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본 특집 : AI와 휴먼】
인공지능(AI)이 디지털 화면을 넘어 로봇의 몸을 입고 우리 삶의 물리적 현장을 직접 통제하는 '피지컬 AI'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기술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고 기민해졌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는 오히려 전례 없는 취약성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기후 재난 앞에서 무력해지는 초연결 사회의 허상, 알고리즘이 가려버린 정보의 신뢰, 그리고 기술에 판단을 의탁하며 사라져가는 인간의 주체성까지, 지금 우리는 '기술의 풍요 속 빈곤'이라는 거대한 역설의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이번 특집은 단순히 인공지능의 효율성을 찬양하거나 막연한 공포를 조장하는 대신,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인간의 자리'를 응시합니다.
단순한 기술적 보완을 넘어, "우리는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은가?" 라는 근원적인 물음에 대해 인간다운 삶을 향한 주체적 결단을 내리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번 특집을 통해 독자 여러분이 기술의 거센 파고에 휩쓸리는 객체가 아니라, 인본적 지혜라는 핸들을 꽉 쥐고 우리 공동체의 항로를 직접 결정하는 주체로 거듭나길 기대합니다. 기술이 멈추는 순간에도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존엄을 지켜낼 수 있는 세상, 그 '인본(人本)'의 가치가 이 특집의 모든 페이지를 관통하는 가장 강력한 방파제가 될 것입니다. [편집위원회]
디지털 뇌가 로봇의 몸을 얻을 때 인본적 지혜를 발휘해야 : 피지컬 AI 시대의 도래와 해양도시 부산의 생존 전략
김호림(동양대 AI빅데이터융합학과 교수)
1. 서론: ‘위험 사회’의 진화, 생성형AI에서 피지컬AI로
인류는 지금 역사상 가장 위태롭고도 경이로운 분기점에 서 있다. 울리히 벡(Ulrich Beck)이 1992년 저서 《위험 사회(Risk Society)》에서 경고했던 ‘예측 불가능하고 통제 불가능한 현대 사회의 위험’은 2025년 현재, 인공지능(AI) 기술과 결합하여 그 파괴력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우리가 목격한 것은 텍스트와 이미지를 생성하는 ‘생성형 AI(Generative AI)’의 혁명이었다 (2022년~2024년). 그러나, 2025년을 기점으로 AI의 패러다임은 급격히 ‘피지컬 AI(Physical AI)’로 인식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피지컬 AI란 디지털 공간에 머물던 인공지능이 로봇, 자율주행차, 드론, 스마트 선박 등의 하드웨어(Body)와 결합하여 물리적 세계(Physical World)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단계를 의미한다.
이 전환은 단순히 기술적 진보를 넘어선다. AI가 ‘말(Language)’을 하는 단계를 넘어 ‘행동(Action)’을 하기 시작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한민국 해양 물류의 심장인 부산에게 이러한 피지컬 AI로의 전환은 도시의 운명을 가를 거대한 파도와 같다. 본 칼럼에서는 늦어도 2030년대 중반까지 급격히 도래할 초지능 및 특이점의 징후를 진단하고, 피지컬 AI가 해양도시 부산에 던지는 구체적인 위험과 대응책을 언급하고자 한다.
2. 초지능과 특이점의 타임라인
과거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그의 저서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 2005)》에서 기술 특이점을 2045년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2025년 현재, 이 시곗바늘은 섬뜩할 정도로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글로벌 AI 리더들의 예측은 피지컬 AI와 초지능의 결합이 임계점에 곧 다다를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OpenAI의 샘 올트먼(Sam Altman)은 2025년 6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온화한 특이점(Gentle Singularity)’을 언급했다. 그는 2025년에는 코딩, 2026년에는 창의적 사고, 2027년에는 로봇 노동을 AI가 대체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2025년에는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인지 작업을 수행하는 ‘AI에이전트(Agent)’가 등장할 것이며, 2026년에는 인류 역사에 남을 거대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예고했다.
앤트로픽(Anthropic)의 CEO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역시 에세이 ‘Machines of Loving Grace’에서 현재의 AI 발전추세가 특별한 장애가 없이 진행된다면 2026년 또는 2027년에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AGI) 이나 기술특이점(singularity)이 도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Masayoshi Son) 회장은 “소프트뱅크월드 2024” 특별강연에서 조금 더 보수적이나 여전히 대략 2030년대 중반인 향후 10년 내 인공초지능(ASI)이 실현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예측들이 가리키는 바는 명확하다. 2026년은 AI가 디지털 지능을 넘어 물리적 실체를 제어하는 능력을 획득하는 과정의 시작점이 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은 더 이상 ‘버그(Bug)’ 수준이 아니라 ‘재난(Disaster)’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3. 부산의 미래: 피지컬 AI의 최전선, 스마트시티와 해양 항만
부산의 미래는 한마디로 “피지컬 AI의 거대한 실험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 2025년 3월 발표된 ‘부산 인공지능(AI) 종합전략’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 목표는 도시 전체를 AI 기반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이 변화는 크게 ‘스마트시티’와 ‘해양 항만’이라는 두 축에서 피지컬 AI의 적용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스마트시티와 로봇의 일상화이다. ‘부산 에코델타 스마트시티(Busan Eco Delta Smart City)’ 프로젝트는 AI가 시민의 삶 깊숙이 침투하는 대표적 프로젝트이다. 이곳에서는 AI가 탑재된 홈 로봇이 재활, 이동 보조, 케어 서비스를 수행한다 (2025년 11월 시범 도입). 이는 고령화 사회의 대안이 될 수 있지만, 해킹이나 오작동 시 노약자의 신체적 안전을 직접 위협할 수 있는 ‘물리적 위험’을 내포한다.
둘째, 해양 산업의 무인화(Unmanned) 혁명이다. 부산시가 1조 원 규모로 추진 중인 ‘WAVE 프로젝트’(2025년 9월 발표)는 항만과 선박의 완전한 디지털 전환을 꿈꾼다. 특히 주목할 것은 자율 운항 선박이다. 부산은 소형 선박에 AI 기반 블랙박스를 도입하여 해상 데이터를 수집하고 사고를 예측하는 시스템을 구축 예정이다.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KIOST)이 주최하는 ‘2025 Sea AI Forum’(2025. 9월)에서 완전 자율 운항을 위한 초지능 시스템이 논의되었다.
또한, 2025년 11월 현재, 부산지역 기업의 첨단기술 역량 향상은 두드러진다. 부산시는 “2026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될 ‘CES 2026’에서 부산 소재 12개 기업이 ‘최고혁신상’과 ‘혁신상’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최고혁신상 (Best of Innovation Awards)으로는 ㈜크로스허브와 ㈜스튜디오랩으로 부산 기업으로는 최초의 최고혁신상이다. 이어서 혁신상 (Innovation Awards)에는 총 10개 기업(제품)이 선정되었다. ㈜씨아이티, ㈜데이터플레어, ㈜투핸즈인터랙티브, ㈜샤픈고트, ㈜비젼테크, ㈜허브플렛폼, ㈜파워쿨, ㈜뷰런테크놀로지, ㈜모스, 그리고 2026CES현장에서 발표하는 1개 기업이다. 이중 피지컬AI연관된 기업이 최고혁신상에서 1개 기업, 혁신상에 5개 기업이다. 첨단 기술 분야에서 부산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한다고 볼 수 있다. 다음의 <표>에서 기술과 제품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부산항에 피지컬 AI가 적용되고 있어 고무적이다. 2025년 12월 16일, 부산항만공사(BPA)는 AI와 블록체인 기반의 환적 화물 모니터링 시스템인 ‘Port-i’를 부산항 내 모든 선사와 터미널에 공식 배포했다. 피지컬 AI 기능으로는 항만 내 트럭과 장비의 물리적 이동 경로를 추적하고, AI가 선박 입출항 지연이나 화물 연결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여 실제 운영 스케줄을 조정하는 ‘선박 및 화물 이동 제어 기능’과 현장의 물리적 흐름(화물 이동)에서 발생하는 병목 현상이나 사고 위험을 AI가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이상 징후 탐지 기능’이다.
그리고, 부산항 신항 서컨테이너부두(2~5단계)와 건설 중인 진해신항은 ‘완전 자동화 항만(Fully Automated Port)’을 지향하고 있다. 사람이 운전하지 않고 AI가 지시하는 최적 경로를 따라 컨테이너를 이송하는 ‘AGV (무인 이송 차량)’, AI가 컨테이너의 위치와 순서를 계산하여 크레인을 직접 제어, 적재 효율을 극대화하는 ‘자동화 크레인 (ASC)’, 실제 항만의 물리적 상태를 가상에 똑같이 구현한 뒤, AI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의 장비 배치와 이동 동선을 찾아내어 실제 현장에 적용하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다.
이어서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이다. 현재 실제로 이전 단계로 진행 중이다. 2025년 7월, 해양수산부 청사가 부산 동구 소재의 IM빌딩과 협성타워로 최종 확정되었고, 2025년 12월 8일 첫 이삿짐 반출을 시작으로, 12월 21일까지 모든 부서의 이전을 완료하는 일정으로 진행 중이다. 이는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과 연계하여, 단순한 청사 이전을 넘어 해양 행정의 중심축을 부산으로 완전히 옮기는 ‘기능적 이전’으로서, 대한민국 ‘해양 수도’로 만들기 위한 국가적 전략으로 보인다. 그 실현 가능성은 2가지 근거에서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첫째, 정책 입안자(해수부)와 실행 현장(부산항)이 물리적으로 결합됨에 따라, AI 도입 시 발생하는 규제 문제나 기술 표준화 문제를 현장에서 즉시 해결할 수 있는 ‘패스트트랙’ 체계가 마련되었다는 점이다. 둘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기 이전된 기관들과 해수부가 한곳에 모이면서, 부산항의 스마트화(Smart Port) 전략에 따라 부산의 피지컬 AI 도약이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4. 피지컬 AI 시대의 구체적 위험성 진단
문제는 시스템이 고도화될수록, 인간의 통제권은 약화된다는 점이다. 수만 톤급의 컨테이너선이 AI의 판단만으로 부산항에 진입하는 상황에서, 만약 알고리즘의 오류나 적대적 공격이 발생한다면 그 피해는 항만 시설 파괴를 넘어 해양 오염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피지컬 AI로의 전환기에 예상되는 위험은 기존의 디지털 위험과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데이터 유출이 ‘프라이버시’의 문제라면, 피지컬 AI의 오류는 ‘생명과 안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 유형을 살펴보면, 첫째, 존재적 위험으로서 해킹된 물리력이다. 닉 보스트롬(Nick Bostrom)은 그의 저서 《초지능(Superintelligence: Paths, Dangers, Strategies, 2014)》에서 “초지능이 인간의 가치(human values)와 정렬(alignment)되지 않을 때의 존재적 위험(existential risk)”을 경고했다. 초지능이 인류의 가치, 윤리, 목표와 일치되도록 설계되고 작동하지 않는다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말한다. 피지컬 AI 시대에 이 경고는 더욱 섬뜩하다. 센티널원(SentinelOne)의 ‘2025년 보안 보고서(“Top 14 AI Security Risks in 2025”)’는 AI 보안 위험을 데이터 독성, 모델 역전 등 14가지로 분류했다. 이것이 자율 무기 시스템(LAWS)이나 자율 선박에 적용될 경우를 상상해 보자. 실제로 스마트 해양 네트워크(Smart Maritime Network, 2025)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하반기부터 AI 기반의 해양 사이버 위협이 급증하였고, 사이버 공격자들은 AI를 활용해 더 구조적이고 효율적인 공격을 행했다. 부산항 같은 항만도시의 크레인 운영 시스템이나 선박의 항법 장치(GPS)가 AI에 의해 스푸핑(Spoofing) 당할 경우, 물류 마비는 물론 선박 충돌로 인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윈드워드(Windward)의 ‘2025 해양 스트레스 테스트’에 따르면, AI가 해양 공급망의 차별화 요소인 동시에, 실패 시 공급망 붕괴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둘째, 사회·경제적 불평등으로서 노동의 증발이다. 피지컬 AI는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체한다. IMF의 2025년 워킹페이퍼(“AI Adoption and Inequality”)는 AI 채택이 전반적인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부산의 경우에는 항만 하역 노동자나 트럭 운전사 등 물류 현장직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화된 스마트 포트는 효율성을 극대화하지만, 그 대가로 수천 명의 일자리가 증발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제적 특이점이 도래하면 중산층의 붕괴와 소득 불평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환경적 역설로서 막대한 에너지 소비이다. AI는 친환경 솔루션을 제시한다고 하지만, 그 자체로 거대한 환경 오염원이다. MIT News는 “Explained: Generative AI’s environmental impact”(2025)에서 데이터 센터 전력 소비가 2022~2023년 급증했으며, 2026년까지 글로벌 데이터 센터 전력 소비가 1,050TWh에 도달할 수 있음을 언급하면서 AI가 주요 요인이며, 물 소비는 하드웨어 냉각으로 지역 수자원과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코넬 대학의 연구(Nature Sustainability지, 2025. 10 게재)에 따르면, 생성형 AI와 이를 구동하는 데이터 센터의 전력 소비 및 물 소비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코넬 대학 연구진(Tianqi Xiao 등)은 2030년까지 AI 성장으로 인해 연간 4,4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추가 배출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내 AI 서버 성장으로 2030년 연간 추가 CO₂ 배출이 24~44 million metric tons (2,400만~4,400만 메트릭 톤)으로, 미국 내 500만~1,000만 대 자동차 추가 배출에 상당한 양이다. 해양도시 부산에서 대규모 AI 데이터 센터가 화석 연료 기반의 전력으로 운영된다면, 이는 해수면 상승과 해양 산성화를 가속해 부산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될 것이다.
5. 대응 전략: 해양도시 부산을 위한 피지컬AI 지속 가능한 거버넌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AI 기술의 발전을 거부할 수는 없다. 핵심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며, 기술을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거버넌스’다. 피지컬 AI(로봇·자율 시스템 등 물리적 세계에 작용하는 AI)의 도입은 부산의 제조업(조선·자동차 부품·스마트 팩토리)과 해양 항만(스마트 포트·자율 선박·자동화 크레인)에서 이미 진행 중이며, 효율성을 높이지만 안전·일자리·환경 위험을 동반한다. 대응의 핵심은 기술 발전을 수용하면서 인간 중심 통제와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부산형 AI 안전 밸브’ 도입 및 규제이다. 피지컬 AI 안전 규제 강화로서 ‘인간 감독 의무화’와 ‘비상 차단 메커니즘’ 도입이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르되, 지역적 특수성을 반영하는 것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자율운항선박의 안전, 보안 및 환경적으로 건전한 운항을 위한 비강제적 코드(MASS Code) 개발을 진행 중이며, 2026년 5월에 최종 채택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코드는 궁극적으로 2032년 1월 1일 발효를 목표로 하는 강제 규정의 기반이 될 것이다. 인간 요소(Human element)에 대한 장(Chapter 15)을 포함하여, 원격 또는 현장 인간 운영자가 시스템을 즉시 정지하거나 제어할 수 있는 프로토콜로서, 이 코드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유럽연합(EU)의 AI 법(AI Act)이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한국은 ‘자율선박 개발 및 상용화 촉진법’을 2024년 1월 세계 최초로 제정했으며, 2025년 1월 3일부터 시행되어 법적기반을 마련했다. 이 법은 자율운항선박의 기술 개발 및 상용화에 대한 포괄적인 법적 기반을 제공하며, 선원 의사결정 지원(레벨 1)부터 완전 무인 자율운항(레벨 4)까지 다양한 자율화 수준을 다루고, 이 법규의 시행령에서는 AI 기반 시스템의 오작동 시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인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을 벤치마킹하여, 부산시는 스마트시티 및 항만 운영 등에 관한 AI 적용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특히, 자율 시스템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을 때 즉시 인간이 개입하여 시스템을 물리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킬 스위치(Kill Switch)’ 또는 ‘안전밸브(Safety Valve)’의 의무화가 필수적이다. 이는 유네스코(UNESCO)의 AI 윤리 권고에서 강조하는 책임성과 안전성 원칙(UNESCO, 2021)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방안이다.
둘째, 피지컬 AI 특화 인재 양성 및 일자리 전환 프로그램 확대이다. 단순한 코딩 교육을 넘어, AI와 로봇을 다루고 통제할 수 있는 현장형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2025 AI 교육 보고서(“2025 AI in Education Report”)는 글로벌 AI 교육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예측하며 AI채택 가속화와 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부산의 대학들은 해양 데이터와 로보틱스를 결합한 융합 전공을 확대해야 하며, 기존 항만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AI 협업 로봇 오퍼레이터’ 등으로의 직무 전환(Reskilling)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셋째, ESG 관점의 다학제적 거버넌스 체계 구축이다. AI 도입은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 평가되어야 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25년 보고서(“Advancing Responsible AI Innovation: A Playbook 2025”)에서 신뢰할 수 있는 AI를 위한 글로벌 거버넌스 프레임워크를 강조했다. 부산시는 항만 AI 도입 시 환경 영향 평가를 의무화하고, AI 데이터 센터의 재생 에너지 사용 비율을 강제하는 정책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공학자뿐만 아니라 윤리학자, 사회학자, 해양 전문가가 참여하는 ‘부산 피지컬AI 윤리 위원회’를 구성하여 다학제적 감시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6. 결론: 기술의 주인으로 남을 것인가, 객체가 될 것인가
2025년부터 시작되는 피지컬 AI로의 전환기는 인류가 ‘신(God)’의 능력을 모방하는 기계와 공존해야 하는 첫 번째 시기다. 샘 올트먼의 예언처럼 2026년 이후 급격한 변화가 닥쳐올 때, 준비되지 않은 도시는 혼란에 휩싸일 것이다. 부산은 해양이라는 거대한 물리적 공간을 가진 도시다. 피지컬 AI는 부산을 세계 최고의 스마트 해양 도시로 만들 수도, 혹은 통제 불능의 위험 지대로 만들 수도 있다.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기술의 화려함에 취해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할 것인가, 아니면 인간 존엄과 안전이라는 핸들을 꽉 쥐고 기술을 운전할 것인가. 바로 지금 우리가 구축해야 할 거버넌스의 핵심이자, 부산의 내일을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다. 초지능의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부산은 그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그 위를 항해하는 인본적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동양대 AI빅데이터융합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