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래 시인이 읽어주는 좋은 시 (17)】 내 마음의 활 - 태동철
조승래
승인
2023.12.14 09:11 | 최종 수정 2023.12.17 10:06
의견
0
내 마음의 활
태 동 철
화살의 힘은
팽팽하게 시위를 당긴
활의 긴장에서 나온다
푸른 힘줄을 당겨 부풀린 가슴으로
온몸이 긴장하면
세상 길에 헛발을 딛지 않는다
한순간 꽃이 전율로 피듯
과녁을 겨눈 시위
손끝 지문을 풀듯 놓는다
생의 아름다운 약속에서 번지는
파동의 깊은 떨림
마음이 환한 공명통을 울리는 명중
새날이 찬란한 선율로 열린다
『문학과 창작』, 2021년 가을호
활은 시위를 당겨서 에너지를 용수철처럼 저장했다가 목표를 향해 발사하는데 ‘화살의 힘은 팽팽하게 시위를 당긴 활의 긴장에서 나온다’고 시인은 담백하게 표현한다.
옹진문화원장으로 팔순이 넘은 연세에도 주 5일간 태니스를 할 수 있는 건강을 유지하시는 분이기에 시의 표현도 탱탱하고 ‘푸른 힘줄을 당겨 부풀린 가슴으로 온몸이 긴장하면’ 절대로 ‘세상 길에 헛발을 딛지 않는다’라는 경험적 시어가 나오는 것이다.
목표는 이미 설정 되었다. 인생 길에 작은 과녁도 있고 큰 과녁도 있겠지만 화살은 내 손안에 있으니 ‘한순간 꽃이 전율로 피듯’ 그 절정인 ‘과녁을 겨눈 시위’를 손끝에서 풀어 놓을 수 있는 것이다.
2020년 올림픽 경기에서 우리나라 양궁대표 오진혁은 마지막 4초를 남겨두고 활시위를 당겼고 10점 점수 확정 전임에도 그는 ‘끝’ 이라고 했다. 화살이 과녁에 닿기 전에 이미 확신한 성공, 그 얼마나 멋진 장면이던가.
태동철 시인은 마음속에 활과 화살과 과녁을 다 가지고 있으면서 그렇게 여유롭게 시심을 보이는 것이다. ‘생의 아름다운 약속에서 번지는 파동의 깊은 떨림’을 알고 ‘마음이 환한’ 환희심으로 성취해 내는 ‘공명통을 울리는 명중’을 시켜온 것이다. 그래서 세상은 ‘새날이 찬란한 선율로 열린다’고 노래한다. 필시 사랑을 아는 사람만이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새는 누가 쏜 큐피터 화살이다.
아직도 멀었는지 날아가고 있는 화살
날이 저물어도 닿지 않을 먼 먼 사랑
김왕노 시인의 시 〈먼 사랑〉을 함께 음미한다.
◇ 조승래 시인 : ▷경남 함안 출생, 2010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 시집: 《칭다오 잔교 위》, 《뼈가 눕다》, 《어느 봄바다 활동서 어류에 대한 보고서》, 《적막이 오는 순서》 외 ▷계간문예 문학상(2020), 조지훈 문학상(2021) 수상 ▷단국대 겸임교수 역임(경영학 박사) ▷한국시인협회, 문학의 집 서울, 한국문인협회 이사, 시향문학회 회장, 가락문학회, 시와시학, 함안문인회 동인으로 활동 중)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