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원전폭주 정책'에 대한 부산시민의 요구 (2) 박형준 부산시장 -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도시’에 앞서 '원전으로부터 안전한 도시'를!

조송현 기자 승인 2022.12.01 11:23 | 최종 수정 2022.12.03 13:55 의견 0
더30km포럼의 원전폭주 정책에 대한 '부산시민의 요구 발표' 기자회견

'원전으로부터 안전한 도시를'을 기치로 지난 9월 출범한 시민사회환경단체 더30km포럼이 지난달 29일 정부의 '원전폭주 정책'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갖고 윤석열 대통령과 여야 정당대표, 부산시장, 부산시의회 의장,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에게 보내는 ‘부산시민의 공개요구서’를 발표했다.

본지는 '원전으로부터 안전한 도시'를 염원하는 부울경 시·도민의 염원을 담아 더30km포럼이 발송한 '부산시민의 요구서' 전문을 차례로 연재한다. 지난 2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낸 부산시민의 요구서( “원전폭주 정책‘을 멈추십시오.” 부산시민이 대통령께 요구합니다.)에 이어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박형준 부산시장에게 보낸 부산시민의 요구서를 소개한다.

더30km포럼은 박형준 부산시장에게 보낸 요구서를 통해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도시’를 위해 ‘고리2~4호기의 수명연장’과 ‘원전입지 내 임시건식저장시설 조성’ 등 일방적인 정부의 ‘원전폭주 정책’에 적극 대응해 부산시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 주기를 간절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더30km포럼은 "여당 시장이 아니라 부산시민을 아우르는 광역지자체 단체장으로 ’세계 최대 원전밀집도시‘ 부산시민의 불안과 고통에 공감하고 시민과 함께 안전한 도시를 만들어가려고 노력하시는 시장님의 모습을 간절히 기대한다"고 요청하며 마무리했다.

다음은 더30km포럼이 박형준 부산시장에게 보낸 '부산시민의 요구' 전문이다.

 

부산광역시장께 보내는 부산시민의 요구
수신: 박형준 부산광역시 시장
발신: 더30Km포럼 공동대표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도시’까지는 아니더라도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고 싶은 도시’를 바라는 부산시민으로 ‘원전으로부터 안전한 도시를! 더30Km포럼’은 박형준 부산광역시 시장님께 ‘고리2~4호기의 수명연장’과 ‘원전입지 내 임시건식저장시설 조성’ 등 일방적인 정부의 ‘원전폭주 정책’에 적극 대응해 부산시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 주기를 간절히 요구합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부산 기장군 고리2호기에 이어 3·4호기에 대해서도 ‘수명연장’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한수원은 지난 2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한 ‘건설·운영 중인 원전 예비 해체 계획서’에서 “각각 해체되는 고리1·2호기와 달리 고리3·4호기는 한꺼번에 해체하겠다”며 공식화했고, 원안위는 며칠 뒤 해당 계획서를 의결하였습니다. 그러나 탈원전 폐기를 국정과제로 정한 윤석열 정부가 원전확대 정책을 본격 추진하자 한수원은 돌연 ‘동시해체’ 계획을 ‘동시(고리 2~4호기) 수명연장’으로 완전히 바꿨지요. 정권이 바뀌고 나서 부산 시민들은 졸지에 폐쇄하기로 전 정부가 약속했던 노후원전 고리2~4호기를 각각 10년씩 연장하겠다는 현 정부의 ‘원전폭주 정책’에 불안감을 떨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형식적인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공람과 요식적인 공청회 절차를 거쳐 일사천리로 ‘원전안전’을 ‘무장해제’를 하려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한수원은 부산 고리원전 내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임시저장시설을 지으려는 계획을 확정하고 이사회를 통해 통과시키려 하고 있지요.

우리 국민들 상당수는 과연 이게 정상적인 나라인가 탄식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 우리 부산시장님은 무얼 하고 계시는지 궁금해 합니다. 언론에 비치는 걸 보면 대통령님은 물론이거니와 시장님께서도 원전의 빛만 보시고 그림자는 애써 외면하고 계시는 것 같아 보입니다. 이제 체르노빌참사와 후쿠시마참사는 그저 남의 나라의 일이고 과거의 일일까요?

인수위 때부터 드러난 윤석열 정부의 정책 추진 모습은 국민이 보기에 평소 후보 시절 역설해온 ‘공정과 상식’과는 멀어도 한참 멀어 보입니다. 언론은 윤석열 정부를 ‘극우보수’ ‘검찰’ ‘수도권’ ‘영남’ ‘남성’ ‘학벌’ ‘재벌’ ‘개인친분’이 중시되고 ‘여성’ ‘청년’ ‘지역’ ‘노동자’가 무시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드러난 것이 바로 ‘원전확대’ 정책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봅니다. 부울경 지역이 큰 피해를 보고 있지요. ‘노후원전 수명연장’ 발상은 바로 ‘친재벌’ ‘수도권 중심’ ‘지역 무시’ ‘시민 무시’ ‘안전 경시’가 드러난 정책이라면 우리들만의 지나친 생각일까요?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5월 17일 “고리2호기 수명연장은 부울경 주민을 볼모로 한 도박으로 윤 정부가 대책과 국민 동의 없이 연장 추진하고 있다. 폐쇄가 연장보다 비용 대비 효율이 높다”며 “고리2호기 수명연장을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조선비즈, 2022년 5월 17일).

고리2~4호기의 수명연장은 부산 시민 입장에서 보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40년 이상 가동된 노후원전의 영구정지에 한숨을 돌린 부산시민에게 느닷없는 ‘수명연장’조치는 조용히 살고자 하는 국민 기본권인 ‘정온권(靜穩權)’을 크게 해치는 불안요소 그 자체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공론화와 같은 민주적 절차를 생략하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은 마치 정치가 5공 이전으로 회귀하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께서는 지난 6월 22일 경남 창원의 원전업체 방문에 동행한 정부 관료들에게 원전업계를 살리기 위해 “전시엔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인 사고는 버려야 한다”고 주문하였습니다(한겨레, 2022년 6월 23일). 정말 믿기지 않는 말입니다. 적어도 대통령이시라면 “앞으로 친원전정책을 펴나가겠다. 대신에 국민들이 염려하지 않으시도록 안전만은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말씀하셔야 옳았지 않았나요?

부산 시민들은 대통령님께 묻습니다. “그렇게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자신하신다면 고리2~4호기 수명연장을 더 할 것이 아니라 수도권 주민을 설득해 수도권에 새로운 원전을 지으면 될 것 아닌가요? 대통령실이나 정부 청사, 국회 인근에다 지을 용의는 없으신가요?” 정말 하도 답답해서 하는 말이지만 말 속에 뼈가 있지 않나요?

결국 원전입지 문제는 에너지정의의 문제이고, 지방분권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부산시민의 입장에선 내가 오래 살아가야 할 부산지역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하기 위해서, 지역주권 차원에서 고리2~4호기는 더 이상 수명연장을 해선 안 됩니다. 고리원전 내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임시건식저장시설과 같은 임시방편도 허용할 수 없습니다. 적어도 충분한 정보공개 및 찬반논의를 거쳐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인 원전반경 30km 주민들의 의사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습니다. 시장님은 과연 이러한 수명연장에 동의하십니까? 지금 부산시민들은 시장님이 부산시민의 안전을 위해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데 대해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말이 나올까요? 아래와 같은 부산시의 행태와 시장님의 발언 때문입니다.

‘부산시도 최근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고리원전2호기 수명 연장에 대해 “조건부 찬성”으로 입장을 바꿨다. 이런 결정은 지난 3월 31일 열린 ‘부산시 원자력안전대책위원회’ 3차 회의에서 나왔다. 안전성 검토와 주민 의견 수렴 등의 조건을 달았지만 고리원전 2호기 수명 연장의 길을 터준 것이다. ‘수명 연장 원천 반대’로 입장을 정리했던 지난해 2월 1차 회의 때 입장을 사실상 뒤집은 것이다‘(한겨레, 2022년 5월 10일). 시장님 ‘조건부 찬성’으로 입장을 바꾸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부산시가 내건 ‘안전성 검토와 주민 의견 수렴’ 등의 조건을 왜 정부나 한수원에 제대로 제시하지 않는 겁니까?

시장님,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당시 지난 5월 13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시민동의’, ‘안전성 진단’을 전제로 하긴 했지만, “대부분의 세계의 원전들 역시 한 번에 끝나는 경우는 없다. 대개 80년, 100년을 쓴다”며 원전 가동의 필요성을 강조하셨죠? 언론에다 고리2호기의 계속 운전을 허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의견을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학계에서 확인 결과 미국의 93개 원전 가운데 가장 오래된 원전이 60년이고, 80~100년 원전은 하나도 없기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시장님이 알고 계시는 원전지식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요? 대통령님은 물론 시장님도 원전업계나 원전학계 인사들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원전입지 주민의 고충, 탈원전 전문가들의 고언도 한번은 경청해주시길 바랍니다.

시장님, 과연 수명연장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시는가요? 고리2호기 수명연장이 경제적 실익이 있다고 보십니까? 한수원이 원안위에 제출한 고리2호기 수명연장 경제성분석은 ‘10년간 가동에 1600억원 흑자’(설비보완비용 3000억원)라고 하지요. 안전점검기간을 빼면 8년 정도밖에 가동할 수 없고, 가동률이나 판매단가 등에 변수가 발생하면 바로 적자이죠. 800만 부울경 주민을 불안 속에 떨게 하면서 공기업인 한수원의 크지 않은 이익창출에 동의하십니까? 3000억원의 설비보완비용 가운데 1300억원이 지역 지원금인데, 이러한 수명연장이 안전하다고 믿고 계신 건가요?

시장님, 고리2호기는 설계수명연한인 40년 쓴 것만 해도 충분하지 않습니까? 지금 세계는 ‘탈원전에너지전환’이 대세이고, 어쨌든 원전산업은 사양산업이지요. 원전단가는 계속 상승하는 반면 태양광·풍력발전 단가는 급격히 하락하고 있지 않나요? 「WNISR(세계원잔산업동향보고서) 2022」에 따르면 전 세계 가동원전 411기의 평균수명은 31년이고, 폐로원전 204기의 평균수명이 27.7년인데 40년 이용했으면 충분한 것 아닙니까? 원전설계 당시 안전성을 바탕으로 한 기능 유지의 최대기간인 설계수명을 무시한다는 것은 그만큼 사고발생 위험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요?

시장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명연장을 하면 부울경은 결국 ‘영구 핵폐기장’이 된다는 시민들의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고리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포화율이 2021년 7월 현재 83.8%입니다. 고리2호기의 사용후핵연료 포화율은 89.1%이지요. 10년간 수명연장에서 나오는 고리2호기의 고준위방폐물을 저장할 자체 공간도 없습니다. 조만간 원전 외 지역에 핵폐기물 저장시설을 짓지 않는다면 부울경은 사실상 ‘영구 핵폐기장’이 될 공산이 높지요. 사정이 이러한데 무슨 수명연장이란 말입니까? 전국 1166명의 원고가 지난 3월 원자력진흥위원회를 상대로 ‘사용후핵연료 부지 내 저장계획’ 무효소송을 제기하였지요. 매년 750만t씩 발생하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에 대해서는 어떤 대책을 갖고 계신가요? 원전 반경 30km안에 200여만(70%)이 사는 부산에서 일방적인 수명연장은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등에도 적신호로 도시이미지 하락을 낳을 수 있지 않을까요?

오마이뉴스(2012년 4월 26일)에 따르면 그린피스가 후쿠시마원전보다 고리원전이 더 위험성이 높다 발표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원전 폐기물 저장소인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현 원자력환경공단)가 큰 규모로 가깝게 붙어있다. 둘째, 건설 중인 원전까지 합치면 12개의 원전이 한 지역에 밀집되게 되는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밀집도로 발전소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위험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셋째, 고리원전의 방사능 방재계획과 원전 비상구역 권고기준이 부실하다. 고리원전은 반경 30km 안에 341만명이 거주해 파키스탄과 대만에 이어 인구밀집도에서 세계 3위이라는 것입니다.

시장님, 고리2호기 수명연장은 부실한 안전성 검토에다 부울경 주민의 의사를 철저히 무시한 일방적 방침에 민주적 절차도 제대로 밟지 않고 있는데 시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관련 정보의 투명한 공개나 안전규제의 강화, 공론화 절차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요식행위에 거치고 있습니다. 설령 경제성과 안전성 모두 확보되더라도 시민들의 의견수렴과 동의가 전제되지 않은 수명 연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한수원이 경제성분석보고서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안전성평가보고서에서 법적 의무사항인 주민의견 수렴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원전안전성 검사 기간을 설계수명 5년 전~2년 전에 실시하던 것을, 설계수명 10년 전~5년 전으로 일방적으로 변경한 것은 원전 안전성을 도외시한 정책으로 부울경 주민들 입장에선 받아들일 수 없는 것 아닌가요?

시장님, 지금과 같이 이렇게 지역희생을 기반으로 한 원전정책을 계속 추진해도 되는 것인가요? 정말 원전이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꼭 필요하다면 이제부터 전 국민 홍보와 설득을 통해 장기적으로 건설하는 것이 맞지 않나요? 대통령님께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자신한다면 기존 원전입지 지역에 추가건설하거나 수명연장을 할 것이 아니라 공론화 절차를 거쳐 전력수요가 가장 많은 수도권에 장기적 전략을 갖고 EU기준에 맞는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것이 맞다고 건의하시는 게 옳지 않을까요?

시장님, 고리에 원전사고 발생시, 부울경 주민의 동시대피계획이 마련돼 있습니까? 고리원전에 중대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시장님이 사시는 해운대가 고리원전 반경 20km 이내에 있지 않습니까? 부산의 방사선비상계획구역 중 긴급보호조치구역인 원전 반경 30km이내에 사는 200만 이상의 시민들이 사고발생 시 신속히 대피할 수 있는 도로 상황이 갖춰져 있나요? 동시대피가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미국 쇼어햄원전의 경우 불과 수십만 인구의 동시대피계획을 세우지 못해 지역 주민의 반대로 1989년 6조 원 들여 준공한 원전을 단돈 1달러에 롱아일랜드주정부에 넘기고 포기, 폐로작업에 들어간 사례도 있는데 이런 사실을 들어보신 적 있나요? 사고 발생시 요오드제 등이 방사선비상계획구역 주민들에게 제 때 지급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가요?

시장님, 고리2호기 수명연장으로는 고리1호기의 안전한 폐로도 원전해체산업도 불가능한데 이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 있으신가요? 고리1·2호기가 동시폐로가 돼야 폐로작업이 원활하고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고, 어렵게 유치한 부울경 원전해체센터도 이 같은 현 정부의 방침 아래에선 진전이 없게 될 것이 뻔한 일입니다. ‘경직성 전원’인 원전이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의 걸림돌이라고 학계에선 알고 있습니다. 원전업계가 전 세계 1000조 시장이라고 하던 원전폐로산업을 중도포기하는 것이 적절한 정책일까요? 안전한 폐로를 위해서는 고리1~4호기 폐로 로드맵 확보 및 폐로 과정에 민간 참여가 절실하지요. 아울러 실질적인 방호방재계획 수립 및 훈련 실시를 위해 이에 대한 비용을 정부와 한수원측으로부터 부산시가 받아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기존의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원자력규제위원회로 실질적 규제기관이 되도록 원안위의 개혁을 요구하고, 부산에 유치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시장님, 체르노빌, 후쿠시마원전사고가 이제는 수습이 다 되었다고 생각하고 계신가요? 올해로 체르노빌원전사고 발생 36년, 후쿠시마원전사고 발생 11년이 지났지만 원전 반경 20km내에는 주민 거주가 불가능하지요. 후쿠시마원전의 경우 사고 원자로의 폐로작업에 진척이 없고, 오염수의 해양방출 문제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심각한 국제문제로 비화하고 있지요. 지금과 같은 방식의 ‘안전을 무시하는’ 친원전 정책의 추진은 안전문제 소홀, 사고발생 시 은폐구조, 원전비리 재발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미국의 원전학자인 베크 박사의 ‘베크의 법칙’에 따르면 원전사고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고가 일어날 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원전은 단순 기계적 고장, 사고만이 아니라 전시 군사적 공격 가능성도 있는데 이 경우 부울경은 최대 피해지역이 될 우려가 높지 않을까요? 현재 우크라이나 상황을 비추어 볼 때 한반도 위기상황에서 대규모 원전밀집지역인 부울경이 최대피해지역이 될 수 있다는 시민들의 우려가 기우일까요? 일본만 해도 원전에 전시테레대책 비용이 추가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요구를 정부나 한수원에 하실 용의는 없으신가요?

원전을 판단하는 기준은 크게 ‘안전성, 경제성, 대체가능성, 주민수용성’ 등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원전의 안전성은 체르노빌, 후쿠시마사고 등에서 보았듯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고가 일어날지 알 수 없으며, 경제성도 사회적 비용을 포함하면 원전은 다른 전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지요. 원전에 집착하면 할수록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늦어져 ‘RE100’을 추진하고 있는 선진국을 따라가지 못해 국가경쟁력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국가경쟁력을 강조하시는 대통령님이나 시장님께서 왜 이렇게 ‘위험하고 낡은’ 원전에 집착하시는 까닭을 우리는 알 수가 없습니다. 원전 관련 학계의 연구비 부풀리기와 부정수급문제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없으신가요? 원전학계가 원전비리사고 발생 때 원전안전을 위한 사전 경고의 목소리를 낸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 있나요?

결국 원전입지 문제는 에너지정의의 문제이고, 지방분권의 문제입니다. 부산시민의 입장에선 내가 오래 살아가야 할 부산지역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하기 위해서, 지역주권 차원에서 고리2~4호기는 더 이상 수명연장을 해선 안 됩니다. 고리원전 내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임시건식저장시설과 같은 임시방편도 허용할 수 없습니다. 충분한 정보공개 및 찬반논의를 거쳐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인 원전반경 30km 주민들의 의사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하여야 합니다.

시장님이 대통령실 참모가 아니라 부산시민을 위한 시장이라면 고리2~4호기 수명연장에 팔짱만 끼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이는 부울경 여야 국회의원, 시·도의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탈핵부산시민연대가 지난 10월 20일 기자회견을 갖고 박형준 부산시장님과 안성민 부산시의회 의장님께 질의서를 전달했지요. 시민연대는 “부산시의 원자력안전 조례에 따르면 노후원전의 수명연장과 원전 추가건설을 금지하고 있다. 부산시장은 원자력시설의 설계 변경과 해체,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의 건설·운영 허가 관련 시민안전을 위해 중앙행정기관에 의견을 건의·요청하도록 명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부산시장과 부산시의회가 시민들과 함께 노후원전의 수명연장을 저지하고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 건립을 반대해야 한다”며 “이것이 전국 노후원전 10기의 수명연장을 막아내고 이미 원전부지 내에 있는 사용후핵연료 51만여 다발에 추가분을 더 쌓지 않게 하는 길이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시민연대는 △부산시가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에 사용후핵연료를 분산 저장하는 등 고통을 분담할 것을 건의할 의향이 있는지 △고리원전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 건설에 대한 찬반 여부 △ 노후원전인 고리2호기의 수명 연장에 대한 찬반 여부를 답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는 부산광역시 원자력 조례 제5조(원자력안전 정책 기본원칙) 2호(원자력시설의 설계수명이 만료된 후에 연장을 금지하고, 조기 폐쇄하는 것을 건의할 것이라 명시)에 따른 부산시장에 대한 부산시민의 정중한 요구입니다. 그런데 왜 시장님은 ‘수명연장 금지, 조기 폐쇄’ 건의를 하지 않는 것입니까? 현재 한수원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고리2호기 수명연장을 위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초안) 공청회를 중단하고 부산시, 한수원, 부산시민과의 협의체를 구성해 공청회를 개최할 것을 제안하시든지 독자적으로 부산시가 중심이 돼 추진할 생각이 없으신가요?

이에 답하시는 자리를 만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계속 지켜볼 것입니다.

시장님, 정치인들은 선거를 중시하지 않습니까? 2024년 총선에서 여야 할 것 없이 부산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정치인의 모습을 시민들에게 보여 주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원전폭주 정책’이 계속된다면 우리 부산시민들은 2024년 총선 때 여야 정치인할 것 없이 지역주권의 매운맛을 제대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결기를 세우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부산은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5년 한수원의 고리1호기 재연장에 반발해 부산지역의 진보·보수를 아우르는 약 120개 시민단체가 뭉쳐서 ‘고리1호기폐쇄부산범시민운동본부’을 결성, 투쟁한 결과 마침내 고리1호기 폐쇄 결정을 이끌어낸 ‘시민 승리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당시엔 여당이던 서병수 부산시장님조차도 ‘고리1호기 폐쇄’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여당 정치인들도 국회 내에 위원회활동이나 산자부에 대한 권고 등을 통해 부산지역의 여론을 적극 전했습니다. 결국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 의원들이 ‘고리1호기 폐쇄’ 노력에 대한 시민들의 심판을 적극 의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지요.

지금 부산시민의 상당수는 고리2~4호기 수명연장은 고리1호기 때와 마찬가지로 ‘부산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무시하는 폭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40년 이상 원전사고 리스크에 시달려온 원전입지 주민들에게 불안과 고통을 계속 안겨서는 안 됩니다. 원전경제가 시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시 돼서는 안 될 일입니다. 이런 정치를 우리는 원하지 않습니다. 시장님의 고뇌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 국민의 힘 여당 시장이 아니라 부산시민을 아우르는 광역지자체 단체장으로 ’세계 최대 원전밀집도시‘ 부산시민의 불안과 고통에 공감하고 시민과 함께 안전한 도시를 만들어 가려고 노력하시는 시장님의 모습을 간절히 기대하는 바입니다.

2022년 11월 29일

더30Km포럼 공동대표

김정환 (부산YWCA 사무총장) 
김해창 (경성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인본사회연구소 소장)  
이흥만 (부산탈핵시민연대 공동대표)   
오문범 (부산YMCA 사무총장)   
원  정 (부산불교환경연대 공동대표·스님)   
정상래 (부산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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