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는 대학 강의 학과목 가운데 ‘속셈학 subliminal’도 있다. 레오나드 므로디노우 Leonard Mlodnow의 Subliminal (New York: Vintage Book, 2013)이 대표적인 저술이 아닌가 한다. 우리말로 ‘속셈학’이라고 명칭을 임의로 부쳐 보았다. 더 좋은 번역이 나오기 바란다.
책의 부제는 “어떻게 당신의 무의식이 당신의 행동을 지배하고 있는가?” 이다. 필자는 해외에서 공부하는 동안 우리나라 같은 나라들의 지도자들은 강대국의 속셈을 빨리 알아차려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2월 22일 조재연 대법관이 갑자기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나와,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회견을 지켜본 결과 속셈학을 다시 보게 되었다. 조 대법관의 말과 행동만으로는 그의 회견 진의를 파악하기 힘들다. 그러나 속셈학으로 보면 그가 기자회견을 하게 된 속셈이 무엇인지 읽힌다는 것이다.
먼저 조 대법관은 회견이 시작되자마자 신문기사들을 스크랩해서 나왔다. 여기서부터 그의 기자회견에 대한 진실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자기가 기자회견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강변하기 위해서 신문기사들을 들고 나왔겠지만, 그것은 기자회견의 가치를 스스로 평가 절하하고도 남음이 있다. 다시 말해서 기자회견하는 속셈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먼저 기자회견을 하는 시기에 대한 그의 속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기가 이렇게 부득이 기자회견을 하게 된 동기가 그동안 신문기사들을 보고 참으려고 했으나, 지난 1차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어떤 후보(이재명 후보를 두고 하는 말 같음)가 자기 실명을 거론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말은 그가 이미 수개월 전부터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그의 속셈이 드러나고 말았다. 사실 ‘그분’은 지난 연말부터 사회적인 큰 쟁점이 되었으며, 국민의힘 사람의 입에서 그분이 ‘이재명’이라고 단정할 만큼 주요시 되었다. 그러다가 원희룡의 입에서 조재연이 그분이라고 처음 발설되었다고 한다.
‘그분’이 다른 사람도 아닌 범죄 피의자 입에서 나왔다면 조 대법관은 당장 기자회견을 열었어야 할 것이다. 일국의 대법관이 범죄 피의자 입에서 거론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한시가 급하게 기자회견을 열었어야 할 것이다. 수개월이나 그가 침묵하고 있었다는 것은 그분이 자신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가? 조 대법관은 수천 만 명이 보는 대선후보 토론장에서 어느 후보의 입에서 자기 이름이 거론되었기 때문에 기자회견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것보다 더 수치스런 것은 검찰 조사에서 피의자 입에서 그의 이름이 나왔다는 사실을 더 심각하게 생각했어야 하지 않을까? 이는 그가 수치스런 행위 자체보다는 탄로나는 것이 더 두려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다시 말해서 문제의 중대성에 비추어 조 대법관은 사회적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서 즉시 해명을 하는 기자회견을 해야 했다. 신문지상에서 그분이 조 대법관이라고 단정하는 마당에 왜 그동안 침묵을 지켜 왔는지 그의 속셈을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다. 왜 하필이면 대선 불과 2주밖에 안 남겨 놓은 마당에 이 시점에 기자회견을 가졌느냐 이다.
속셈을 풀어 읽는다면, “‘그분’은 조재연이 맞다.” 그래서 그 동안 이를 해명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가 발설을 했다. 바로 이때다. 지금 이때야말로 기자회견을 통해 전면 부인함으로서 이재명이 헛소문을 퍼트린 것이 되고 조 대법관이 말한 대로 법적 조치 운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 이재명 후보는 결국 궁지에 몰리게 될 것이다. 조 대법관이 그분이 맞는다고 해명되자면 그것은 선거가 끝난 다음이 될 것이다. 그래서 2월 22일에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최적일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조 대법관이 2월 22일에 기자회견을 갖게 된 속셈은 선거개입이라 의심받지 않을 수 없다. 그의 해명의 진위는 곧 드러나겠지만 대선은 앞으로 2주 밖에 남지 않았다. 그의 속셈이 다 드러났을 때는 위에서 말한 대로 선거가 다 끝난 다음이나 될 것이다. 물론 그 전에 밝혀지기를 바라지만 말이다.
조 대법관은 신문기사를 들고 나올 것이 아니고, ‘그분’이 자기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구체적인 증거 자료를 제시하고 설명을 했어야 한다. 그러나 하지 못했다. 신문기사가 모두 허위라는 것, 그래서 이재명 후보의 주장은 허위라는 것밖에 다른 것은 전혀 없었다. 법에 죽고 법에 살아야 할 대법관, 그는 증거도 없이 지금까지 재판을 해 왔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 아닌가?
‘그분’에 대해서는 김만배의 녹취록이 있고 그 다음에 신문기사가 있다. 그렇다면 거꾸로 거슬러서 신문사에 기사의 진위에 관한 확인을 했어야 하고, 그 다음 김만배 녹취록에 왜 자기의 이름이 나왔는지 그 이유를 설명했어야 하는데, 김만배는 알지도 만나지도 않았다고 한다.
요즘 세상에 직접 만나고 대면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얼마든지 다른 통신 방법으로 대화와 의사교류는 가능하다. 직접 만나지도 인사한 적도 없다는 것만으로 김만배와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하는 것은 그의 속셈을 의심케 하는 단서가 되고도 남는다. 그는 법조인답지 않게 상투적인 모리배들이 사용하는 기법을 동원한 기자회견을 했다.
다시 말해서 그의 속셈을 의심케 하는 두 가지는 기자회견을 가진 시기와 증거자료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다음은 자기 딸 문제이다. 자기 딸이 결혼한 날짜와 사는 곳까지 소상하게 밝히면서 대장동 김만배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만배 녹취록에 의하면 딸이 살았다고 하는 아파트의 위치와 동호수까지 나온다. 그렇다면 딸의 주민등록 초본이나 전입신고서 같은 것만 들고 나왔어도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가장 간단한 이것마저 하지 않고 장황하게 자기 딸들의 공부한 곳, 시집간 햇수와 사는 곳만 늘어놓았다.
수원 아파트의 경우 김만배가 2014년에 구입, 작년 7월에 신고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사이에 그 아파트에 누가 살았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아파트 경비원에게 물어보면 차량 번호판이 나올 것이 아닌가? 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그는 그동안 기자회견을 하지 않을 이유가 증거인멸이나 말맞추기나 하지 않았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조 대법관은 유독 이재명 후보에게 유감을 표시했다. 이 점이 그의 속셈을 의심하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인 것을 거듭 강조해 두지 않을 수 없다. 거듭 말해 대법관이 범죄 피의자 취조 녹취록에 그의 이름이 나온다는 것은 가장 수치스러운 것으로 여겼어야 할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재명 후보가 발언하기 전에 이 녹취록에 자기의 명운을 걸고 해명을 하고 심지어는 진실 규명을 위해 목줄을 매야 했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는 2월 22일 오후 2시 기자들을 불러 놓아놓고 가장 투명한 판사인 것처럼 질문까지 받아 가며 기자회견을 했다. 그리고 오후 회의가 있다고 하면서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그는 당당하고 떳떳하다는 것을 입증이나 하듯이 말이다.
그의 속셈에 대한 의심을 해소하기 위해 그에 대한 여러 가지 성향, 특히 정치적인 성향을 알아보기로 했다. 그의 속셈을 파악하는 첩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에서 제기한 의문들에 대해 스스로 답을 갖기 위해서이다.
조 대법관은 정경심 재판을 담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양승태가 임명을 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피동적으로 임명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이나 한 것처럼 세인들은 오해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배경은 그가 선거개입을 위해 기자회견을 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의 정치적 성향은 그가 왜 기자회견을 지금 와서 하게 되었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내고도 남음이 있다.
속셈은 무의식의 소산이고, 무의식은 의식의 검증을 피할 수 없다. 다시 말해서 무의식은 자기도 의식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속셈학은 의식보다 더 쉽게 참과 거짓을 잡아내는 데 주력한다.
칼 융은 “속셈은 우리 일상생활에 매우 적은 부분밖에 노출되지 않지만, 그것은 우리의 무의식의 보이지 않는 뿌리이다”라고 했다. 우리는 조 대법관의 기자회견을 통해서 그의 진심이 무엇인가를 더 잘 알게 되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그가 지지하는 후보를 위한 분명한 선거 개입을 했음을 기자회견을 본 사람들은 눈치 챘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조 대법관은 과연 법조인인지 의심스럽다. 법에 죽고 법에 살아야 할 대법관이 계속 신문기사만 여러 개 들고 나와 내보이면서 기자회견을 했다. 1차적인 것을 무시하고 2차적인 것으로 대신하려는 태도는 증거자료에 목줄을 매야 할 법관이 할 올바른 태도는 아니다. 그는 철저하게 자기의 주장을 입증할 만한 증거자료를 들고 나와 2차 기자회견을 갖기를 바란다.
<전 한신대학교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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