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머릿속 전시회 : 서울-부산 도보 生覺記 111 - 왜 그리 별종으로 사냐고?

박기철 승인 2023.10.04 14:46 | 최종 수정 2023.10.05 10:34 의견 0

왜 그리 별종으로 사냐고?

드디어 제 7평 서식지로 들어 왔습니다. 들어오자마자 홀딱 벗었는데, 사진을 찍기 민망해 손수건을 걸치고 자축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동은 같지만 4년 사이에 제가 사는 곳도 바뀌었습니다. 그 당시 살았던 대연동 원룸은 지금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사는 이 대연동 원룸도 조금 있으면 헐리고 몇 년 후에는 아파트가 들어선다고 합니다. 대연동(大淵洞)이라는 지명도 큰 연못이라는 뜻인데, 연못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대연동 바로 옆에 못(池)골과, 용이 사는 연못인 용소(龍沼)라는 지명은 있지만 물웅덩이인 연못(淵, 沚, 沼, 澤)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세상은 그리 변해갑니다.

세상은 온통 변해가고 있습니다. 도시는 재개발되어 대형빌딩이 많아지고 대형 마트들과 온갖 커피집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이빌딩시 마트구 카페동이 되어 가며, 농어촌 지역도 아파트군 모텔면 펜션리로 획일화 되어 가고 있지요. 대한민국 전체가 지역적 특성을 잃어버리며 비슷비슷하게 세계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경제적으로 잘 먹고 잘 살 수 있게 되었을지는 몰라도 생태적으로 자연의 조화를 상실하며 인간적으로도 사는 재미를 상실하게 되었습니다. 4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발한발 걸어오며 가진 생각의 주된 흐름은 이 세상의 세계화 흐름을 단편적 관점에서 부정하며 비난(非難)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적 관점에서 경제적 관점에만 함몰되어가는 우리 현실을 견주며 비판(批判)하는 것이었습니다.

소락교 표본의 색다른 비전

비판적 입장에서 저 자신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저는 재미있게, 그러면서 의미있게 살고 싶습니다. 비록 차도 없고, 골프도 안치고, 큰 돈 벌 일도 없지만 나름대로 재미있고 의미있게 살 수 있습니다. 저는 남들과 경쟁하는 일은 아예 못합니다. 그래서 화투, 카드놀이, 바둑, 장기도 못하며, 당구나 축구 등 구기놀이는 젬병입니다. 그냥 혼자 산에 들어가 숨쉬며, 여인같은 악기인 기타를 치고 노래부르며, 글쓰며 책쓰고, 걸어다니며 빈둥빈둥 기웃기웃 거리기를 좋아합니다. 그게 나름대로 재미는 있을지 몰라도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할 수도 있겠지요. 그건 제 몫이지요.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살면서 변함없이 소박한 즐거움인 素樂道를 실천하여 소락교 교주라기보다 표본이 되어 가는 게 제 색다른 비전입니다. <끝>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박기철 교수의 서울~부산 도보 생각기 '머릿속 전시회'를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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