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송원 칼럼】독도가 ‘죽도’(다케시마)가 될 때까지 양보할 작정인가?

조송원 기자 승인 2023.03.12 10:30 | 최종 수정 2023.03.15 18:36 의견 0
독도 전경 [픽사베이]
독도 전경 [픽사베이]

“(한국정부가) 배상금을 대신 갚아준다고 하여, 일본이 조선반도의 사람들에게 저지른 일에 대한 면죄부는 될 수 없다. 일본정부는 과거와 마주하는 겸허한 자세를 잊지 말고, 반성과 사죄의 마음을 보다 명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동경신문>/사설.2023.3.7.-

“일본에게 반성이나 사죄 요구도 이제 좀 그만하자! 식민지배 받은 나라중에 지금도 사죄나 배상하라고 요구하는 세력이 득세하는 나라가 한국말고, 어디있나... (…) 100년 지나서도 바지가랑이 잡아당기면서 악쓸 것인가

윤석열 대통령의 언급이 얼마나 의젓하고 당당한가 국격과 위상에 걸맞는 지도자의 결단에 대한민국을 오늘의 모습으로 발전시킨 성숙한 국민과 재외동포들이면 누구나 호응할 것으로 믿는다” -윤 대통령 40년 친구, 전 검사장, 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석동현 페이스북(2023.3.7.)-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심정적으로는 먼 관계이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끼리 심정적으로도 가까우면 경제·안보적으로 서로가 이익을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일 관계는 대단히 불편하다. 과거사 문제 때문이다. 한국을 식민지로 지배했던 일본은 가해자이고, 당연히 한국은 피해자이다.

과거의 토대 위에 현재가 구축되고, 현재의 토대 위에 미래가 건설된다. 그러므로 과거·현재·미래는 같은 지시대상을 시간에 따라 달리 이름 붙인 것일 뿐이다. 따라서 과거를 청산하지 않고 새 미래를 연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정직하지 못한 궤변이다.

개인이든 국가든 간에 완전한 행동만을 할 수는 없다. 인간의 생래적 한계 때문이다. 과거의 어느 시점에 저지른 잘못이 없을 수 없다. 그렇다고 그 과거의 잘못에 때문에 미래를 개척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이성적·성찰적 동물인 덕분에 ‘반성’을 통해 현재에서 과거의 잘못을 치유하면, 미래에서는 더 나은 행위를 기약할 수 있다.

반성은 간단하다. 첫째, 가해자는 가해 사실을 인정한다. 둘째,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피해 상당액+알파를 배상한다. 셋째, 피해자는 가해자의 진정성을 인정하고 가해자를 용서한다. 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반성은 마무리되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화해가 이루어진다.

이 셋 중 어느 하나라도 결여된 상태에서 화해를 시도하는 사람이나 세력에게는 그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초등학생이라도 다 알 수 있는 간명한 원칙을 저버리고, ‘미래를 위한 결단’ 운운하며 호도하는 것은 개인이나 특정 세력의 드러내지 않은 욕심의 발로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전시(戰時) 중, 노동력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조선반도에서 많은 사람들을 동원했다. 당사자들의 소송에서, 한국대법원은 2018년, 불법인 식민지재하에서의 반인륜적인 위법행위였다고 하여, 일본기업에 배상을 명하는 판결을 확정했다.

일본정부는, 1965년 일한 청구권 협정에서 배상문제는 법적으로 해결되었다는 입장을 취하고, 당시의 문재인 정권에 선처를 요구했지만, 교섭의 토대가 되는 해결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 일한의 전후(戰後)를 돌아보면, 국교정상화 때에 식민지 지배의 법적 평가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1910년의 일한병합 조약 등을 ‘이제는 무효’라고 모호하게 한 경위가 있다.

(…)일본정부는 대법원 판결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하여 왔지만, 인권의 보편성을 중시하는 조류는 강해지고 있다. 징용공들의 피해 사실은, 일본 재판소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사히신문>/사설. 2023.3.7.-

일본이 한·일 과거사 문제는 완전히 법적으로 해결되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이다. 그러나 <아사히신문>이 지적한 대로, 인권의 보편성을 중시하는 게 국제적 조류이고, 이미 일본 재판소도 징용공들의 피해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이뿐 아니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에 「“한일협정과 개인청구권 무관” 日 외무성 문서 공개」라는 보도자료(2010.3.15.)가 나와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일본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이하 한일협정) 체결 당시부터 ‘협정 체결 후에도 개인 청구권은 유효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 일본 외무성은 ‘평화조약에서 국민의 재산 및 청구권 포기의 법률적 의미’(1965년 4월6일자)와 ‘일한 청구권조약과 재한(在韓) 사유재산 등에 관한 국내 보상 문제’(1965년 9월1일자) 등 내부문서 3건에서 “한일청구권협정 2조의 의미는 국제법상 국가에 인정된 고유한 권리인 외교보호권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약속한 것이고 국민의 재산(개인 청구권)으로 국가의 채무를 충당한 것은 아니다”며 “개인이 상대국 국내법상의 청구권을 갖는지 아닌지에 대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당시 한일협정에도 불구하고 징용피해자 등의 개인적인 청구권은 유효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내용이다.」

이장희 명예교수(한국외대 로스쿨)는 <법률신문>(2022.8.18.)에 기고한 ‘일제 강제징용피해자 구제 법적 쟁점’에서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리고 있다.

“2012년, 2018년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 손배소 한국 대법원 승소 판결은 국제법과 1965년 한일협정 취지에도 타당하다. 강제동원 피해자의 위자료 청구권은 1965년 청구권협정 적용 대상이 아니므로 무상 3억 불($)과는 무관하다.

따라서 강제 노역 피해자는 개인 위자료 청구권을 가지고 있고, 한국 정부에게는 외교적 보호권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일본 정부는 국제법과 한국 대법원 판결 취지(2012,2018)에 따라 한국 내 전범 기업 신일철주금의 자산 현금화에 협력하여야 할 것이다.”

강제노역 징용공들이 그 피해에 대한 배상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이처럼 명백하다. 그런데 한국정부는 어찌하여 ‘제3자 변제’ 방식을 택한 것일까? 그 전후(前後) 맥락을 <산케이신문>(2023.3.9.)은 다음과 같이 보도하고 있다.

「2월 21일 총리는 한국의 박진 외상과의 회담 내용을 보고하기 위해 관저를 찾은 하야시 요시사토 외상에 “어쨌든 끈질기게 협상해 달라”고 지시했다. (…) 최종적으로 한국정부가 제시한 해결책의 방안은, ▽한국대법원에서 패소한 일본 기업의 배상금 상당액을 한국의 재단이 지불한다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이어받을 의향을 확인하는 데 그친다, 는 것이었다.

2월 28일 한국 정부안을 확인한 총리는 “한국 측이 국내를 설득하고 이 안을 발표한다면 일본으로서도 받아들일 수 있다." 징용공 소송문제에 한 단락이 지어진 순간이었다. 6일 후인 3월 6일, 한국정부가 정식으로 발표했다.」

일본 정부의 사과와 반성도 없이, 일본 가해 기업의 배상 참여나 사죄도 없이, 우리 대법원 판결을 무시한 굴욕적인 ‘해법’이다. 한국은 모두 양보하고 일본은 아무것도 내놓지 않은, ‘백기투항 식 외교 참사’이다.

이런 방안을 정부는 “국력에 걸맞은 대승적 결단”이자 “우리 주도의 해결책”이라는 궤변을 농한다. 동의할 수 있는가?

문제는 ‘일방적 굴욕적 양보’가 징용공 소송문제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데 있다.

일본의 진보와 보수 언론을 막론하고, 한·일관계에는 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는 데 의견이 일치를 보이고 있다.

‘한국이 불법 점거한’ 죽도(독도) 문제, 한국 해군함의 자위대 초계기 레이더 조사(照射문제), 지소미아(GSOMIA) 문제, 위안부 소녀상 문제, 사도 광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 문제, 후쿠시마 제1원전 처리수 해양 방출 문제 등을 들고 있다. 일본은 대체로 모든 문제가 한국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있기 때문에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시각이다.

일방적·굴욕적으로 징용공 배상문제에서 백기투항을 했다. 이것은 단지 당해 문제로 끝나지 않고, 다가올 참사의 서곡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전래동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가 연상되어 모골이 송연해진다.

늦은 밤 장터에서 팔다 남은 떡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어머니는 첫 번째 고개에서 호랑이를 만났다. 호랑이가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어머니는 벌벌 떨며 떡을 하나 던져주었다. 그 떡을 먹고 가버린 줄 알았으나, 호랑이는 어머니가 고개를 하나 넘을 때마다 계속해서 똑같이 나타나 똑같은 대사를 반복하며 떡을 하나씩 뺏어먹었다. 그렇게 떡이 다 떨어지자 호랑이는 어머니까지 잡아먹어 버렸다.

가해자인 일본이 어쩜 이리도 진정한 사죄도 않고, 배상도 않고 뻔뻔하게 버티는가? 한국에 존재하는 ‘토착 왜구’란 우군을 믿고 있는 것일까? 정부는 무엇을, 누구를 위해 일방적·굴욕적 양보인가? 국민을 개·돼지 수준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다면, 어찌 친일로 정파적 이익을 챙길 얄팍수를 쓰겠는가!

독도 일출 [픽사베이]

정말 정부에 한 번 물어본다. 친일로 정파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는가? 정파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정녕 독도가 죽도가 되어도 좋단 말인가?

<작가/본지 편집위원, ouasaint@injury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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