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수 같은 폭우, 16년 전 태풍 루사 이후 처음"…침수 피해 속출
(강릉=연합뉴스) 이해용·이종건·이재현 기자 = "어제만 해도 펄펄 끓는 폭염에 백사장이 뜨거워 걷지도 못할 정도였는데 하루 만에 억수 같은 폭우가 쏟아지다니…"
6일 시간당 93㎜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강원도 강릉 도심은 순식간에 물바다가 됐다.
폭우로 물에 잠긴 상점 상인들은 황토물이 들어차 뒤범벅이 된 삶의 터전에서 망연자실했다.
호우경보가 내려진 강릉에는 이날 오전 3∼4시 사이 시간당 93㎜의 폭우가 쏟아졌다.
최악의 수해로 기록된 태풍 루사 때인 2002년 8월 31일 시간당 내린 100.5㎜에 이어 시간당 강수량으로는 역대 두 번째다.
한 주민은 "16년 전 태풍 루사 때 하루 동안 800㎜가 넘는 폭우가 내려 강릉 시내가 전부 잠겼다"며 "밤사이 내린 비의 기세가 마치 그때와 같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날 기습 폭우로 주요 도심 도로는 물론 저지대 주택 50여 곳은 16년 전 태풍 루사 때처럼 모두 물에 잠겼다.
무엇보다 폭염에 이은 폭우 피해를 겪은 주민들은 날벼락 같은 기상 변화에 할 말을 잃었다.
물에 잠긴 경포 진안 상가의 한 상인은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억수로 퍼붓는 폭우가 마치 2002년 태풍 루사 때와 같았다"며 "어제만 해도 폭염으로 펄펄 끓더니만 하루 만에 비가 억수같이 내려 다 물에 잠겼다"고 망연자실했다.
물바다로 변한 강릉 도심을 지나 출근길 차들은 자칫 차량이 멈출까 봐 조심스럽게 운행했다.
밤사이 차량이 물에 잠긴 일부 운전자들은 차량을 두고 걸어서 출근하기도 했다.
많은 비가 내리면서 KTX 강릉역 대합실 바닥이 침수되는 비 피해가 났다.
강릉역 KTX 직원들은 넉가래와 눈삽으로 바닥에 고인 물을 빼내는 등 한바탕 소동이 빚었다.
침수된 대합실은 승객들이 걸으면 신발이 잠길 정도로 찰랑찰랑 넘치는 정도다.
이 때문에 월요일 새벽부터 KTX를 이용해 서울과 강릉으로 오가는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승객 김모(26·서울시)씨는 "동해안 여행을 마치고 귀가하려고 나왔더니 대합실 바닥이 물바다가 돼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KTX 상가 주민들도 집기를 밖으로 빼놓은 채 황토물을 물을 빼느라 야단법석을 떨어야 했다.
엄청난 폭우로 경포대 정자 주차장에서는 쓰레기 더미가 물에 둥둥 떠다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물이 빠지자 곳곳에 널브러졌다.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쇼트트랙 경기장인 강릉 아이스 아레나 앞 도로에는 황토물이 흘렀다.
밤사이 260.9㎜의 폭우가 쏟아진 속초도 상황은 비슷했다.
주요 도심은 물바다로 변했고, 주민과 경찰관들은 물에 빠진 차량을 밀어 옮겼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내린 비의 양은 속초 265.6㎜, 속초 설악동 253.5㎜, 강릉 강문 251.5㎜, 고성 현내 179.5㎜, 강릉 154.5㎜, 양양 149.5㎜, 고성 간성 146.5㎜ 등이다.
jlee@yna.co.kr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