생동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주변이 온통 눈으로 덮여 있는 적막한 풍경을 묘사한 가운데 이를 바라보며 일어나는 심경을 담았습니다. 첫수 종장과 둘째 수 종장에는 자기 갱신을 꾀하려는 화자의 의지가 깃들어 있습니다. 보낼 건 보내고 잊을 건 잊어야 앞날에 진정을 바칠 수 있다는 깨우침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건축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활동할 무렵의 작품입니다. 예전 사업 실패로 잃었던 돈을 다시 벌어보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지내다가 부질없는 욕심을 버리기 시작했을 때의 심경이 깔려 있습니다. 마음을 정리하고 시조에 매진해 보리라 다짐하던 당시의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 시조 창작 또한 수도자의 길처럼 끊임없는 내적 수련이 따라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할 수 있었습니다.
◇ 이광 시인 : ▷200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부산시조 작품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나래시조문학상 수상 ▷시조집 《당신, 원본인가요》, 《소리가 강을 건넌다》, 《바람이 사람 같다》, 현대시조 100인선 《시장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