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장편소설】 저곳 - 1. 갑철과 자영①

박기철 승인 2023.11.15 13:37 | 최종 수정 2023.11.30 11:35 의견 0

저곳에서
남녀끼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되는
물권색物權色

 

1-1. 사건의 발단

아니 내가 뭘 어쨌다고! 점마들이 왜 나를 악착같이 죽이려 했는지 모르겠어. 나를 없애야만 하는 대충의 이유는 알겠지만… 어찌 그리도 말도 안 되는 후진 죄목을 거들먹거리며 나를 이리도 비참하게 만들었는지. 나 갑철은 괜히 배신자란 소릴 듣고 있어.

그 말도 안 되는 후진 죄목이란 게 뭐였지? 속 시원하게 말해 봐요. 내 듣고 억울했는지 안 억울했는지 가릴게.

내가 좀 나대며 살았던 건 사실이야. 한마디로 온갖 폼잡고 완전 뻐기며 살았지. 우리 집안도 좋았고 최고의 스승한테서 교육도 받았지. 내 잘생긴 생김새도 그렇게 되는데 한몫했어. 당시 날 최고의 미남이라고 추켜 세우기도 했지. 여자들은 거의 다 유부녀든 처녀든 날 보자마자 날 보면 뻑 갔어. 자유로웠던 성풍속이 있었을 때라 나는 맘껏 즐기며 살았지. 그런 게 날 시기하고 질투하며 아니꼽게 보던 남자들이 많았어.

여자인 나도 이쁘단 소릴 무지하게 많이 들었는데. 나도 할 말이 많아. 나중에 들려줄게. 웬만한 남자들은 나 자영한테 감히 다가오지도 못했어. 오만하며 거만했었지. 그런 나도 널 처음 봤을 때 잘 생긴 얼굴에 확 끌렸어. 내가 이런 말을 남자한테 하다니… 내 솔직한 심정이야. 그냥 잘 생긴 정도가 아니라 아름다웠어. 얼굴에 귀티가 났지. 정말로 넌 마력적 미남이었어.

나도 자영이 널 보자마자 속으로 쾌재를 불렀어. 너무도 빛나게 이뻤지. 이렇게 여기서 며칠 동안 같이 지낼 수 있으니 너무 기뻤지. 내 이야기 듣고 잘 지내자. 내 이야기 들려줄게. 잘 들어봐. 그날 나는 친구들이랑 술을 마셨지. 내 옆엔 늘 여자들이 있었으니 그 때도 여자가 셋이나 있었어. 나까지 포함해서 열명이 술집에서 신나게 부어라 마셔라 했지. 돈이 제일 많은 내가 술값을 계산하고 나와 바로 옆 신전으로 갔어. 가까이 가서 보니까 돈 많이 벌게 해주는 신을 모시는 신전이었지. 그냥 신전 밖에서 술김에 노닥거리고 있었어. 첨부터 신전 안에 들어 가려던 건 아니었지. 그런데 한 여자애가 안에 들어가서 기도를 하자더군. 자기도 부자가 되고 싶다며. 칭구들도 다 그러자 했어.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드네. 신전 안에서 뭐 큰 일이 벌어질 거 같은데. 무섭다. 갑철아!

자영아! 무서워 하지 않아도 돼. 무서운 사건이 아니라 그냥 가벼운 웃긴 해프닝이었지. 신전 안에 발가벗은 신의 석상이 있었어. 남성 신의 석상이라 사람들이 돌출된 성기 부분을 하도 만졌나봐. 그 주요 부분만 반들반들했어. 여자들한테 꽤 도발적이었을 거야. 좀 취한 여자 애가 자기도 한번 만져보겠다며 달려 들었어. 좀 세게 움켜쥐는가 싶더니 갑자기 똑 부러져 버리더군. 다들 빵 터졌지. 남근이 싹뚝 잘려진 신의 모습이라니! 정말 웃겼어. 그런데 웃은 건 잠깐 금방이었지. 우리한텐 별 거 아닌 사고인데 걸리면 큰일이다 싶었지. 한 친구가 정신차리더니 자기 집에 접착제가 있다며 가져와서 붙이면 된다고 했지. 다들 그러자 했지. 한 시간 정도 기다리니까 그 친구가 접착제를 가지고 왔어. 접착제로 잘려진 남근을 붙이니 신기하게도 딱 붙더군. 우리는 그나마 안심하며 곧 나오려고 했지. 바로 그 때 신전에서 청소를 하던 나이든 여자가 우리를 보았지. 늘 그랬듯이 그 여자도 날 한참 동안 쳐다보더군. 사실 난 그 동네에서 유명한 사람이었어. 잘 생긴 얼굴이 많이 알려졌다고나 할까? 그래도 우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신한테 정중히 인사드리며 조용히 나왔어. 그게 그날 밤 사건의 다야.

다행이네. 그런데 앞으로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애. 뭔가 잘못된 일이 일어났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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